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이해와 법률적 이해]
ㅡ kjm / 2021.8.26
우리 소시민들은 평상시에 논리적 판단을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법률적 판단은 더더욱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식적으로 판단합니다.
판단한다는 것은 이거냐 저거냐, 누구말이 맞냐,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냐, 좋으냐 싫으냐, 이쁘냐 안 이쁘냐, 돈이 되냐 안 되냐 등등을 가려내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이 소용이 없어질 때가 있습니다. 전쟁 상황이거나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 등의 아주 극단적인 상황일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식적으로 판단했던 것들이 연속적으로 깨지고 무너지는 사태에서는 자기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못믿게 되는 경우입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저게 왜 무너지지?" 하면서 말입니다. 연이어 삼풍백화점이 붕괴하자 "저건 또 왜?" 라며 분노심이 일어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멘붕 상태에 빠집니다.
그럴 때 논리적 판단이 요구되고 법률적 판단까지 필요로 합니다. 뭉뜽그려 생각했던 것들 사이사이에 경계를 두고 낱낱이 깨알같이 점검해서 판단하고 법에 저촉되는 건 없는지를 따져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신뢰해오던 상식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변호사나 검사나 판사처럼 처음부터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우선은 상식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법률적 판단을 요구합니다. 상식은 아예 배제되어 버립니다. 일상적인 일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리 모두 상식을 버리고 이제부터라도 법전을 들여다봐야 하는 겁니까?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법률적 판단이 얼마나 우월한지에 관한 사례들만 공부시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법적인 잣대를 가지고 재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험 하나를 말씀드리면, 제가 맨허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때입니다.
손님 한 분이 오셔서 세탁물을 맡겼는데 부주의로 손님 바지가 조금 상했습니다. 그러자 손님은 2,000불을 요구하고 대화(흥정)조차 거부하더니 곧바로 쑤(소송)를 걸었습니다. 그 손님은 변호사였더랬습니다. 결국 소송을 두려워한 우린 그가 요구하는 2천불을 고스란히 주고 말았습니다. 변호사들의 천국, 쑤의 천국 미국이라는 실감을 했고, 미국이란 나라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말았더랬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부수는 일들은 일상에서의 사고에만 있지 않습니다. 법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우리 일상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평생을 소송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소시민들은 법을 무서워합니다. 죄를 져서가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혹은 어떤 집단이 건건을 법대로 하자고 덤비면 누구나 당황스럽고 사색이 되어버립니다.
살면서 하는 일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부모님 건강도 챙겨야 하고, 자식들 공부도 신경써야 하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하고, 친척들 원망도 사지 말아야 하고, 부부사이에 수시로 이벤트도 계획해야 하고, 일일이 열거키 어려울 만큼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모든 일들이 법의 판단에 맏겨져야 한다면, 게다가 가족 중에 누군가가 구속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순간부터 일상 생활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가 일시에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된다고 가정하면 과연 어떤 이가 견딜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집단테러를 가하듯이 한 가족을 아예 도륙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입니까?
법치가 흔들리는 사회보다 상식이 무너지는 사회가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상식을 법이 대체하려 들면 열린 사회는 커녕 닫힌 사회로 가고 맙니다. 칼 포퍼가 울고 갈 지경이 됩니다.
우리가 원하던 사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그런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법이 만능인 사회가 과연 우리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겁니까?
법의 필요를 너무 과잉으로 포장해서 우리에게 강요하는 듯합니다. 뉴스를 봐도 아마 절반쯤은 법과 관련한 내용 같습니다. 이런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은 사회에서 숨조차 못 쉬면서 버텨내며 살아야 할까요?
질식할 것만 같은 꽉 막힌 사회로 가는 데 일조하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더 큰, 전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대의 미래는 행복할 것 같습니까? 어린 젊은이의 미래를 빼앗아 지워버리고서 당신은 희희낙낙해도 되는 겁니까? 그렇게까지 모질게 해 놓고서는 당신의 행복은 언제까지 유지되겠습니까? 유은혜 장관님!
K
※※ 참고의 글
[조민을 통해서 본 공정의 의미] ㅡ kjm / 2021.8.26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제 제기..!!
어느 서울의 유명한 대학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유명한 대학일 뿐만 아니라 특별히 고득점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인기 최고의 학과입니다.
어떤 A학생이 어차피 합격이 안 될 걸 알면서도 장난삼아 이 대학 이 학과에 입시 원서를 넣었습니다.
100명 모집에 99명이 응시를 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당장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400점 만점에 거의 대부분이 390점 내외의 점수로 합격했는데, A학생 점수는 200점에도 못미쳤습니다.
대학이 난리가 났습니다. A학생을 합격시킬 것이냐 불합격시킬 것이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과는?
오랜 논쟁과 논의 끝에 A학생에게 기회를 주자는 판단으로 합격을 결정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문제 제기를 하겠습니다.
어제 조민씨의 입학취소 결정을 한 부산대와 극적으로 비교되는 사례입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의 검찰처럼, 이 문제로 대학을 압수수색하고 수사했을 때,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교수들과 학장, 심지어는 최종 결정권자인 총장까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로 기소되고 구속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첫째, "불합격"이 공정한 판단입니까?
둘째,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됩니까? 그리고 재판까지 가야 됩니까?
여러분의 지혜로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참고로, 그 학생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자퇴를 했습니다. 아마도 수업(강의)을 따라가지 못했던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