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야 간다 제20편>
섬기행 / 통영 욕지도를 가다
5년 전 늦가을에 다녀왔던 통영 욕지도를 다시 가게 되었다. 그 당시 갔던 경목 산우회 멤버들에 새로운 친구도 함께했다. 5년이란 세월이 흐르니 참여 인원이 줄고 우리 부부를 포함 10명(남7, 여3)이 참가했다. 5년 전 그 당시에는 등산로 코스를 따라가는 산행이 주였다. 일출봉(190m)을 시작으로 망대봉, 대기봉, 천왕봉(392m)과 연화도의 연화봉(낙가산) 등을 두루 답사했는데, 이번에는 해안도로를 트레킹 하면서 바다 절경을 즐기는 섬 관광여행이다. 욕지도(欲知島)란 한자 이름에서 보듯이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란 뜻으로, 사슴이 많아 녹도(鹿島)라고도 불린다. 통영항에서 뱃길로 32km 거리의 남해상에 있으며 노대도, 연화도, 우도 등 156개의 보석 같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욕지도 본섬의 면적은 14.95㎢로 우리나라에서 48번째 큰 섬이다.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2박 3일 일정이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통영행 고속버스를 탄다. 아침 8시발이라 7시 40분에 탑승구에서 만나니 모두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길이라 어린애들처럼 들떠있다. 12시 10분 통영종합터미널에 도착하자 바로 택시로 삼덕항으로 향했다. 점심은 미리 예약한 "만송회 식당"에서 회덥밥으로 통일했다. 3시 반에 배는 욕지도를 향해 출항했다. 날씨가 차고 바람도 있어 난간으로 나가지 않고 배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을 감상한다. 난간에서 갈매기밥 새우깡을 던지는 여행객들 때문인지 많은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오고 있다. 한 시간이 좀 더 걸려 욕지도에 도착하니 해안도로 24km를 일주하는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예약 손님을 다 태우니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는다. 관광버스 2호차 송댓길이라고 소개한다.
처음 정차한 곳은 좌부랑개(座富浪)개. 일명 자부(自富)마을이다. 좌부랑개(座富浪)를 직역하면 부유한 물결이 머무는 자리로 풀이되는데, 이는 당시 고등어 파시(波市)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포구의 번성함을 상징한다. 좌부랑개의 개는 순수한 우리말인데 포구를 뜻한다고 한다. 가이드가 근대 어촌 발상지 거리를 설명한다. 5년 전에는 이런 해설하는 관광차가 없었는데—주점이 모여있는 향락골목과 옛 우체국, 목욕탕, 당구장도 있고 고등어를 염장하던 간독시설 모습도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바다 위에서 열리는 대규모 어시장인 욕지도 파시(波市) 설명판을 보면서 당시의 어촌의 호황을 느끼게 된다. 욕지도의 3대 특산물은 고구마, 고등어 그리고 감귤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특히 고등어잡이로 부유한 어촌을 일구었고,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으며 욕지도 인구가 2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2천 명이 안 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사진 1 근대어촌 발상지 좌부랑개 > . 자부(自富)마을 옆 푸른 잎이 울창한 산을 가리킨다. 통영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밀잣나무 숲이다. 일제 강점기 화목으로 남벌하던 시대였지만 잣이 큰 재산이었던 까닭에 강력한 감시로 이처럼 아직까지 욕지도의 아름다운 어부림(魚付林)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자부마을 입구에는 "욕지도 할매바리스타"란 간판이 유혹을 한다. 그리고 화가 이중섭이 1953년 욕지도에 머물며 항구 풍경을 그렸다는 곳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이중섭 전망대'도 보인다.
두 번째 쉬면서 해설한 곳은 해맞이장소로 유명한 새천년 기념공원이다. 욕지 일주도로의 정남쪽 천왕산 대기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자리한 새천년 기념공원은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기념공원이다. 새천년 기념탑과 타일 모자이크로 만든 물고기 벤치 등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옆에 이 지방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현존하는 언론인 출신 김성우씨의 "돌아기는 배" 문장비기 있고, 뒷면에는 그의 이력이 설명되어 있다. 김성우(金聖佑)씨는 이 지방 욕지도 출신으로 부산고, 서울대 정치과, 한국일보 기자, 편집국장. 주필을 거친 언론인이다. 그가 지은 자전적 엣세이집 "돌아가는 배"에서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향하리라"~ 그이 아름다운 글귀가 문장비에 새겨져 있다. 우리 일행인 A 전 국회의원이 김성우씨의 서울대 정치학과와 한국일보 기자 직속 후배라고 하니 해설하던 가이드가 깜짝 놀라며 이런 일도 있네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하며 반가워한다.
