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 여자. 또 울고 있네?"
"아-..."
내가 어느 새 울고 있었는 지 재빨리 눈물을 훔쳤어요.
그러는 사이 내 앞에 털썩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버리는 남자.
허-, 그러고보니 내가 이런 사람을 알고 지낸 기억이 없는데-.
"근데 저 아세요?"
"뭐,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고."
"하_...저는 그 쪽 모르거든요?"
"이제부터 알면 되지, 아가씨. 그 새 염색에 파마까지 했네?"
턱을 괴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음에 허허하는 웃음만 흘리고 있는데-
성희와 단비가 주문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누구-?"
"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아, 친구들도 같이 왔었네. 핸드폰 좀 줘봐, 아가씨."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며 핸드폰을 달라는 남자예요.
나는 왠지 불안했지만 설마 훔쳐가기라도 하겠어~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줬어요.
그러자 남자가 받자마자 플립을 열어 이것저것 눌러요.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쨘- 저장완료!"
해맑게 웃으며 '절세미남♡'이라고 저장된 번호가 보이는 내 핸드폰 액정을
내 눈 앞에 자랑스럽게 보여주더니
다시-
"아가씨, 내 이름은 온 설이야. 연락해, 알았지?"
-라고 말하고는 '온 설'이라는 그 남자는 유유히 뒤돌아 가게를 나갔어요.
멍하니 그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쫒다가 창밖까지 시선을 옮기다가 눈이 마주쳤어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걸음을 멈추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두 팔을 크게 흔들어보이는 남자, 아니 온 설.
그러면서 끝까지 연락하라며 핸드폰을 보이며 소리를 질러요.
"꺄- 완전 멋있어! 저 남자 도대체 뭐야?"
"아씨, 번호 나한테 빨리 까봐! 내가 연락해야지~으히히"
역시나 나보다 더 난리를 치는 성희와 단비 덕에
내가 잠시 성희와 단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가 창문을 다시 한번 쳐다보자-
어느 새 사라져버린 온 설.
끄응-...내가 언제 저런 남자를 알고 지냈더라...
"으윽...속 메스꺼워..."
어제 머리도 했겠다, 나이트를 뚫어보자던-_- 성희와 단비를 겨우 말리고는-
나림오빠, 도경언니, 완도오빠, 혜정이 그리고 현준이, 지한이, 다현이까지 다 불러서는
늦게까지 '에로스(Eros)'에서 술을 마셨어요.
정말 어찌나 술빨들이 좋은 지, 한- 1시도 더 넘게 마셨던 거 같은 데...
음- 그 다음부턴 기억이 잘 안 나네.
집에만 왔음됬지, 뭐~~
"으으...잉?"
배를 벅벅 긁으며 방을 나왔는데 아무도 없이 조용한 집안-.
뭐지...?
지한이랑 나림오빠도 꽤 취했을텐데 어디 갔는 지 둘 다 코빼기도 안 보여요.
쾅-...
마침 현관으로 들어오는 지한이와 눈이 마주쳐 어디갔다오냐 물었더니만-
내 눈을 휙 피해버리고는 무뚝뚝하게 말하는 녀석이예요.
"다현이네."
"너 외박한거야?"
"어."
"나림오빠는?"
"완도형네, 며칠간 거기서 지내겠데."
"흠...그래? 밥은 먹었어? 라면 끊여줄까?히히"
"됐어."
다시 쾅-하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녀석, 쳇.
어젠 잘만 놀더니 오늘은 또 왜 저렇게 기분이 별로야?
나 혼자라도 라면을 끓여먹으려는 데 갑자기 지한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요.
"으아악! 누나들 왜 여깄어!"
달칵-.
"아- 씨, 다현이네 갔으면 걍 있지, 왜 다시 오고 지랄이냐아-."
"남자새끼가 치사하게, 쫒아내구-"
"우...우욱...나...쏠려."
그와 동시에 아무도 없는 줄만 알았던 지한이방에서 툭 튀어나오는 성희와 단비, 혜정이.
혜정이는 토가 쏠린다며-_-; 화장실로 뛰어가 마구 쏟아내고,
성희와 단비는 정신을 못차리며 춥다고 내 방으로 들어가 사이좋게 이불을 나눠덮어요.
그러더니 나에게 소리치는 저런 못된 녀석들.
"라면 다 끓이면 깨워~!"
