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시원치 않던 고관절이 재발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던 그 고관절이 이상하게도
나아 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1년하고도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그간 입원과 물리치료를 반복하면서 상태를 보아 왔지만,
이건 상식을 벗어나는 양태이다.
해서 병원에 있는 후배에게 부탁을 했다.
얼마 전 일이다.
여보세요.
네 형님. 별일 없으시죠?
아니, 별일이 있다^^ 야, 너 작년 망년회 때 내가 목발짚고있는 거 봤지?
네...
그게 말이야..전에 아팠던 부위의 상태가.. 좀 심각하다.
등산지팡이에서, 다시 목발을 의지해야 간신히 걸어 다니는
상태이니 니가 수고 좀 해줘야겠다.
네, 형님...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후배의 도움으로 겨우 진료날짜를 잡았다.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서 최초 골절 시(2004년 가을) 찍은 X-ray와 가장 최근에
찍은(2005년 가을) X-ray 2매와 진료의뢰서를 준비하였다.
예약시간을 맞추기 위해 힘들게 겨우 운전대에 의지해 병원을 향했다.
준비해 간 X-ray를 본 의사선생님, 다시 한 번 X-ray를 찍어보잔다.
X-ray를 찍고나서 자료를 보면서 다시 소견을 들어 보았다.
의심이 가는 곳이 있으니 이번엔 MRI 촬영과 핵의학 검사를 해보잔다.
음, 역~~시, 심상치 않구먼. 느낌이 좋지 않다.
지난 2월1일의 일이다.
오후2시 핵의학 뼈 조직 검사 후 오후6시로 예정되어 있는 MRI 촬영을 위한
주사를 미리 맞았다.
오후 10시50분 MRI촬영을 시작하여 마친 시각이 대략 11시30분경이었다.
예약환자가 넘치는 관계로 24시간 운영체계란다.
약 40분 정도 걸린 듯하며, MRI 촬영 내내, 기계소음이 꽤 리드미컬하다.
한짱이 퇴근 후 병원을 방문하여 귀가 시 도움이 되었다.
2월13일의 일이다.
2월15일 드디어 검진 결과다.
담담하다.
한짱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담당선생님과 레지던트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분이 MRI촬영 영상을
보아가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최첨단 장비인 듯하다.
나와 한짱도 의사선생님의 어깨너머로 살며시 훔쳐보았다.
영어로 열심히 대화 중 이시다. 조금은 소외 된 듯 한 느낌이다.
대강은 알아듣겠다. 음...결과가 별로 안 좋다는 거지.
선생님, 괜찮으니까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왜 이렇게 아프죠?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서는 다 아물었다는 데요.
혹...시...암...입니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80%정도는...종양은 종양인데 양성인지, 악성인지는...
최근에 체중이 빠지신 적은 없습니까?
네, 거의 변화는 없습니다. 전 의학지식은 없습니다만, 제 몸 상태로 봐서
지난 2개월 동안의 몸 상태가 자꾸 악화되어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진료를 했던 다른 의사들은 단순 고관절골절이라 말씀하셔서,
전 그 처방과 지시대로 착실하게 잘 지켜왔고, 나름대로 체크를 해 왔었는데 좀
이상합니다.
의학지식이 없는 저로선 촬영사진 내용은 모르겠으나, 느낌상 저 영상의 종양은 거의
암으로 보여 지네요?
아직 단정은 어렵지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CT촬영과 조직검사를
해 봐야겠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수술 또는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결정
해야겠네요.
심각한 상태인가요?
조직 검사를 해 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습니다.
가급적 빨리 CT촬영과 조직 검사를 하고나서, 판단하시지요.
(속으로)음...매우 심각한 상태구먼.
한짱은 잠자코 듣고 있다.느낌은 파악하고 있는 눈치다.
나 역시 잠정적인 판단은 내렸다.
한짱과 함께 진료실을 나와 지정해 주는 검사날짜를 잡았다.