<사진 2 욕지도 새천년 기념공원>
새천년기념공원 전망대에서는 욕지도 출렁다리 3개가 다 보인다. 우측 끝 쪽 제1 출렁다리 앞에는 마치 부리가 긴 펠리칸 새가 먼 바다를 향해 둥지를 틀고 앉은 모습이 단연 시선을 끈다. 펠리칸 바위라는 명칭을 얻고 있는데, 욕지 10경의 하나이다. 제2 출렁다리와 제3 출렁다리 사이에는 거북바위가 앉아 있다. 다시 관광버스에 탑승하여 일주 코스를 달리며 욕지도 대표 절경으로 꼽히는 해안 절벽 앞에 솟은 세개의 바위섬 삼여도의 전설을 들었다. 유동을 지나 덕동으로 향한다. 유동 해수욕장 너머 동그란 원형 양식장이 시선을 끈다. 큰 원형 양식장은 국내 최초의 참다랑어 양식장이고 작은 원형 양식장은 고등어 양식장이란다. 덕동 해수욕장과 도동 해수욕장을 지나 잠시 삼백리 한려수도 전망대에서 먼 바다를 바라본다. 욕지도는 해안선을 따라 300리(약 12km)나 되는 한려수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사진 3 세개의 바위섬 삼여도>
관광버스는 방향을 돌려 제1 출렁다리 방향으로 갔다. 낙조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일몰시간 까지 비렁길을 걷기로 했다. 멀리 바위섬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열중한다. 제1 출렁다리를 건넌다. 흔들림이 심하다. 추락 주의 위험 표시가 겁을 준다. 큼직한 바위 위에서 낙조 바다를 배경으로 날개 짓을 하면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오늘 관광버스 투어는 이로 끝내고 숙소로 향한다. 저녁 식당은 5년 전의 그 식당이다. 그러나 식당 이름도 주인도 바뀌었다.
<사진 4 석양의 날개짓>
첫날밤이라 무조건 회 파티다. 참돔, 감성돔, 도다리회가 쟁반 가득하다. 일행이 가져온 양주 시바스리갈 20년산 한 병이 동이 났다. 술잔을 부닥치며 건배를 외친다. 팔학년 중에 이렇게 멀리 섬 여행을 다니며 즐기는 우리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듯, 감개가 무량하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해 내일 일정에 은근히 추위 걱정이 된다. 숙소는 난방이 잘 되어 편히 잘 잤다.
2일차 제2, 제3의 출렁다리 건너기 아침 식사는 봄 도다리 쑥국이다. 자연산 도다리 살고기가 가득하고 쑥 냄새가 진한 미식 타임이다. 도다리 구이까지 아침상이 풍성하다.
둘째 날의 일과는 한마디로 출렁다리 트레킹의 날이다. 9시 반경 섬 순회 버스를 타고 여객 터미널에서 배로 입항하는 아침 손님들을 태우니 만원 버스가 되었다. 우리 일행은 옥동에서 하차하여 욕지도 최고의 뷰카페라고 자랑하는 "Cafe 고래강정"으로 오른다 이 카페는 제2 출렁다리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일행은 여기서 제1 출렁다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결국 왕복하는 셈이다. 정작 걸어보니 낙엽이 깔린 최상의 걷기 코스였다. 코스 도중에 절벽 바위 사이로 도끼 자국 같은 틈새로 보이는 파란 옥색 바다가 절경이다. 예전 한산도 섬에서 보던 팔손이 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제2 출렁다리를 건너 제3 출렁다리로 가는 도중에 있는 바다 전망대는 수십 길 낭떠러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푸른 바다와 하늘 경계에 흰 구름이 마치 수채화를 붓으로 그린 듯하다. 걸어가면서 숲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물이 호수인지 바다인지 착각을 일으킨다.
