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돌아온지 하루도 안 되어서 난 친구의 결혼식 리허설에 참석해야 했다.
그러나 그 리허설은 나를 빼고 치러졌다. 내가 차가 없어서 그 친구의 식장까지 가질 못했기에.
친구는 늦은 밤에 날 데리러 왔다.
그리고 친구의 집에서 하루종일 축하객들을 위한 장미꽃 꽂꽂이를 도와주었다.
어머님의 표정에선 웃음꽃밖에 피어있질 않으셔서..난 처음엔 어머니께서 아닌지 알았다..
우리 엄마같으면 아마도 약간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텐데..
단 하나뿐인 외동딸이 내일이면 시집을 가건만..어머니께서 더 들떠하시고 좋아하셨다.
아버지의 눈엔 약간의 눈물이 고이시곤 곧 주무신다면서 2층으로 올라가셨다.
아버지가 없어서 그런가..그런 아버지의 돌아서는 뒷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내 가슴 한켠이 아렸다.
친구의 얼굴에도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친구와 단둘이 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먼저 자라. 피곤하겠다 어제 왔으니까.."
"아니야 괜찮아. 넌 왜 안 자니?"
"내일 신혼여행 가방 싸는거야.."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좋다."
"그래? 우리엄마가 더 좋아한다니까. 호호"
"기분 좋아? 어때? 내일이 결혼식인데.."
"믿어지지 않아."
"어이구..저 입봐라 입이 귀에 걸렸다 어이..그만 웃어."
"좋은걸 어떻게..^^"
어린 신부는 마냥 좋아서 웃기만 했다.
한국나이로 23살..
이제 24살이지..
그래도 젊은 신부인데..그리도 좋을까..빨리 결혼해서 안정된 삶을 찾고 싶다고 하던 친구의 희망이 내일이면 이루어진다.
친구가 짐을 다 쌀때까지 난 옆에서 말동무를 해 주었다.
친구가 외롭지 않게..그리고 내일이면 한 남자의 신부가 될 친구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친구와 난 아침일찍 일어났다. 어떻게 된게 내가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내 결혼식인냥..
친구를 깨우고 우린 샤워를 빨리 마친뒤에 머리를 하러 떠났다.
그러나 그 한인 미용실의 수도 파이프가 떠져서 온 가게에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대 청소야..
라고 하시던 내 친구의 어머님.
10시엔 시 부모님이 오신다고 했는데..이일을 어쩌나..하고 걱정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내 친구의 베스트 브라이트인 대만친구,쥬디도 왔다.
우린 금방 친구가 되었다 서로 들러리가 서로 챙겨주기도 했지만 수지의 친구의 친구란 점에서 빨리 친해 질 수 있었다.
단 두명의 들러리..원래 세명인데..한분은 남편분의 여동생.
친구의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 인간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어떻게 된거야?"
놀라는 쥬디에게 나도 잘 모르겠다고 이야길 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옆집에 있던 서점에서 친구는 요리책을 사고..난 일본어 사전을 샀다. 그리고 연탄길이란 책 시리즈까지..
오랜만에 다른 룸메이트 오기 전에 책이나 읽으면서 시간을 달래도 싶었다.
일본어 사전은 켄네 부모님께 다음에 올땐 더 늘은 실력의 일본어로 이야기 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렇게 책을 고르고 나니 미용실의 물은 거의 다 빠졌다.
우린 분주하게 머릴 하기 시작했다.
내 머릴 맡은 언니는 내 머릴 아주 곱게 손질 해 주셨다.
오죽하면 신부 머리보다 더 아름답게 해 주어서 내가 미안했을 정도였다.
아마 그 언니나름대로의 머리 코디가 있은 듯 했다.
어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쥬디에겐 깔끔하게 새색시처럼 머리를 그냥 단정하게 올리고 시누이 되실 분의 머린 그냥 자연스럽게 긴 생머리를 드라이 해서 약간 다듬기만 했다. 그리고 내 머린 하도 머리숱임 많아서 그런것도 있었지만..머릴 다 올리고 앞머리는 한쪽 가름마로 많이 타서 이쁘게 붙여버렸다..
아마 귀여운 이미지를 주려고 하신듯 했다..하하..거기다가 금가루까지..
아무리 생각해도..많이 화려했다..ㅡㅡ;
그래도 말 안 하고 있으면..남자같은 성격인지 모르니..내숭은 완벽했다.
분홍빛 드레스로 갈아입고..
그런데 가슴선을 너무 조여 버려서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내가 쓰러지거나 옷이 터지면 어쩌냐고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어쩌나..들러리인데..신부가 버티라면 버텨야지.
그리고 쥬디의 차를 타고 식장으로 따로 갔다.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자기차를 운전할수 없진 않은가.무슨 영화촬영도 아니고..
