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어로
'랍'이란 받는다 는 뜻이고
'빠린야'는 졸업장이다.
말 그대로 졸업장을 받는 날, 오늘은 우리 학교 졸업식날이다.
태국에서는
국립대학을 졸업하면 왕족이 와서 졸업장을 수여한다.
그 중 제일가는 대학, 줄라롱콘 대학교와 치앙마이 대학교는
현 임금님, 푸미폰 국왕이 졸업장을 직접 수여했었으나
요즘은 연세가 많으시고 건강상의 이유로
왕위서열 2위의 시린돈 공주가 모두 수여한다.
하지만 작년인가부터 방콕의 타마삿 대학만은
서열 1위의 와지라롱콘 왕자가 수여한다는데
그 이유가 첫째딸이 졸업한 학교라서란다.
태국은 대학이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마하위티야라이 로 부르는 우리식의 종합대학교가 있고
라차팟 위타야라이 로 부르는 우리식의 4년제 전문대학이 있다.
이 라차팟은 교육대학이 전신이고
이제는 종합대학으로 승격되기 시작하였는데
라차팟 을 졸업하는 전국의 학생들은
방콕이나 각 도의 한 장소에 모여
한꺼번에 왕자에게 직접 졸업장을 받는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오늘이 그 졸업장을 받는 날이다.
나래수안대학교는 종합대학교인 관계로
시린돈 공주님께서 직접 행차하시어 주신다.
올해 졸업하는 우리 학교의 학생수가 7,000명이다.
학사,석사,박사 하고도
지방 분교의 학생들까지 하니 수가 많은데
그것을 공주님께서 일일이 수여하게 하시려면
많은 노력을 들여야한다.
1일이 졸업식인데 지난 일요일 28일부터 학교내가
엄중한 경비속에 들어섰다.
반 이상의 교내가 일방통행체제가 되었고
교문도 정문은 사용 금지,
후문과 옆문, 소문들만 통행한다.
학교에서는
VIP용 분홍용지와 학교교직원을 위한 노란용지에
주차직인을 박아 나누어주어
통행과 주차를 제한시키기도 한다.
학생들은 4일전부터 이곳에 도착해야한다.
3일동안 졸업식 예행 연습을 하는데
새벽같이 와서 대기하고 연습을 한다.
7천명의 학생이 6시간안에 받으려면
1분에 33명이 받아야하는데
한사람이 2초안에 받도록 연습을 한다.
졸업장을 받는 방법이 또 있는데
그 앞에 가면 다리를 살짝 구부려야하고
한 팔만 내밀어 손목을 돌려서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인 후 받는다.
처음엔 그 것이 하도 우스워서
왜 사람 앞에서 손을 한껏 까분 후 받냐고 물었더니
부족시대때부터 비롯된 방법인데
왕에게 가까이 가서 무엇을 받을 때
왕을 해할 것이 두려워
손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반드시 먼저 보여야 했단다.
남학생들은 그것을 술잔 꺾는 것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그 모양새가 비슷하기도 하다.
요즘의 우리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식에 참석도 잘 안하지만
이곳에서는 졸업식이 가문의 영광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린돈 공주님이라니 더 열심히 준비한다.
학생들이 졸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일인당 1만밧(약 30만원) 정도 든다.
학교에 식 비용 내고,
가운 빌리고, 옷하고, 와서 숙식해결하고...
보통 대학 졸업한 사람의 첫 월급에 해당하는 경비다.
그런데 반드시 경건한 모습이어야 하는데
염색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다시 검게 물을 들여야 한다.
구두도 검은 구두,
복장도 가운 안에 흰셔츠와 회색바지나 치마(교복 예복용임)를 입는다.
여학생은 머리도 반드시 얼굴이 전체 보이도록 올리든지,
뒤로 묶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머리도 예쁘게, 화장도 하려니
각 미용실이 엄청나게 붐빈다.
그러니 그 전날부터 미리 머리와 화장을 한 모습들이
보인다. 잠은 어떻게 자려구~~~~
졸업식장은 전체가 꽃으로 뒤덮힌다.
시린돈 공주님이 태어난 토요일의 보라색에 맞추어
보라색 기와 공주 문장, 사진 등이
학교 뿐 아니라 핏사눌록 시내를 며칠전부터 뒤덮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재학중인 후배들의 활동 또한 활발한데
각 단과대학마다, 각 과마다
사진 찍을 곳을 만든다.
올해 역사학과는 벽돌로 개선문 비슷하게 만들고
축졸업 이란 글자를 내걸었고
불어과는 에펠탑 모양으로 스치로폴을 깎아서
그 앞에서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이것들은 사진을 찍도록 한 후 돈을 받기 위함이다.
우리 어릴적의 그림배경을 실은 구루마 사진관같다.
그리고 각종 먹을 것과 학교 로고 등
여러 가지를 판매한다.
또 각 과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가
졸업생 선배들이 오면
동그랗게 에워싸고 큰소리로 과의 구호 등 외치며
졸업생을 축하해주고 200 또는 300밧의 돈을 받기도 한다.
주변의 장삿꾼들까지 와서
학교는 며칠째 난리법석이다.
이렇게 졸업식날 로 인해
핏사눌록 전체가 행사날이 되었다.
참. 공주님이 오시면
미리 통행할 거리에 앉아있던 시민들이
두손 모으고, 거의 길거리에 옆으로 엎어지는 모습으로 절을 한다.
우리네 백성들도 임금님 행차시 그러했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존경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받은 졸업장 을 찍은 학교공식사진사의 사진 한장은
집안의 가보로
제일 잘보이는 곳에 모셔진다.
그래서 태국인의 집이나 식당 등에 가면
왕족들에게 한 손을 내밀어 졸업장을 받는 낡은 사진이
한 두장씩 걸려있다.
참. 이곳에서는 학교의 수업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졸업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실상 모든 수업 과정은 2월말에 마치지만
각 왕족의 시간 분배에 의해 기다렸다가 받는데
나래수안대학교를 비롯한 종합대학교의 졸업식은
대부분 12월을 전후한 요즈음에 이루어지므로
졸업생들은 10개월 정도 직장생활을 이미 해서
우리네의 졸업생처럼 앳된 것이 아니고
성숙한 사회인 그 자체이다.
매일 학교에서 학생들과 사는 우리 선생들의 모습은 여전한데
그들은 많이 변화된 모습으로 와서는
'선생님, 여전히 나락(귀엽다는뜻)하네요~' 하면
기분이 좋을때도 있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또 한가지..
너무 오랫 시간을 앉아서 졸업장을 주어야하니
공주님께서 졸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졸업장을 떨어뜨릴때도 있는데
올해는 한개도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좋아한다.
태국 선생말이 떨어지는 건 다 졸업생 책임이란다.
공주님께서 손이 닿아서 넘겨주었으면
얼른 가서 받아야지 못 받았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