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2(목) 사순절 여덟째 날 묵상(출애굽기 12:47-49)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권리
이스라엘 모든 회중이 다 함께 이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 너희에게 몸 붙여 사는 외국인이 주님의 유월절을 지키려고 하면, 너희는 그 모든 남자에게 할례를 받게 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는 본국인과 같이 되어서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다.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제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 본국인에게나 너희에게 몸붙여 사는 타국인에게나, 이 법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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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은 종노릇 하던 이들에게 엄청난 기쁨의 사건이지만, 자유인이 되는 순간부터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됩니다. 더불어서 평등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집단의 비전은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일구어야 할 목표였습니다. 이스라엘 모든 회중이 유월절을 지키고, 모든 이가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명령은 이런 맥락에서 재해석되어야 합니다.
성서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읽으면 지금 여기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서는 전혀 쓸모없거나, 구시대로 뒷걸음질 치게 하여 고통을 양산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도 할례의 대상에서는 여성이 제외되고 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 질서가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에게 강제로 할례를 받게 하는 것도 문자적으로 읽으면, 종교의 강요이자, 외국인에 대한 차별입니다.
따라서 오늘 말씀을 새롭게 읽어내야 합니다. 유월절은 억압의 세력으로부터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노예 생활을 하던 자들이 계급 질서에 따른 차별과 노동력 착취, 비인간적 대우로부터 벗어나 더 나은 사회를 꿈꾸었고, 첫 출발을 한 날입니다. 매년 이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바로 과거의 구습으로 쇠락하는 것을 방지하며, 자신들이 일굴 새로운 나라의 비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비전에 동참하며 각자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상징으로 할례를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오늘날 할례 의식을 문자 그대로 반복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생명과 평화, 자유와 평등의 나라를 위해 책임지겠다는 확고한 다짐이 필요하고, 이것을 서로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혼란을 초래하며, 하나님 나라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준동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것을 내버려두면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처음 품었던 비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유월절과 할례에 대한 오늘의 재해석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서 다시 한번 하나님 나라의 비전에 책임을 다하는지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 기도 : 주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여 주소서. 혐오와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며, 하나님의 능력을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타락으로부터 거듭나게 하소서. 참 평화와 자유, 평등과 생명의 세상을 향해 헌신하며, 자신의 비전을 명확하게 드러내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차 한 잔과 함께 분주함을 덜어내면서 마음을 정돈하기
* 사순절 탄소금식(2/18-24. 플라스틱 금식) : 다 쓴 플라스틱 통에 리필하기(샴푸, 세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