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청약으로 당첨된 사실을 모르고 해당 분양권을 샀다가 집을 뺏길 위기에 놓였던 '선의의 피해자'들이 3년 여간 법적 분쟁 끝에 구제됐다.
이 문제로 주택법이 바뀌었지만 소급적용 불가로 실질적 피해 구제가 되지 않아 사업 주체와 갈등이 지속됐는데, 소송을 제기한 시행사 측이 전격 취하하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린시티자이' 시행사 성연은 지난 11일 부정 청약 분양권 매수 41가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지난 8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신탁 제도에 따라 계약 취소권은 신탁사에 있기 때문에 시행사가 임의대로 계약 취소를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시행사가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당초 이 재판은 단지 내 7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고, 나머지 가구는 다른 재판부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완전히 구제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시행사가 신탁사와 협의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시행사가 모든 가구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포기하면서 당사자들은 소유권을 인정받고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 매매, 전세 등 재산권 행사를 금지한 가처분도 풀리고 일부 미등기 가구도 등록하는 후속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행사는 2016년 불법청약 당첨자로부터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수한 입주자 41명이 국토부 사후검증 과정에서 적발되자, 해당 가구의 공급계약을 취소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했다.
특히 이들 중 36가구는 국토부와 해운대구청으로부터 불법청약과 관계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청약으로 당첨된 분양권은 계약취소를 할 수 있다'는 주택법(65조2항)을 근거로 소송을 진행했다.
같은 이유로 전국 각지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자 국회는 지난해 주택법을 개정해 '선의의 피해자로 확인된 경우에는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조합과 시행사가 계약 취소 후 재분양하는 주택 공급가격에 대해선 보류지와 달리 시세를 반영할 수 없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관할 해운대구청은 재분양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시행사는 소송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시행사의 이번 결정은 최근 집값 하락 국면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금리인상 여파로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분양 시장이 침체되자 이들로부터 분양권을 회수해서 다시 공급해도 시행사나 조합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퇴거 위기에서 벗어난 주민들은 안도감을 나타냈고 다른 지역들도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린시티자이 입주자 A씨는 "지난 3년간 아무 잘못도 없이 시행사에 집을 내줘야 한다는 불안감이 지속됐고, 실거주 중인데도 투기꾼으로 몰려 마음의 상처도 컸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지역에서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선의의 피해자들의 원만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유사 분쟁의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문성준 법률사무소 한유 변호사는 "결국 시행사가 국토부와 해운대구청의 공식 입장을 받아들여 선의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따르는 방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며
"법원이 개정 주택법의 취지에 따라 선의의 매수인에 대한 취소권 행사를 제한하는 판결을 했기 때문에 향후 관련 소송에서도 법원이 선의의 매수인을 보호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거나 적극적인 조정 및 화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부정청약 분양권 문제로 매수자와 사업 주체간 분쟁 중인 아파트는 서울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4가구) 서초구 서초포레스타(1가구) 등 전국적으로 약 2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