어제 아침 신문에 엔니오 모리꼬네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은 졸음 때문에 영화 보기를 기피하지만 청년 때는 그렇지 않았다.
일을 제쳐두고 영화관을 찾았다.
감수성 많았던 때여서 그랬던지 그때 영화가 지금보다 어쩐지 좋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 영화라도 '애수'가, 싸움 영화라도 '대부'가 그랬다.
그런 영화 가운데 하나가 '옛날 그 한 때의 미국(Once Upon A Time In America)'
이었다. 이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도, 그 작곡가가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것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OST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작곡가가 어제 92살로 숨졌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의 이름도,
그에 대한 추억도, 그 때의 그 음악도 희미해진 나의 기억 속에서 다시 밖으로
소환되었다.
살았을 때의 가치로운 일도, 아름다운 업적을 남기는 것도 빛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좋은 예술은 그 원작자가 지구를 떠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쉽게
떠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한 추억의 기사들을 읽으면서
그런 것을 다시 느꼈다. 작가의 생명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영원하다는평소의 생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머리에 떠올랐다.
첫댓글 기억력이 아직도 대단하십니다
영화 제목, 작곡가 이름까지...
작품으로 영원한 작가가 되면 얼마나 의미있는 삶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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