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저희 집은 20년이 넘은 28평 복도식 구축 아파트입니다. 발코니가 일렬로 거실부터 침실까지 이어져있고 면적이 꽤 넓어 트지 않고 다목적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큰 공사인 구조 변경은 하지 않고 작은방 붙박이장 자리만 트고 복도 벽면 정리, 문지방 제거, 얇은 문선 시공, 주방 레이아웃 변경 등으로 최대한 깔끔하고 넓어 보이도록 진행했습니다.
인테리어 계기
잘 관리된 집이었지만 옛날 인테리어 스타일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집이었어요. 문지방이 남아있고 주방과 거실 공간이 분리가 되지 않아 냉장고가 소파 옆에 기둥처럼 서 있어야 하는 생활하기 불편한 레이아웃이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을 무척 사랑하는 저는 우리 개성대로 고쳐 살아보자 마음먹었고 예산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용기 내어 반셀프 리모델링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반셀프 공사 과정
베란다 외창 샷시(새시)를 제외한 올 철거 후 리모델링을 예산 3000만 원 (가구, 가전 구매 비용 제외)에 맞추어 진행하였습니다. 총 10개월여간 꼼꼼히 준비하고 공사 일정은 5개월 전 미리 예약을 하며 자재 구매도 직접 했습니다.
전기와 목공 공사는 집 전체 면적에 적용되기에 도면에 표시를 하여 전달하고 작업 반장님과 조율을 하며 시공했습니다. 미리 스케줄표도 만들어 공유해 앞, 뒤 각 공정에 주의가 필요한 사항도 미리 대처할 수 있었고 같은 날 일정이 겹치지 않게 조정도 해둘 수 있었어요.
어떤 공정이든 시공이 잘못되면 그다음 순서 시공에도 영향을 주고 후에 큰 하자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업자 분들과 조율과 소통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주셨고 이사 후 작은 하자 발생도 재차 방문하여 마무리를 해주셔서 잘 마쳤네요. 지금은 저희의 취향대로 집을 채워가는 중이랍니다!
거실
제일 먼저 소개해 드릴 공간은 거실입니다. 이른 아침엔 해가 잘 들어와 조명을 켜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밝음이 참 좋더라고요.
우리 집의 포인트로 꼭 설치하고 싶었던 폴딩도어! 거실 쪽은 개방성도 있도록 글라스 폴딩도어로 설치해 일반 샷시 보다 훨씬 확장감이 느껴져요.
발코니에 조립 마루를 깔아 거실과 이어진 듯 넓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폴딩도어의 강화유리 사이에는 고무패킹과 상하단 모두 문틈 막이가 있어 닫았을 때에 바람 차단도 확실하답니다.
발코니 쪽에서 바라본 거실과 주방 한쪽.
벽 마감재는 전체 LX지인 벽지로 시공했고 회벽 느낌이 나는 재질로 다운라이트가 은은히 비출 때 고급스러움이 배가 됩니다. 거실과 복도 등은 IOT 스위치를 설치했는데 다른 방에 있거나 집 밖에 있어도 어플로 켜고 끌 수 있어서 참 편리해요.
천고가 낮은 편이라 천장 매립 에어컨 설치는 어려웠고 기둥처럼 서있는 스탠딩은 자리를 차지해서 싫더라고요. 과감하게 벽걸이 에어컨으로만 거실, 침실 두 곳에 설치했습니다. 집 안 가득 시원한 바람을 채워주는데 충분해요.
바닥은 노바 마루의 블랙라벨 '블루밍오크' 강마루예요. 4개 브랜드의 강마루를 실제로 보고 비교해보니 당시 시중에 나온 것 중 가장 광폭인 신상이었습니다. 원목마루의 자연스러운 결과 무광 텍스쳐 등을 잘 살린 제품이라 최종으로 고르고 시공했는데 노랗지도 빨갛지도 않은 색감과 과하지 않은 무늬가 맘에 들어요.
주방 공간과 살짝 보이는 침실 입구! 집의 공간은 따듯한 컬러가 많았으면 해서 베이지 색감을 많이 활용했어요. 서로 다른 베이지 톤이지만 가구에 블랙과 그린 컬러를 활용해 무게감을 잡아주니 산만하지 않고 편안해 보여요.