CT촬영과 조직 검사날짜는 빨라야 2월20일, 검사 결과는 27일이란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정사항이니 그저 그대로 따라야 할 뿐...
병원 일정에 무조건 맞춰야했다. 환자의 의견은 고려대상 밖이다.
얼핏 보니 한짱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다.
서방님 괜찮아. 얼른 수술 받으면 나을 거야^^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얼른 큰 덩어리 짤라 버리면 시원해지겠네...^^ 얼른 수술 받고 얼른 낫자.
그래 그러자~~그렇게 될꺼야..하하.
조금은 허탈한 웃음이 병원 천장에 힘없이 꽂혀버렸다.
채혈실에서 채혈을 하구, 일단 한짱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대를 잡고 달려오는 순간 상념에 잠겨본다.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느낌은 이런 거였구나.
그렇다면 현실은 현실,
이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 그간 무심히 방치해 놓았던 자료를 체크해보았다.
병원에선 보험회사 담당친구에게 자료 부탁은 해놓았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느낌이 80%이상은 암 인거 같은데요.
제가 어떤 혜택(?)사항이 되는 지 좀 알아봐 주셔야 되겠네요.
예? 아니,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씀을 하세여?
그럼 어떻게 물어봐야하나요? 하하
인생사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준비는 하고 살아야죠...
네 잘 알겠습니다. 이따 연락드리겠습니다.
만약....에...
어떤 치료과정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필요할 지는 모르지만,
그나마 보험 가입을 해 둔 것이 있어서 다소나마 위안은 된다.
(보험 꼬~~옥 들어 둬라...마치, 보험회사 선전같구먼^^)
불행 중 다행? 아프면서도 돈 걱정을 해야 하는 중생들...ㅎㅎㅎ
덧없음이다.ㅎㅎㅎ
사실...살아오면서 늘 마음의 준비는 해왔다.
떠날 때는 어떻게 떠나야 하는 지를, 그보다는 이렇게 떠나고 싶다... 를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지내왔기에 그저 담담하게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몸속에선 녀석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 지, 어떤 모습을 하면서 놀려대고 있는 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씩 통증이 동반되고 있다.
이젠 목발 없이는 제대로 몸을 가누기는커녕, 서 있기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체 , 그저 검사 결과만을 기다려야하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쉬고 있는 데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내일 시간 좀 내시죠?
왜?
내과적인 체크를 좀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내과는 제가 봐 드리도록 예약을 잡아 놓을 테니 내일 오십시오.
그래 고맙다.
2월16일 후배의 진료실을 찾아갔다.
예약은 미리 해놓아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정말 후배에겐 감사할 따름이다.
병원에서 다시 찍은 X-ray와 공유하고 있는 정형외과에서 보았던 MRI 사진을 보면서
소견을 피력한다.
먼저 이 후배를 통하여 상태를 다시 한 번 정확히 알아볼 것을 부탁했었다.
(대뜸) 암이냐?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제 분야가 아니어서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종양은 맞는 것 같은데
양성인지, 악성인지의 판단은 역시 조직검사 후라야 알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내과적인 소견은 너무 깨끗합니다. 전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구나. 그래 고맙다. 이번 일로 신세 많이 지고 있는 데, 너 고등학교시절부터
알고나서 몇 십 년 만에 니 덕 좀 보는 거 같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하하
근데 검사와 검사결과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냐?
네, 아무리 빨라도 조직검사 결과는 조직을 채취하고 나서 1주일은 걸립니다.
후배를 뒤로 하고 진찰실을 나섰다.
대기실 밖의 대기자들은 멕시코와의 축구경기로 온통 시선이 TV를 향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검사와 검사 결과 기다리다가 세상 이별하는 인생도 부지기수겠구나...^^
단정하긴 이를 지 모르지만, 가정해본다.
