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을 찾아서
대한을 따뜻하게 넘기면서 주말 이틀 겨울비가 내렸다. 유난히도 포근하고 비가 잦은 겨울인가 싶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일월 하순 월요일이다. 주중에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팽창 남하하면서 우리나라는 한파가 엄습한다는 예보를 접했다. 어쩌면 이번에 찾아올 동장군이 올겨울을 마감하는 추위가 되려는가 싶다. 절기로는 소한 대한이 지났고 이월 초에 입춘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이웃 동 꽃대감 친구는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아파트단지 뜰에 가꾼 꽃을 소개해 왔다. 봄과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는 손수 가꾼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려 잘 봤다. 겨울에는 그간 피운 꽃이 맺은 씨앗을 모아 시청자들에게 나누는 자막을 내보냈다. 엊그제는 겨울을 나고 있는 두해살이 초본류와 여러해살이 구근류 화초들을 방영해서 눈여겨봤다.
월요일 아침 식후 자연학교 등교는 아파트단지 이웃 동 꽃대감이 가꾸는 화단으로 나가봤다. 늦가을 이후 초목은 시들어도 몇몇 화분과 여러해살이 초본에서는 초록 잎줄기를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히말라야 바위취가 궁금해 살펴봤다. 겨울에도 이파리는 싱그러움을 유지하고 분홍색 꽃망울을 내밀고 나와 대견스러웠다. 꽃대감 꽃밭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울 히말라야 바위취다.
꽃대감 꽃밭에서 히말라야 바위취 말고 관심이 가는 화초는 복수초가 있다. 복과 장수를 의미한다는 꽃이지만 얼음이나 눈 속에 핀다고 ‘얼음새꽃’이나 ‘눈새기꽃’으로도 불린다. 요즘은 정원에서 가꾸지만 이른 봄 고산지대 피는 야생화로도 아름다웠다. 지난해 봄 내가 여항산 미산령에서 몇 포기를 안아 와 분에 심었다. 휴면기를 넘겨 새봄에 움이 터서 꽃을 피워줄지 궁금했다.
꽃대감 꽃밭을 둘러본 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또 다른 곳에서 전해올 꽃소식을 접수하러 갔다.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퇴촌교에서 사림동 주택지구로 들었다. 사림천과 이웃한 단독주택 골목에 붉은 벽돌 담장에 드리운 영춘화 개화 상태가 궁금했다. 그 집 주인장도 아니면서 해마다 꽃이 피기를 기다려 피사체로 삼은 사진은 생활 속 남겨가는 글감이 되어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영춘화(迎春花)는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닌 원산지가 중국으로 알려진 목본 화초였다. 꽃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봄을 맞이하는 꽃이었다. 꽃잎이 개나리처럼 보여도 그보다 일찍 피고 목본 줄기 가닥은 더 가늘었다. 그간 빙점을 오르내린 겨울 날씨에 꽃눈은 부풀어 꽃망울을 화사하게 펼친 녀석들이 몇 송이 보였다. 입춘 이후 무더기로 피어날 꽃들은 눈짐작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사림동 주택지에서 창원의 집 근처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고 소답동으로 옮겨 갔다. 2일과 7일은 소답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차도 노변과 장터 저잣거리는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상인들이 물건을 진열하느라 손길이 분주했다. 사과는 기본이고 딸기가 한라봉과 같은 과일이 펼쳐지고, 고등어는 물론 동태나 오징어도 보이고 비등점 식용유에 즉석 어묵을 튀기는 중년 부부도 있었다.
나는 장터에 시장을 볼 의향도 없으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아까 지나친 과일전이나 어물전보다 한눈을 판 곳은 할머니가 펼쳐둔 노점이었다. 내가 이번 겨울 들녘에서 두 차례 캐 왔던 냉이와 어디서 채집했는지 궁금한 달래도 보였다. 봄은 바다로부터도 온다고도 하는데 물미역과 파래와 톳도 손님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해초들은 갯가 아녀자 수고스러운 손길이 닿았지 싶다.
장터를 벗어나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구룡사 앞으로 올랐다. 절집으로 가는 왼편 퇴기 백영월 비각을 살핀 후 근처에 있다는 그의 무덤은 찾는 데는 길 안내가 없어 헛걸음했다. 제주 기생 만덕의 선행에는 못 미쳐도 100여 년 전 창원에서도 퇴기 영월은 어려운 이웃을 구제했던 미담의 주인공이다. 북동 경로당에서는 음력 3월 18일 그의 기일이면 제사를 지낸다고 적혀 있었다. 2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