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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5/ 17(월)
주말을 쉬임없이 내리던 빗물자욱 위를
월욜 이른 아침부터 여전히 적시고 있었다
물먹은 새순 위로 맑갛게 씻은 윤기를 두눈에 담으며
우산위를 두드리는 작은 울림이 정겨운 가천 교정길
오늘도 이른 발길로 레몬밤차를 우리어 놓으시고
그 곁에 비스킷 에이스를 푸짐하게 준비한 강의실은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 숙경샘 덕분에 늘 차향기로
밝고 반가운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따끈함으로 만남의 시간을 녹이며 오늘처럼
아름답게 내리는 비를 한층 적시어 주시려는 듯
시 한편으로 준비하신 강의를 시작하셨다
~~~~~
비 오는 날
마종기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그 나라 하늘 빛』 (문학과 지성사, 1991, P.59)
*[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조, 빗소리의 악보없는 음률을
당신이라는 도치법으로 더 절절함이 배어있는 비 오는 날~]
오늘 학생작품으로 송은정샘의 <딱정벌레의 여정>을 일부분으로 선보여 주셨다
곧 등단준비로 좋은 작품을 준비중인 그 중의 일부였다고 하였다
작품 배경을 간략히 소개하였는데
등단작품으로 멋진 완성작을 기대하기로 하였다
교재 P 293~312
12. 사랑을 분석하라, 문학이 거기 있다
▷'제 눈의 안경' 의 행렬
문학의 모든 것을 가장 함축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랑 이야기 , 사랑을 아는 사람이면
문학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랑의 전과정이 문학의 전과정과 같다는 뜻.
사랑의 발견과 몰입은 곧 문학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남들은 별로 주목하지도 않는
대상에 대하여 그 가치를 인정하고 부여하고 감싸안는 행위, 이것이 사랑이며 문학이다.
그것은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사랑과 문학은 닮아 있다.
사랑을 하는 모든 이와, 글을 쓰는 모든 이와, 글을 읽는 모든 이는 다 제 눈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며 제 눈에 안경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착시와 자기 동일시(同一視)
사랑 얘기나 문학 얘기나 같은 뿌리요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정비석의 유명한 글 <산정무한> 山情無限) 에 나오는 한 대목
태자의 몸으로 마의를 걸치고 스스로 험산에 들어온 것은, 천 년 사
직을 망쳐 버린 비통을 한몸에 긺어지려는 고행이었으리라. 울며 소맷
귀 부여잡는 낙랑 공주의 섬섬옥수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할 때에, 대
장부의 흉리가 어떠했을까? 흥망이 재천이라, 천운을 슬퍼한들 무엇하
랴만, 사람에게는 스스로 신의가 있으니 태자가 고행으로 창맹에게 베
푸신 도타운 지혜가 천 년 후에 따습다.
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 년이 지났으
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 년도 수유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로 돌아
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
롭다.
필자가 마의태자의 무덤에서 본 것은 자기 모습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릴 수가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그 대상에 투사해 바라보는 자기 동일시며 착시 현상임에 틀림
없다. 문학은 바로 이러한 눈뜸에서 비롯한다.
▷'보이는 것은 그대 얼굴'과 형상화
문학의 요체가 형상화라고 설명하는 배후에는 그것이 특별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오해가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대상을 충만한 애정으로 바라보노라면 그 모습이 뚜렷
한 형상을 가지고 다가서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문학의 본질에 다다를 수가 있다.
진정한 문학은 기교가 대상에의 침잠이라고 말하는 참뜻이 여기 있다.
이런점에서 문학은 짝사랑과 흡사하다고 할 수도 있다.
대상에 몰입하게 되면, 그 모습이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뜻에서 형상화라는 말을 쓰고
또 그러한 정신의 작용을 가리켜 상상이라는 용어를 쓴다.