주방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의 모습이에요. 주방은 저희 집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공간이랍니다. 냉장고가 있는 자리에 기존에는 가스레인지가 있었고 짧은 ㄱ자 주방 구조였던 레이아웃에서 철거할 수 없는 기둥벽 옆에 냉장고를 두고 대면형 주방으로 새롭게 만들었어요!
깔끔한 블랙 다리의 식탁과 의자를 아주 많이 찾아보고 직접 쇼룸에서 확인 후 구매했어요. 서로 다른 브랜드이지만 잘 어울리죠? 원형 식탁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었네요!
키친핏 냉장고가 아니라 조금 튀어나오지만 주방가구팀 실장님께서 1cm까지 꼼꼼하게 체크하셔서 최대한 싱크대 부분과 이질감이 없도록 가구 사이즈 조정을 해주셨어요. 상부장 부분도 여러 번의 수정 끝에 공간이 좀 더 넓어 보이도록 천장 상부는 띄우고 깔끔하게 2도어 장으로 설치했습니다. 좋아하는 아르호이 화병을 하나씩 모아 전시해두고 싶은 공간이에요 : )
아일랜드는 서랍 5개와 올인원 오븐레인지가 들어가도록 제작했어요. 구조상 주방과 거실이 이어져 있어서 중간에 위치할 아일랜드 가구는 화이트 컬러로 하면 너무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아 샌드베이지 컬러로 선택했는데 차분하게 마루와 잘 어우러져서 다행이에요.
동글동글한 벽 등이 유광 타일과 만나서 너무 예쁘죠. 조명 고를 때도 사이즈가 다양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귀여운 포인트가 되었어요.
한 동안 주방 벽면은 무광의 600각 이상의 큰 타일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는데 자료를 많이 찾다 보니 조금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윤현상재에서 이 타일을 발견했을 때 운명이다 싶었어요! 베이지 톤온톤으로 랜덤 컬러에 표면도 불규칙한 매력이 빈티지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네요.
늦게 도착해 막 자리 잡은 아르네야콥센 벽시계입니다. 실제로 보면 좀 더 존재감이 있는데 조명 때문에 흐릿하게 찍히네요. 깔끔한 스타일로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침실
침실은 블랙 프레임의 초슬림 폴딩 도어로 시공했어요. 일반적으로 세로선만 있는 프레임이지만 가로 철제 라인을 추가해 큰 격자무늬 창으로 보이도록 연출했더니 침실은 거실과는 또 다른 무드가 만들어졌어요. 포인트 벽 조명 위치에 맞는 액자도 걸 계획이에요. 아직 미완성 상태이지만 지금의 깨끗한 느낌도 좋네요.
침대는 위아래가 접히는 모션 베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윗부분을 올려 기대듯 앉아 신랑과 수다 떨다가 잠들기도 하고 주말엔 책을 읽거나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면서 뒹굴뒹굴하기 좋은 힐링공간이랍니다.
발코니 쪽에서 바라본 침실 모습이에요.
침실의 분위기를 한층 포근하게 만들어줄 펜던트 등을 달았어요.
침실 폴딩도어는 거실과 다른 느낌으로 양쪽으로 절반씩 접히며 개폐되도록 했어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자리예요. 집에서 주방 다음으로 오래 머무는 곳인데 딥 그린 컬러의 책상과 산 풍경이 담긴 패브릭으로 꾸며봤어요. 블랙 프레임 폴딩도어와도 잘 어울리고 아늑한 느낌이라 애정이 가는 공간입니다.
욕실
반셀프 리모델링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자료를 찾아본 공간은 욕실이었어요. 모아놓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타일과 도기도 실제로 정말 많이 보러 다녔는데요. 할인 품목으로 나와있던 블랙 타일을 보는 순간, 하고 싶은 컨셉이 명확해졌어요. 자재는 보통 시공 직전에 구매하는데 저 블랙타일은 품절될까 봐 무려 4개월 전에 구매해 두었답니다. 블랙과 베이지 조합은 진리니까♡ 은은한 베이지 타일과 마침 톤이 어울렸던 참나무 무늬의 이케아 하부장 조합으로 결정했습니다.
거울과 포인트 조명은 시공 직전까지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잘 지경이었지만, 이렇게 고급스럽게 잘 어울린다니. 나 자신 칭찬해! 호텔 화장실 같은 분위기도 언뜻 나죠?
