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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의  묘호(廟號) - 조(祖)와 종(宗) 역사에서 조선의 27왕을 일컬을 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종(世宗)이니 혹은 선조(宣祖) 등으로 호칭합니다. 그 호칭은 왕들의 이름이 아니라 임금들이 죽은 후에 그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종묘(宗廟) 사당(祠堂)에 붙인 칭호로서 이를 묘호(廟號)라고 합니다. 그리고 '조(祖)'나 '종(宗)'이라는 글자에는 다같이 '사당'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묘호는 그 왕이 죽은 후 신주를 종묘에 올릴 때 조정에서 의논해 정해집니다. 연산군(燕山君)과 광해군(光海君)처럼 폐위되어 신주가 종묘에 들어가지 못한 왕들은 죽어서도 왕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왕자(王子) 신분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종묘에 그 신위(神位)가 올려지지 못했으며 따라서 묘호 또한 없으므로 단지 그들이 쫒겨난 이후나(연산군) 세자 시절에(광해군) 받은 군호(君號)로 불리고 있습니다. 조선 2대 임금 정종(定宗)과 6대 임금 단종(端宗)은 오래동안 묘호를 정하지 않고, 몇 백년 동안 공정왕(恭靖王)과 노산군(魯山君)으로 불리다가, 숙종(肅宗) 때 와서 그들의 신주를 종묘에 모시면서 비로소 '정종'과 '단종'이라는 묘호를 얻었습니다. 만일 '숙종' 임금이 아니었다면 '태정태세문단세...' 가 아니라 '태공태세문노세...' 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묘호에 '조'나 '종'이 붙이는 유래는 유교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4서5경 중 하나인 '예기(禮記)'에 '공(功)이 있는 자는 '조'가 되고, 덕(德)이 있는 자는 '종'이 된다(功祖德宗)'고 한 바에 따른 것입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세종 임금은 덕을 널리 펼친 임금이시므로 '종'이 맞는 표현이고, 세조(世祖) 임금은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았으니 아무래도 '덕'으로는 내세울 게 부족하니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조'가 맞는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원칙으로 직계(直系)로 왕위(王位)가 이어지면 "종'이라 하고 형제 기타 방계로 이어지는 경우 '조'라는 묘호를 붙였다는 알음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2대 '정종' 다음에 왕위를 이은 "태종'은 형제로서의 계승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종'이라 하였고, 제8대의 예종(睿宗)과 제9대의 성종(成宗) 또한 형제간의 왕위 계승이었으며, 제24대 헌종(憲宗)과 제25대 철종(哲宗) 아주 촌수가 먼 관계의 계승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모두가 '종'으로 일컬어졌습니다. 묘호는 대신들이 회의하여 추천하고 왕의 결재를 받아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공이 많은지 덕이 많은지 판단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결국 묘호는 그때 그때 정하기 나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한 왕조를 건국하였거나 거의 망한 왕조를 부흥시킨 왕에게만 '조'를 붙이고 기타 왕들에게는 '종'을 붙이는 것이 관례였으며,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는 창업자인 태조(太祖)나 고조(高祖) 및 중흥(中興) 황제(皇帝)들 외에 후대의 황제들에게는 '조'를 붙이는 일은 거의 없었고 고려(高麗) 시대에도 '태조' 외에는 모두 '종'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조'와 '종'은 원래 격에서 차별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 시대에는 '세조' 임금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를 붙이는 것이 '종'을 붙이는 것보다 더 권위 있고 명예로운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후계자인 왕이나 신하들이 아첨하느라고 억지로 붙이는 경우도 있었고, 이것이 권력 다툼과 연계되면서 때로는 조정에서 큰 말썽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묘호는 한번 정한 후에 다시 개정하는 일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선조(宣祖)의 경우 처음의 묘호는 선종이었으나 나중에 허균(許筠)과 이이첨(李爾瞻)이 왜란(倭亂)을 극복한 '공'을 주장하여 이를 '선조'로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선조'는 인조(仁祖) 반정 이후 허균 등 북인(北人) 세력이 쫒겨나고 서인(西人)들이 득세한 다음 실록(實錄)마져 다시 씌여지는 치욕을 죽은 후에도 당합니다. 또한 인조의 묘호는 본래 열종(烈宗)이라고 정하였던 것을 아들인 효종(孝宗)이 '호란(胡亂)'을 극복한 '공'을 인정해 달라고 불만을 표시하여 '인조'라고 고쳤으며, 영조(英祖)와 정조(正祖)의 묘호는 원래 '영종, 정종'이었으나 1897년 조선(朝鮮)이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으로 고치는 과정에서 고종(高宗) 황제의 직계 조상이라 하여 '종'을 '조'로 고친 것입니다. 이분들은 모두 당파를 극복하여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자 노력한 임금들로 공보다는 덕을 펼치신 분들이지만 이러한 원칙론보다는 이분들의 훌륭한 정치를 기려 '종' 보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던 '조'를 붙인 것이지요. 순조(純祖) 임금의 묘호 또한 처음에는 '순종'이었으나 돌아가신지 8년만인 1857년 '순조'로 개정됩니다. 아마도 홍경래(洪景來)의 난 등 여러 민란을 수습한 '공'을 내세운 것 같습니다. 한편 중종(中宗)의 경우는 연산군(燕山君)을 몰어낸 큰 공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중조(中祖)로 하자는 주장이 그의 아들 인종(仁宗)에 의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신료들의 반대로 그냥 '종'을 붙이는 쪽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왕위에 즉위하여 나라를 통치했지만 쫒겨나면서 종묘에 자신들의 사당을 갖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사당의 이름에 해당하는 묘호를 받지 못했으므로 단지 군호로써 불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연산군이나 광해군 처럼 왕위에 즉위하여 나라를 통치하였슴에도 쫒겨나서 묘호를 얻지 못한 이들과 달리 왕위에 즉위하여 나라를 통치하지는 못하였으나 후에 그 자식이 왕위에 오르면서 왕으로 추존된 이들에게도 묘호가 올려졌습니다. '성종'의 아버지인 덕종(德宗),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元宗-정원대원군), '정조'의 아버지인 장조(莊祖-사도세자), 헌종(憲宗)의 아버지인 익종(翼宗)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왕자의 신분으로 죽었으나 죽은 후에 아들들이 왕이 되어 국왕의 지위에 격상된 것입니다. 그러나 '선조'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德興大院君)이나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興宣)대원군은 왕자가 아니었고, 또 왕위 계승의 차례(항렬)에도 맞지 않아 왕으로 추존되지 못했습니다. 한편 태조 이성계(李成桂)의 고조부, 증조부, 조부, 아버지인 이안사(李安社), 이행리(李行里), 이춘(李椿), 이자춘(李子春)은 각각 태종 임금에 의해 목왕, 익왕, 도왕, 환왕의 칭호를 받았다가 곧이어 목조(穆祖), 익조(翼祖), 도조(度祖), 환조(桓祖) 등의 묘호를 받고 종묘에 배향되었습니다. 왕의 호칭에는 묘호 외에도 사후에 중국 황제가 지어 보내주는 시호(諡號)라는 것이 있고, 또 신하들이 그 왕의 공덕을 칭송하기 위해 지어 올리는 휘호(徽號) 혹은 존호(尊號)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조(이성계)의 정식 호칭은 '태조강헌지인계운성문신무대왕(太祖康獻至仁啓運聖文神武大王)'이었는데, '태조'는 묘호, '강헌'은 시호, '지인계운성문신무'는 휘호(존호)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