야콥슨(R. Jakobson) 같은 사람은 실어증을 관찰해서 얻은 결과를 가지고 형상화의
두 유형을 가정하기도 하였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 두 유형이 있는데,
단어를 떠올리는 '선택의 실패'에 의한 실어가 있고, 반면에 '나는 집으로 간다'고
해야 할 때에 「나는 집을 가니?」와 같이 ' 결합의 실패'에 의한 실어가 있다고 분석
된다. 정상적인 언어 생활에서 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사성'의 원리이며, 그 유
사성이 은유에 의한 형상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고, 결합을 결정하는 요인은 '연속성'
의 원리며, 그 연속성이 환유에 의한 형상화를 이루게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야콥슨은 은유적 형상화가 낭만주의적 특질이며 환유적 형상화가 사실주의적
특질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소설 쓰고 있네'와 서사(敍事)
정말 골똘하게 사랑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소설적 상상을 하게 마련이다.
소설을 쓴다는 말은 무엇인가? 대상에 몰입해서 그 형상을 떠올리는데, 서사
적인 방식의 상상을 통해서 이루어지면 그것이 소설이 된다는 말이다.
그 한 예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찾아본다.
12월 4일
부탁하네 여보게, 나는 다 틀렸데. 이 이상은 더 참을 수 없다. 오늘
나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ㅡㅡ앉아 있었단 말이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멜로디를, 온갖 표현을! 온갖!ㅡㅡ 자네는 어떻
게 생각하나? 그녀의 어린 동생이 내 무릎 위에서 인형에 옷을 입혀 주
고 있었다.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맺혔다. 고개를 숙였더니 그녀의 결
혼 반지가 눈에 띄었다.ㅡㅡ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ㅡㅡ갑자기 그녀는
그지없이 감미로운 옛 멜로디를 치기 시작했다. 전혀 돌발적이었다. 위
로감과 지난날의 회상이 나의 마음속을 꿰꿇고 스쳐갔다. 그 노래를 들
었던 시절의 회상, 그동안 여러 번 우울하였던 때의 회상, 불쾌한 일이
나 빗나가 버린 희망에 대한 회상 등이, 그러고 나서, 나는 방안을 이리
저리 거닐었다. 나의 마음은 절박한 감정에 짓눌려 질식할 지경이었다.
격렬한 감정의 폭발에 못 이겨 그녀 곁으로 성큼 다가서면서 나는 말했
다.
「제발, 제발 그만두시오!」
이 글에서 형상화의 문제를 두 방면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베르테르를 형상화하는 것이고 하나는 베르테르의 심리 상태가
롯데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결혼식에서 끝나는 영화'와 시(詩)
시와 사랑의 순간이 어떻게 함께 설명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자
유리창
정지용
유리(瑜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러갔구나!
시를 쓰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이며, 사랑의 깊이를 해아리는 마음이며, 뜨거운 사랑 때문에
대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마음이다. 다만 서사적인 형상과는 달리 압축된 함축으로 눈짓을,
그리고 손짓을 해석해 내는 마음이 시의 세계로 이어진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시인이며 시를 읽고 알아차리는 마음은 사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 사랑의 연극과 연극적 인생
희곡의 작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내는 할머니가 되어서 반은 점쟁이요, 의사처럼 인물
들의 애증과 뒤얽힘을 샅샅이 읽어 낼 때만 작품을 쓸 수가 있게 된다. 그것은 동작과 언어로 함축
된 이야기적 형상화이기 때문에 서사와 시의 두 요소를 역동적으로 내포하게 된다.
