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2,1-5; 로마 10,9-18; 마태 28,16-20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전교 주일입니다. 전교 주일은 1926년에 시작되었는데요, 10월 마지막 주일의 전 주일에 민족들의 복음화, 즉 온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선교에 대한 의식을 일깨웁니다. 본래 교황청 전교회를 후원하는 2차 헌금이 있는데, 내일 본당의 날 행사가 있는 관계로 우리 본당은 다음 주일에 2차 헌금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제98차 전교주일 담화문을 반포하셨는데요, 마태오 복음 22장의 말씀을 인용하여 “가서 모든 사람을 잔치에 초대하여라.”(마태 22,9 참조)라는 말씀을 제목으로 삼으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인용하신 마태오 복음 22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님의 비유 말씀인데요, 어떤 임금이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임금은 종들을 보내어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지만,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오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습니다. 이에 화가 난 왕은 군대를 보내어 그들을 없애고 고을을 불살라 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종들에게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라고 말합니다.
이 비유에서 임금은 하느님을 의미하고, 원래 초대받았던 이들은 유다인을, 그들이 죽인 종들은 예언자들을 상징합니다. 고을이 불살라진 것은 기원후 70년, 로마 군대에 의해 예루살렘이 불탄 것을 의미합니다. 왕은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초대하여라.”라고 말하는데요, 이는 모든 민족에게 구원으로의 초대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교황님은 이 비유에 선교의 핵심을 표현하는 두 단어가 등장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가서’와 ‘초대하여라’입니다. 교황님의 담화문 내용을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선교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도록 초대하기 위하여 ‘지치지 않고(instancabile: tireless)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치지 않고’ 말입니다. …
저는 이 기회를 빌려,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모든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환경에서 자신의 복음적 증언을 통해 이 보편적 사명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그렇게 해서 교회 전체가 주님이시요 스승이신 분과 함께 오늘날 세상의 ‘큰길’(crocicchi delle strade)로 끊임없이 나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비극은 예수님께서 계속 문을 두드리시지만, 안에서 두드리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내보내 드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교회는 주님을 ‘자기 것’처럼 여기며, 그분을 밖으로 보내지 않는 교회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선교를 위해 오셨고, 우리를 선교사로 부르고 계십니다.”
이 문장은 참으로 교황님다운 문장인데요, 요한묵시록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교황님은 “오늘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안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고, 하지만 교회가 예수님을 ‘내 것’이라 여기며 내 안에 가둬 놓고 밖으로 내보내 드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교회 전체에도 해당하는 말씀이고, 우리 각자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내 안에 계신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가셔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실 수 있도록 우리가 예수님을 밖으로 내 보내 드리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있는지 성찰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가서”라는 단어 다음으로 “초대하여라”라는 단어에 대해 해설하시는데요, 우리가 선교를 할 때, 강요하거나 압박하지 말고 성령의 열매인 기쁨과 인내와 호의로, 또한 친밀과 연민과 온유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담화문의 후반부를 인용해 드리겠습니다.
“세상이 다양한 잔치 즉 소비주의, 이기적인 웰빙, 부의 축적, 개인주의의 잔치를 제안할 때 복음은 하느님과의 친교와 다른 이들과의 친교 안에서 기쁨, 나눔, 정의, 형제애의 잔치로 모든 사람을 초대합니다. …
이 잔치를 미리 맛보는 것이 미사입니다. 미사는 성인들과 이루는 통공의 기쁨 안에 거행될 마지막 잔치를 실제로 선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특히 종말론적이고 선교적인 차원에서 살아가도록 부르심 받고 있습니다. …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라는 기도를 더 깊은 믿음과 열정으로 외쳐야 합니다. …
구세주의 말씀에 순종하는 교회는 모든 미사와 전례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는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고 있습니다. 매일의 기도, 특히 미사는 우리를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삶을 향하여, 하느님께서 당신이 모든 자녀를 위하여 마련하신 그 혼인 잔치를 향하여 걸어가는 희망의 순례자이자 선교사(pellegrini-missionari della speranza; pilgrim-missionaries of hope)가 되게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가서”와 “초대하여라”라는 두 단어 외에 “모든 사람”에도 주의를 기울이자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날에도 분열과 갈등으로 갈라진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서로 형제자매라는 것을 깨달으며,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누리도록 부르는, 온유하면서도 강력한 목소리입니다. …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 풍요로운 잔치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교황님의 담화문을 읽으며, 저는 제게 복음을 전해 주신 분들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저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유아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가 세례를 받도록 이끄신 분은 외할머니이십니다. 외할머니에게는 누가 복음을 전했을까요? 거슬러 올라가면, 목숨을 걸고 신앙을 받아들여 지켜주신 신앙의 선조들, 그리고 목숨을 내놓으며 이국땅에서 복음을 전하신 선교사들이 계십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발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입니다. 착한 일을 하게도 하고, 가끔 나쁜 일을 하게도 합니다. 일을 하게도 하는가 하면 운동을 하는데도 쓰입니다. 그중 가장 잘 쓰이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일에 쓰이는 것입니다.
지난주 은구비공원에서 열린 노은 한마음 문화제에서 우리 성당이 운용한 부스에 700명이 넘는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주일 학교 학생들의 활동을 담은 자료와 사진을 유심히 보고 가셨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가게 해 달라고 문을 두드리고 계신 예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주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가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우리의 문을 열어 드려야겠습니다.
* 교황님 전교 주일 담화문:
[담화] 2024년 제98차 전교 주일 교황 담화 | 전교 주일 | 특별 주일(주간)과 기도의 날 | 문헌마당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 이탈리아어본: Messaggio per la Giornata Missionaria Mondiale 2024 | Francesco
* 영어본: Message for World Mission Day 2024 | Franc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