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 100년 기념 대토론회 배우협회 발제원고중
-21세기 연극제작에 있어서 배우의 역할_이라는 부제로 권성덕 배우님이 쓰신 글이다.
(이글은 한국연극배우협회 12월 정기간행물인 배우신문에 실린 원고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연극은 영원한 수공업이다.
권성덕님은 영원한 수공업인 연극을 만드는데 있어서 연출, 배우의 몫을 간절히 얘기 하셨다
그중에서도 노배우?께서 배우들에게 몇가지를 당부하셨는데 그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다.
첫째,
배우는 많이 주라고 부탁하고 싶다.
희곡이 선택되어 읽기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배우는 상대역은 물론 연출을 위시해서 연극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주기를
시작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돈 주머니를 몽땅 털어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머리속에 떠오른는 상상, 기억, 연극 창조에 도움이
되는 모든 자료들을 아끼지 말고 겸손한 말솜씨로 연습장에다가 무대 위에다가 쏟아 놓으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다 주어가게 하자 다 주어가도 남는게 훨씬 더 많다. 그 많은 것이 다 내것이 아닌가?
둘째,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무한경쟁사회라는 것을 잠시도 잊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과거 어떤 선배는 남보다 한 시간만
덜 자도 생존경쟁에서 이겨 나갈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24시간을 꼬박 세워도 따라가기가 힘이 든다.
우리 속담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는 이 무한경쟁시대에 고여 있을 수가 없다.
내 집에 가만히 앉아서 미국 국회 도서관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컴퓨터, 인터넷 시대다. 웬만한 것은 봐도 감동도 없고,
먹어도 맛도 없고, 웬만한 사건은 사건 같지도 않고 웃음도 안 나오고, 흥미도 없다. 더군다나 매일 세계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일들은 세익스피어나 괴테의 작품세계 보다 훨씬 더 크고 잔인하고, 훨씬 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아찔한 세계에서도 배우들은 몸뚱이로 재표현, 재 창조를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 존재들인 것이다.
이 운명을 거부한다면 이미 경쟁에서 탈락한 것이다. 용감하게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스포츠맨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들은 해내고 있지 않은가? 비보이들은 지구의 중력까지 비틀고 있지 아니한가? 한국의 연극배우들도 이 영원한 수공업인
연극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데 피를 쏟는 노력과 뼈를 깎는 아픔으로 협조를 아꺼서는 안된다. 치열하게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누구의 이도령, 누구의 춘향이, 누구의 변학도, 누구의 허생, 누구의 배비장, 누구의 황진이하고 자기 이름을 붙인 연극
작품을 세계 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 이럴 생각이 없다면 쥐약 먹고 죽어야 한다. 쥐약은 너부터 먹으라고 하겠지만....
세번째,
싫어도 배우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운명이다. 엄청난 다독이 배우의 재산이란 걸 잊이 말아주시길 바란다.
이해랑 선생님을 가볍게 이야기한 분들이 가끔 있는데, 그 선생님의 독서량은 대단했다고 한다. 지방 공연때도 손에서
책이 떨어지는 것을 못봤다고 한다. [오셀로]에서 "이아고"역이나, [밤이로의 긴 여로]에서의 "제임스 티론"역의 명연기가
거저 나온 것이 아니다. 독서의 힘이었던 것이다.
네번째,
정신은 물론이고 육신의 건강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배우의 운명이다. 배우는 몸뚱이로 먹고 사는
동물이란 걸 잊지 말자. 지금같은 몸뚱이로 관객을 사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우리가 산다.
배우인 내가 살아가는 방법까지 자세히 제시해준 권성덕 대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매번 연습시간마다 듣는 소리였지만, 대 선배님께서 하셨다 하니 나는 배우인가?라는
생각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은 허덕일대로 허덕여서 새롭게 창조하기는 커녕, 없는 상상력에 피폐해진 모습 그대로 연습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오늘 만이라도 살아있는 배우, 숨쉬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
배우로 살아가는 이 세상의 사람들을 위하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