<사진 5 도끼자국 뷰>
<사진 6 뷰카페에서 본 바다 비경>
제3 출렁다리로 가는 길은 계속적인 내리막길이다. 이렇게 내리막 길을 계속 가면 또 오르막이 될 텐데?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를 건너자마자 직선 오르막 계단이 시작되었다. 무려 300여 가파른 계단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1, 2, 3 출렁다리를 모두 건넜으니 출렁다리 트레킹이라 할만하다. 날씨는 음산하고 바람이 차지만 역시 남쪽이라 빨간 애기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소나무는 재선충으로 누렇게 변해 구제할 길이 없단다. 말라 죽은 그 높은 소나무 가지에 파란 송악 덩굴이 파랗게 올라타고 있다. 자연의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서 목표 지점인 새천년기념공원에 다시 왔다. 대기봉으로 오르는 욕지섬 모노레일의 건물이 보인다. 5년 전에 저 모노레일을 탔던 기억이 난다. 오전 트레킹을 모두 마치고 점심은 장어 사시미 전문점인 "욕지로 가는 길" 에서 가졌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바다장어 사시미다. 아나고 세꼬시는 많이 먹어봤지만 피와 뼈를 완전히 제거하고 아주 얇게 썬 장어회는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아구탕과 복국으로 배를 채운다.
오후 트레킹은 식당을 나와 좌부랑개(자부)마을을 지나며 대풍바위, 흰작살 해수욕장 방향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해안 바위에서는 낚시꾼 두명이 정답게 낚시줄을 던지고 있다. 무슨 고기를 얼마나 잡았을까? 멀리 거제도가 보인다. 아마도 긴 다리는 거제대교이리라. 미처 몰랐던 욕지도 이중섭의 길도 알게 되었다. 이중섭이 이곳 욕지도에 머물면서 <욕지도 풍경>을 그린 곳으로 지도상에서 보니 여객선 선착장과 욕지도 우체국 가운데의 해변이다.
오늘의 저녁 식사도 여전히 회 요리. 참동과 감성돔, 도다리에 고등어회도 추가시켰다. 고등어 주산지이니 당연하다. 고등어회는 기름진 고소함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지만 아주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므로 산지 활어라야 가능하다. 식사는 서더리탕. 술꾼에게는 술 안주로도 제격이다. 맥주 한잔이 주량인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안주라도 그림의 떡이다. 내일이면 귀경하는 날이다. 내일은 어디로 트레킹 코스를 잡을지 궁금하다.
3일차 욕지도의 봄맞이 여전히 오늘 아침도 8시에 조식을 했다. 백합죽인데 고소하면서 맛이 좋다. 백합죽은 조개의 여왕이라 불리는 백합의 진한 감칠맛과 시원하고 달큰한 맛을 내는 고급 죽이다. 예전 서해안 여행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짐을 챙겨 식당에 맡기고 간단한 차림으로 버스를 탔다. 9시 40분경 출발한 버스는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욕지도의 우측 망태봉과 일출봉이 있는 지역이다. 원래는 산행을 계획했는데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 해안 길 트레킹으로 변경했다. 야포 마을회관 앞에서 하차하여 일출봉 등산로 초입까지 가려다가 아스팔트 길이라 얼마간 가다가 되돌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옥동을 지나 독립투사 김희구 선생의 마을도 지나고- 걷는 길에 화장실을 찾으니 입석동 입석경로당이 보였다. 경로당에는 여성 노인들만 몇 명이 동양화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다. 도로변 주택이나 팬션이 있는 곳에는 정원이 있고 봄꽃이 피어 있다. 노란 유채꽃 그리고 동백은 물론 매화꽃을 보면서 봄을 실감하게 된다.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욕지도 일주관광 버스가 서 있다. 어제 우리를 태웠던 송댓길 기사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사진 7 욕지도에서>
11시 반경 짐을 맡긴 식당에 도착하였다. 일찍 점심을 먹기로 했다. 통영 삼덕항으로 가는 배 시간은 2시 15분. 식사 후 시간도 보낼 겸 궁금했던 우리 숙소 옆 "해녀포차"를 찾았다. 손님들로 북적인다. 야외에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고 해삼 멍게 그리고 거북손을 시킨다. 소주와 맥주에- 거북손은 처음 경험하는지라 까먹는 법도 배운다. 시간이 되어 선착장에서 기다리면서 이곳 특산물로 유명한 군고구마와 계란을 사서 조금씩 나누어 먹어본다. 드디어 배타는 시간이다. 배의 창가에 앉아 2빅 3일 여정을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보면서 회고해 본다.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간추려 추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넣는다. 예전에 다녀왔던 여행기도 다시 꺼내 읽어본다. 손안에 든 이 작은 스마트폰에 수백 편의 여행기가 담겨 있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통영 삼덕항에 도착했다.
통영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탄다. 이번 버스는 좀더 편안한 프레미엄 우등이다. 일요일이지만 내일까지 연휴라 다행히 고속도로가 그리 밀리지는 않아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까지 하고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다음에도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며--
<글, 사진 : 김수철(상학 62)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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