그리고 우린 서로 각자의 차를 타고 미국 디즈니랜즈 근처에 있는 호텔에 들어섰다.
그리 크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아담한 분위기의 호텔이었다 로비가운데가 뚱 하니 뚫어져 있고 가운데에 조그만 다리며 폭포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 둘레도 호텔방들이 있어서 결혼식을 가운데서 하면 다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엘리베이터까지 많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결혼식을 구경하는 이들도 많았다.
점점 하객들은 찾아오고..
들러리들과 신부..그리고 가족들은 떨리기 시작했다.
그 전에 사진을 다 찍어야 된다면서
우리들은 어색한 연기까지 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커텐을 확 쳐 보세요.
웃으세요..
서로 이야기 하면서 웃어보세요..
참 힘든 연기들이었다.
그래도 다들 즐겁게 그 연기에 맞추어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마도 그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고 있었겠지만..
내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건 수지의 아버님이셨다.
신부와 가까이 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보면 눈물부터 날까봐..애써 다른 곳으로 바쁘게 다니셨다.
벽 뒤에서 신부의 사진찍는 모습을 바라보시는 아버지를 볼때면 내 가슴이 더 아팠다.
식은 곧 시작이 되었다.
리셉션의 음식들이 날 점점 배를 고프게 했다.
식을 시작하는데..여자 들러리 중에 내가 가장 먼저 나가게 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아니..난 리허설도 못 했는데..무슨 말이야."
"먼저 나가면 돼..남자들이 먼저 다 나가고 여자론 니가 먼저니까 그냥 따라서 들어가면 되니까 걱정마."
"으아..내가 신부보다 더 먼저 나가잖아..으아..너무 떨려.."
오죽하면 긴 드레스 안에 감춰진 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을까..
아마 드레스가 짧았다면 내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통 날뻔 했다.
식은 시작되고 사회자의 설명에 따라 남자측이 먼저 들어갔다.
아니..걸음들이 왜 그리 빠른거야..
그리고 곧 나도 들어갔다. 천천히 걸으라는 사람들의 말은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빨리 들어가서 제일 끝에 서야지..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다행히 무사히 서고 다들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내 뒤를 따라 들어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버지와 내려왔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제일 가까운곳에서 신부를 볼 수 있다는게 너무 기뻤다.
그리고 주례가 행해지는 내내 내 얼굴에도 어느순간 아쉬움과 기쁨의 눈물이 글썽 거렸다.
비록 안지는 몇년 되지 않지만 그 친구의 행복과 모든 것을 같이 들어주고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잘 살았으면 하는 기도뿐이었다.
그 친구의 주례와 예식은 기독교 식이어서 찬송가가 많고 기도가 많았다.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었지만 친구를 위해서 난 기꺼이 기도를 같이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결혼식은 끝이 나고 우린 리셉션에 들어가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 리셉션에 들어가는데도..난 내 파트너 되실분과 팔짱을 끼고 들어서야 했다. 그리고 웃어야 했다..어찌나 힘든지..원..
켄이 봤으면 한소리 했을거다. 제일 잘 생긴 유부남 파트너셨기에..하하..
그리고 우린 단상에 앉아서 먹어야만 했다. 쥬디 말 그대로..우린 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밥을 먹은 뒤에 사회자가 여자들을 불렀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라고 말해도 내려오란다.
그리고 내려가서 부케를 던지는 받는 거였다.
나 말고도 많은 몇몇 여자들이 있었지만..내 키가 가장 컸기에..쉽게 난 부케를 받아내였다.
그리고 많은 하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수지를 다시금 꼬옥 안아주고 우린 사진을 같이 찍었다.
춤도 추고 밥고 먹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식으로 한복을 입고 폐백을 드렸다.
시 부모님 위주의 폐백이라 그런지 수지의 부모님은 멀리서 문 밖에서 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부모님되시는 분들도 좋아서 연신 웃으시고 계셨지만..밖에 서서 못 들어오시고 하객들 사이에서 고개 들어 보시는 수지 어머님이 안쓰러워보였다.
그때까진 늘 웃고 계시던 어머니의 얼굴에서 눈에서 약간 눈물이 고여계신걸 보았다.
수지의 어머님 얼굴이 우리 어머니와 비슷해서 그런지 더욱 나에겐 가슴이 미어졌다.
내 결혼식때도 우리 엄마 또한 저럴까..싶었다.
어머님은 나중에 들러리들이 돌아갈때 꽂을 하나씩 따서 주셨다.
"신형아 이 꽃 니가 가질래?"
"네 어머니 고맙습니다."
웃으면서 어머니의 꽃을 받아 들었다.
어머니도 힘없이 웃으시고 계셨다.
친어머닌 아니었지만..그 분을 볼때마다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났다.
이제 집에 가시면 그 넓은 집에 두분 혼자 계실텐데..
외롭지 마셔야 할텐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