▷표현의 언어와 전달의 언어
사랑의 모습을 보여 주는 예가 되는 정철의 <속미인곡> (續美人曲)
제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한저이고
천상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 다 져 저문 날에 누를 보러 가시는고
어와 너여이고 이 내 사설 들어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암즉 하냐마는
어떤지 날 보시고 네로다 여기실쌔
나도 님을 믿어 군뜻이 전혀 없어
이래야 교태야 어지러이 구돗던지
반기시는 낯빛이 예와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 앉아 헤어하니
내 몸의 지은 죄 뫼같이 쌓였으니
하늘이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물하랴
설워 풀쳐 헤니 조물의 탓이로다
글란 생각 마오 맺힌 일이 있셔이다
님을 뫼셔 있어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물 같은 얼굴이 편하실 적 몇날일꼬
두 사람의 여인이 주고받는 이 가사 작품은 사랑을 잃은 자의 하소연으로 되어 있다
정철의 이 작품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잃어버린 사랑의 하소연이기는 하되,
어떤 목적을 가진 전언이 아니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려는 표현
의 욕구를 지향하는 형상화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황의 시조중 교술적 언어의 모습 예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긏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도산 12곡중 11번째 곡으로 학문 수양의 의지를 표현한 곡]
▷결혼의 관습과 문학의 장르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는 매우 대담한 용기와 그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낼 각오가
있어야 함을 물론이다. 사랑은 문학의 교과서라는 취지로 쓰고 있는 사랑의 관습과
문학의 장르가 바로 그와 같음을 말하고자 한다. 시라고 하면 우선 짧은 것, 줄이 들쑥
날쑥한 것,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관습이다.
문학이 공감의 언어이고, 형상화의 언어라는 본질은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는 만큼이나
오래 유지될 본질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 본질에 기대어 몬학은 가능하며 또 감동의 원천
으로 우리에게 봉사할 것이다. 그리함으로써 사랑처럼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다. 문학을 사랑의 구조로 설명한 것은 문학은 우리 모든 일상인의 것이지 특별한 전
문가들만의 것일 수 없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뜻.
문학과 더불어 행복과 풍요를 말하면서 문학을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데 주저가 없기를
바라며 일상인의 문학은 그 모습을 확인하게 할 수 있으리라. 교재 끝*
이렇게 열강으로 교재를 마무리 해 주신 교수님 진정으로 고맙고 수고많으셨습니다.
수업이 끝날 즈음에 오랜만에 지영호 선생님이 아름다운 꽃바구니를 들고 오셨다
모두 오랜만의 방문에 반가움과 교수님께 꽃바구니를 드리는 아름다운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오늘은 1학기 종강을 한주 남겨놓고 야외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계획하였다
간단히 인증샷을 남기고 분당으로 차량을 나누어 빗소리 달래며 도착한
<한정식 산수화>에 준비된 맛있는 점심 만찬으로 행복한 식사였다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킨 조용하고 행복한 식사를 거쳐 카페에서 후식은 달달한 차
커피향이 어린 편안하고 아늑한 대화에
월욜 정말 좋은 날이었다*~*
첫댓글 비내리는 날, <산수화>와 카페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분위기 좋은 사진과 상세하게 정리된 글을 올려주신 허복례 회장님, 감사합니다.
종강의 아쉬움인 듯
빗물 흐르는 창가를
오윌이 푸르게 위로 하였습니다~♡
아름답습니다^^
가천시창작반 소식은 늘 마음 설레게 합니다. 교수님과 선생님들, 넘 예뻐요.
허복례회장님 감사합니다.
녹야샘
마음은 늘 이렇게 곁에 함께라는 시간이 정겹습니다~^^
시작인가 했더니 종강이라니 이번 학기는 12강이 너무 빨리 끝난듯 합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교재로 새롭고 알차게 공부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 회장님, 그리고 문우님들!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것이 많았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든든하신 선배님들이
큰 울타리가 되어주신
아늑하고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생활 문학을 강조하신 교수님의 철학처럼
문학을 일상 속에서 찾기를 갈망하는 작가의 바람을 끝으로 ‘ 문학이란 무엇인가’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알기 쉬운 비유로 가슴에 와닿는 책을 선택해 주시고
열강해주신 교수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한 학기 동안 변함없는 책임감으로 잘 이끌어주신
회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문우님들과 곱게 물들어가는
뜻깊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말없이 곁에
함께라는 의미~
진심으로 고마워요
가천반 일학기 종강 !
수고하신 교수님과 수강
하신 모두에게 노고를 치하합니다
덕분에 늘 강의 내용 잘
보고있습니다
소상히 정리해 주시는
허복례 회장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
모두 모두 건필 건승 기원
합니다 !
늘 방문 으로 따스함 전해주시는 깊은 마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