코너 칼각 타일과 심플한 수건걸이가 참 딱 떨어집니다. 그리고 샤워 부스 시공을 의뢰하면 모두 똑같이 달리는 타월 걸이 가로 손잡이 아시죠? 뭔가 주르륵 걸쳐놓게 되는... 용납할 수 없어요... 제작 전 미리 말씀드리고 심플한 블랙 무광 손잡이를 따로 구매해 달았습니다. 뿌듯 :)
식집사에 도전을 시작했어요. 양재 꽃시장에서 어린 아카시아 나무를 데려왔는데 나뭇잎에 귀여운 보송보송 솜털을 잘 유지해주기 위해 분무기로 자주 적셔주어야 한데요.
드레스룸
드레스 룸 너무 리얼한 것 같아 살짝 민망하네요^^; 이케아 팍스 장으로 채웠어요! 붙박이장 제작을 고려했지만 한번 설치하면 이동할 수도 없고 매일 열고 닫는 옷장 문은 경첩만 헐거워질뿐 필요없을 것 같았어요. 시스템 행거는 사용해봤지만 살다 보니 어수선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이케아 팍스는 옷장의 형태로 섹션별 분리도 확실하게 할 수 있고 필요시 문을 달 수도 서랍을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옷을 어떻게 정리할지 필요에 맞게 설치하고 나니 만족스러워요.
거울로 보이는 장은 안쪽을 선반 구조로 짜서 가방과 모자 등의 액세서리를 보관하고 전신 거울 용도를 할 수 있도록 문을 달았어요.
취미방 (작은방)
취미방으로 부르는 작은 방은 미니멀해요. 신랑이 좋아하는 카메라 부품이나 게임기, 책과 음반 등 모두 장에 넣어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도록 정리했어요. 집의 다른 방과 무드를 맞추기 위해 베이지와 크림 톤으로 가구를 넣고 데코 소품은 블랙 컬러로 하나씩 모아볼까 해요.
김치 없이 밥 못 먹는 저희 부부는 김치 냉장고가 꼭 필요했는데 주방의 구조상 둘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쁘띠 딤채' 크림 컬러를 구매해 이 방에 두었는데요. 꼭 가구처럼 너무 잘 어울리죠?
현관
현관에도 독특함 한 스푼 얹어 봤어요. 저희 집은 복도식 아파트로 현관이 협소한 편이기에 오히려 과감한 시도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이 공간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분위기가 반전되길 바랐고 패턴이 있는 벽지 시공을 했습니다.
모던한 웜그레이톤의 수입 벽지를 사용했고 역시 직접 보고 구매해 벽지팀 반장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신발장은 이전 세입자분이 새로 설치하셔서 사용감이 괜찮아 기존에 있던 것을 재활용했어요. 바닥 타일과 톤을 맞추어 매트한 시트지를 붙였고 갬성있는 손잡이를 달아줬습니다. 부족한 수납을 위해 신발장을 반짝 사이즈를 추가로 제작하여 거울 도어로 설치하고 그 옆으로 가벽을 세워 포인트 벽 조명도 달았어요. 여러 친구들에서 칭찬받은 포인트 중 하나랍니다!
벽지는 화이트, 문과 문선은 베이지 컬러로 시공해 간결한 9mm 문선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벽지와 문과 바닥자재 컬러 구성에 따라 도어 스타일도 어울리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복도 뷰! 화이트 벽지, 베이지 문과 마루, 블랙 컬러 포인트가 잘 어울려요.
마치며
이번 저희 집 리모델링과 스타일링은 제 인생 가장 큰 프로젝트였어요. 오늘의집에 저희 집을 소개할 기회가 생겨 고생 보다 뿌듯하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더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신경 안 쓰는 곳 없이 모든 공간에 애정을 주고 있기에 천천히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고 시간이 가는데로 늘어나는 추억이 되겠죠. 그래서 아직 스타일링으로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점점 저희 부부의 삶을 담아내 보려고 해요.
반셀프 리모델링 정보와 저희 집 이야기는 제 블로그와 인스타를 통해서 더 자세히 업로드하겠습니다. 인스타그램 soryeo.home, 블로그 소려한 공간 놀러 와 주세요! 이 글이 여러분의 소중한 공간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참 기쁠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 아침입니다
조은 아침~~~~ 반갑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