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노인(619만 명)의 약 7%다.
이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본지는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7군데를 심층 취재했다. 노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원에 입소한 김모(87) 할머니는 “자식들과 같이 살 땐 혼자 있으면서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면서 “여기서는 맘이 편하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노인요양시설 환자 60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서비스 전반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81%였다.
하지만 가족들 손에 이끌려 들어간 환자도많다.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혈액투석 환자 한모(73)씨는
“자식들한테 집도 사주고 유학도 보내주고 그렇게 키워서 결혼시켰는데, 귀찮다며 나를 이런 데 넣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17일 경기도 부천의 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창가에 앉아 있다. 뇌졸중으로 3년 전 입원했다.
수족을 거의 쓸 수 없어 휠체어에 의존한다. 병원 관계자는 “가끔 딸이 찾아와 산책을 나간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생활환경이 좋아도 자식 등 가족이 찾아오지 않으면 버려졌다는 생각에 노인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6개월~1년 지나면 자녀의 부모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며 “처음엔 자주 오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연락도 안 되고 병원비를 체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 한 요양병원의 80대 초반 할머니는 가족(자녀 5명)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치매가 심해 누워서 지낸다.
병원 측에서 가족 측에 강제퇴원 방침을 내비치고 내용증명을 보내도 소용이 없다. 병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형제들끼리
병원비를 나눠 내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돈 문제로 싸움이 붙었다”고 전했다.
부모를 시설에 보내는 이유는 저마다 사정이 있다. 치매·뇌졸중 등 증세가 심해서 거동이 많이 불편한데 돌볼 가족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경남 양산의 요양병원에 부모를 모신 김모(58)씨는 “형제가 다섯이나 되지만 모두 생업을
포기하고 수발만 들 수는 없지 않으냐”며 “전문적인 시설에서 간병 받는 게 부모님한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 입소 이후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뇌경색으로 신체의 왼쪽이 마비된 박모(80)씨는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우울증 증세가 생겼다.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 5년째 입원 중인 이모(77) 할머니는
“화장실에 갈 수 있다고 해도 그냥 기저귀를 차라고 한다”며 “한 달 전만 해도 걸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힘이 없어
못 걷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 권순만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요양시설 입소 노인 3000명을 조사했더니 입소 전 요양병원(11.2%)이나
다른 요양시설(9.1%)에서 지내다 온 경우가 많았다. 권 교수는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입장에서 보면 노인들이 오면
수익이 늘기 때문에 놔주지 않고 자식들은 수발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시설에 있지 않아도 될 사람을 맡기는 경우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시설에 입소하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도 커진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시설에서 주로 노인 만성질환자를 돌보다 보니 시설 사망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가족과 지역사회가
노인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거기에 맞게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정종문 기자
요양보험 안 되는 요양병원 … 환자들 돈 때문에 옮긴다
[중앙일보] 입력 2014.06.19 01:46 / 수정 2014.06.19 05:22의료서비스 필요한 중증 환자도 보험 적용되는 '시설' 로 떠나
"두 곳 합친 중간기관 만들어야"
만성질환 으로 숨졌다. 만성질환의 특성은 오랜 기간을 앓는다는 것인데, 이들에게 간병과 수발이 절실하고 필수적이다.
집에서는 간병과 수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 보니 자식들은 부모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요양원)로 보낸다. 2008년 장기요양
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자식들의 수발 고통을 덜어줬다. 가족의 만족도가 90% 이상 높다.
그렇다면 치매 노인의 삶의 질은 얼마나 올라갔을까. 서울대병원 허대석(종양내과) 교수는 “노인 만성질환자는 가족이나 지역
사회가 돌보는 게 바람직한데, 시설 위주로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환자를 집에서 몰아내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2008년 요양보험제도 시행 전후 우후죽순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늘어났고, 이곳에 입소하는 환자들도 급증했다.
그런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구분이 모호하고 역할 분담도 제대로 안 돼 있다. 서울대 권순만 보건대학원 교수의
조사(2013) 에 따르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환자 구성이나 중증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충남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치매환자 박모(67)씨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았다. 요양시설에 갈 수도 있다. 박씨는 “요양시설에 가면
의사가 없어 불안해 요양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8인실에 머물며 공동간병인을 쓴다. 여기에 매달 약 50만원이 들어간다.
만약 박씨가 요양시설에 있다면 이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9~2012년 요양병원 환자를 분석했더니 32%(2013년 8만여 명)가 박씨처럼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시설이 아니라 요양병원에 있다는 이유로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요양병원에 6개월 이상 입원했으나 비용이 부담스러워 저렴한 요양시설을 찾아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추모(75)씨는 2년 넘게 안산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최근 요양시설로 옮겨갔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요양시설로 가면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해도 가족들이 비용 부담을 내세워 환자를 옮긴다”며
병원을 나서는 환자의 80%가 이런 경우”라고 전했다.
요양시설에 있어야 할 환자가 요양병원에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지난해 권순만 교수가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노인
3000명에게 물었더니 요양병원 입원자 중 실제로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전체의 55.2%였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 없어
요양시설에 가야 할 환자가 병원에 있는 것이다. 반대로 기관지 삽관 케어 등 의료서비스가 필요한데도 요양시설에
있는 경우가 30.3%였다.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원 교수는 “요양병원끼리 또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간에 과당경쟁으로 인해 일부 요양병원이
환자의 부담금을 불법 면제해 요양시설에 가야 할 환자를 붙들어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권 교수는 “두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효 교수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노인도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영국의 ‘너싱홈(Nursing Home)’처럼 간호사
중심의 준(準)병원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합친 ‘중간기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병원은 주거시설이 아니라 중증이 아닌 경증질환 노인이 요양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해 있다가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요양시설이 이런 역할을 하도록 주거 기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일본이나 유럽처럼 재가(在家) 서비스 중심으로 노인 요양의 틀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매년 지자체별로 의료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요양시설과 병원의 연계 방안, 재가서비스 계획 등 보건·의료·복지 연계 방안이 여기에 담긴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정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