물론 요즘의 의술이라는 것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 정복되어가는 병은 점점
늘어가고는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에게는 얼마의 시간이 더 주어져 있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주변식구들의 노력과 눈물이 수반되어야 할까?를...
그걸 생각하면 미안 할 뿐이다.
흔히 병치레 하는 과정을 鬪病생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데 투병이라 함은 좀 전투적으로 보이기에, 조금은 핏발세우며 대처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기에...
기왕에, 어차피,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면...
바꾸어 생각해 본다.
나는 이 病이란 녀석을 잠시 친구처럼 데리구 놀다가 이 친구를 보내버려야 겠다, 라고...
그래서 鬪病생활이라 하지 않고 遊病생활이라고 함도 재밌겠다,싶어 표현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하여, 떠오른 단어가 遊病이었다.
어쨌거나 ,遊病이든 鬪病이든 길고 지리한 줄달리기는 이제 막 시작된 듯하다.
기운내세요 도선님. 저희 어머니가 작년 여름에 갑자기 대장암 3기 판정받으셨는데 전이가 없어서 바로 수술하시고 지금은 깨끗해지셔서 직장도 멀쩡히 다니세요. 정말이지 심장이 덜컥덜컥할 때가 많았는데 어머니는 '병에 안 걸렸으면 제일 좋겠지만 걸렸으니 치료해야지' 그러시더군요.
첫댓글 도선님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 꼭 이겨내세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도선님하고 한짱 큰언니처럼 의지 깊으신 분들이라면 꼭 이겨내실거에요.
도선님,한짱님...화이팅하세요!!!...
제동생 아팠을때도 암이네 수술하네마네하면서 많이 힘들었었는데..이겨낼 수 있어요..짐 동생 건강많이 좋아졌거든요..힘내세요..자꾸 한짱언니가 왜케 보구싶지..같이 수업듣던때가 너무 생각나..우리 위문공연?가여..정말 발표회라도 함 더 하까??
마치 타인의 얘기를 하시는듯 평정심을 유지하시고 그와중 '유병일지'까지 적으시는 치밀함을 보이시니...병마가 왔다가 '어이쿠 임자 만났네!'하고 돌아갈 듯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큰 수술3번, 작다면 작은 수술1번, 이렇게 4번 하셨어요. 그 중 암도 있었죠. 모든걸 이겨내시고 지금도 가족의 중심으로 꿋꿋하게 계세요. 도선님도 그러실거예요. 저, 기도할께요...
힘 내세요...
..........................힘내시길...
힘드신 와중에도 걱정하고 있을 저희들을 위해 도선님의 근황과 유병일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이런 의지와 긍정적 사고시라면 거뜬하게 유병생활 마치고 곧 저희들 곁으로 다시 돌아오시리라 믿습니다..힘을 내어주세요,,그리고 꼭 그 병마들을 물리쳐 주세요~!!!
29기의 든든한 후원자 도선님과 한짱언니는 꼭 이겨낼꺼예요..기운내세요..^^ 곧 찾아뵐께요..
여러분 격려 덕분에 힘내고 있어여...항상 웃으면서 유병일지 적으면서 여러분 생각하면서 이겨낼께요...반드시 물리칠께여...꼭!!!
너무 오래 놀면 안돼욧......
꼭 이겨 내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곱창먹으러 가요.
기운내세요 도선님. 저희 어머니가 작년 여름에 갑자기 대장암 3기 판정받으셨는데 전이가 없어서 바로 수술하시고 지금은 깨끗해지셔서 직장도 멀쩡히 다니세요. 정말이지 심장이 덜컥덜컥할 때가 많았는데 어머니는 '병에 안 걸렸으면 제일 좋겠지만 걸렸으니 치료해야지' 그러시더군요.
긍정적인 마음 먹으시면 꼭 금방 나으실 거예요. ^^
도선님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니 병도 금방 물러날거예요. 얼른 건강해지세요~
힘 내세요. 병이란게 마음먹기에 따라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도선님~~화~이~팅~~~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