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면에서 부곡으로
이틀 전 대한이 지난 일월 하순 화요일은 강추위가 엄습했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하고 우리 지역은 비마저 잦았는데, 이를 무색하리만치 동장군이 찾아와 며칠간 지속될 모양이다. 겨울철은 북극발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주기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며 삼동을 넘기는데 이번이 최고 팽창기로 올겨울 막바지 추위가 아닐까 예상된다. 다가올 절기 입춘이 열흘 뒤 대기 중이다.
새벽녘 잠을 깨 지기들에 아침 시조는 준비해둔 ‘삼지닥꽃망울’에서 ‘영춘화’로 바꾸어 보냈다. 영춘화는 어제 사림동 주택지 산책길에서 본 꽃이었다. “초록은 단풍 들면 낙엽이 지더니만 / 가지는 넌출처럼 담장에 드리워져 / 이듬해 점지된 꽃눈 겨울 햇살 받았다 / 서릿발 설까 말까 빙점을 오르내려 / 아직도 동장군이 어디서 엿볼 텐데 / 입춘을 열흘 앞두고 노란 꽃잎 펼쳤다”
새날이 밝아올 자연학교 행선지는 도서관이 아닌 일기를 감안 물색해둔 다른 곳을 택했다. 올겨울 몇 차례 비가 왔던 날에 도서관으로 나가 머물러 열람 터울을 주어도 될 듯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야외 활동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인데 예상 동선은 실내나 마찬가지라 날씨와는 무관하게 보낼 일정이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올 일인데 거기가 북면 온천장이 아닌 창녕 부곡이다.
어둠 속에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정류소에서 불모산동에서 첫차로 출발하는 102번 시내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동정동으로 나가 북면 마금산 온천으로 가는 17번으로 갈아타 마금산 온천장까지 갔다. 여기까지는 일반적 온천욕과 같은 동선이나, 마금산에서 한 번 더 이동할 곳이 기다렸다. 난 창녕 영산에서 부곡을 거쳐 북면으로 오가는 영신교통이 일일 세 차례 운행함을 알고 있다.
그 버스가 도착할 시간보다 이르게 북면 종점에 닿았다. 마스크를 끼어도 볼에 스친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어둠이 걷혀가는 차량도 인적도 없는 들녘으로 나갔다. 풍경 사진 찍기 좋은 시간대가 일출 전후 30분임은 익히 아는 바다. 백월산 자락이 흘러내린 월계마을 방향에 음영으로 드러나는 실루엣을 폰 앨범에 담았다. 장갑을 벗었더니 손이 무척 시려 왔다.
북면 종점에서 일출 전 백월산 능선 풍경 사진을 찍고 부곡으로 가는 창녕 군내버스를 탔다. 창녕군에서 새해부터 버스 요금을 기존 14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어 시행해 창원 사람도 구분 없이 적용했다. 본포다리를 건너 학포에서 수다를 거쳐 부곡 온천까지는 30분이 채 걸리리 않아 닿았다. 부곡 정류소에서 거문마을이 가까워진 온천 특구 숙박촌과 대중탕 밀집 지역을 찾았다.
새해 첫날에도 부곡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왔는데 목욕비가 인상되어 있었다. 그새 5천 원에서 8천 원으로 올랐는데 창녕군 거주자는 6천 원을 받는다고 해 프런터 직원에게 지역민이라고 했더니 감해주었다. 건령이 오래되지 않은 호텔 사우나인데 이용자가 적어 혼잡하지 않아 좋았다. 평소 1시간이면 목욕을 끝냈으나 온탕과 열탕으로 오가며 느긋하게 2시간 걸려 마치고 나왔다.
북면으로 복귀할 버스 운행 출발 시각이 한참 남아 온천장 거리에 ‘부곡 온천비’ 비각이 있음도 알게 되어 둘러봤다. 버스 정류소 근처는 과거 부곡 온천을 상기한 르네상스관이 보여 들었더니 시선 끌 만한 전시장을 못 되었다.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까지 가는 한 할머니와 같이 북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더니 아침에 왔던 수다에서 인교를 거쳐 학포를 앞두고 본포교가 드러났다.
차창 밖으로 드러난 북면 수변공원 일대가 멋져 폰 카메라로 한 장면 남겼다. 승용차를 타고 지날 땐 다리 난간에 가려 보이지 않을 풍경이 버스 차창에서는 훤하게 펼쳐 보였다. 북면에 닿아 때가 늦어 한우 국밥으로 점심을 요기하고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올겨울 보기 드문 추위가 닥쳤다고 호들갑이라도 내가 누비는 자연학교 동선에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은 하루였다. 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