"계란넣지 말고, 치즈 넣어죠!"
"우욱...욱...난 찬 밥...!"
"으이구- 알았어, 이것들아!"
우리는 치즈라면을 한 냄비 가득 끓여먹고는 찬 밥까지 말아서 싹쓸이해버렸어요.
정말 설거지가 필요없을 정도로 깨끗한 냄비, 풋.
"꺽-"
"아~맛있었다. 난 이제 자야지."
"하~아암, 나두."
혜정이와 성희는 또 잠을 자겠다며 내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단비와 나만이 남아있다가 내가 냄비에 그릇과 이것저것 넣어 설거지통에 넣었을 때
이빨을 쑤시던 단비가 말을 걸어와요.
쏴아아아-
"너 나림오빠랑 안 사귈래."
"어? 뭐라고, 단비야? 나 물소리때문에 못 들었어, 히히."
"후-...나림오빠 너 많이 좋아해."
"...아...나도 알아."
"이제 서율이랑도 끝났겠다. 나림오빠랑 사겨."
하_...!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는 단비예요.
서율이랑 깨졌으니 나림오빠랑 사귀라니, 그런-...어떻게 그래요, 내가.
그러면 안되잖아요. 나 아직 서율이가 많이...아주 많이 좋은데...
"왜 대답이 없어?나림오빠랑 사귀라구."
"갑자기 왜 그래-, 단비 너 나림오빠 좋아하잖아."
"푸하하, 내가? 너 설마 나 때문에 안 사귀는 거 아니지? 푸하하~장난이야, 장난~"
"도경언니도 있고..."
"도경언니 차였다며, 그러니까 너 사겨. 어차피 나림오빠도 너 좋아하잖아."
단비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술이 덜 깼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정말 나 무섭게 왜 이래.
마침 성희와 혜정이가 단비 목소리를 듣고 나왔어요.
"조단비, 너 왜 그래. 제이 아직 서율이 좋아하는 거 알잖아."
"언제까지 이서율, 이서율! 서율이만 좋아할 것도 아니잖아! 서율이가 돌아와주기라도 한데?!"
"단비야!왜 니가 흥분해서 그래! 제이 마음도 헤아려줘야지!"
"하...정말...권제이...난 니가 싫어."
"뭐?"
쾅.
성희와 혜정이마저 내 편을 들어주자,
단비는 내가 싫다며 점퍼하나를 들고는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도대체...하...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잘 놀았는데, 다들 왜 이래.
지한이도 좀 이상한 거 같고, 단비 너도...왜 갑자기 이래.
이유를 말 안 하면-
난 아무것도 모르잖아.
눈물이 왈칵 고여버린 나는 재빨리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냈어요.
성희와 혜정이는 한 숨을 푹 내쉬며 다시 식탁에 앉았고, 나는 하던 설거지를 마저 하는 척 했어요.
"미안해, 제이야."
"단비가 나림오빠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
"흐...전엔 안 그랬잖아, 왜...갑자기 왜..."
"어제- 기억 안 나?"
성희의 말에 어제 일을 떠올려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는 건-
우리가 잘 먹고 잘 논 거 밖엔 없어요.
"어제라니, 우리 다 먹고 마시고 잘 논 거밖에 기억 안 나. 무슨 일-...있었어?"
"후_...어제 너 술 많이 취해서 테이블에 머리박고 막 울었어-, 서율이 계속 부르면서..."
"흐-...서율아...서율아...이서유울..."
"어머, 제이 얘 왜 이러니-"
"하하, 권제이이! 정신차려! 완전 취했다, 정말."
계속 울면서 서율이 부르는 너 때문에 다들 너만 쳐다보고 분위기는 다운되고-...
우리가 막 너 정신차리라고 겨우겨우 달래고 있는 데,
나림오빠가 와서 널 막 안아주는 거야.
"울지마-권제이, 울지마. 이서율 이제 정하은꺼야. 잊어버려."
"정...하은? 하은이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 형?"
지한이가 정하은을 알고 있었는 지 나림오빠한테 물어보길래,
내가 너랑 정하은, 이서율 얘기 해줬더니 갑자기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서더니 나가는거야.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도경언니까지 갑자기 막 울기 시작하더니 나가버렸다는 거,
완도오빠는 도경이언니 바래다주고 오겠다며 또 가방들고 그 뒤 따라가고-.
넌 끝까지 울음도 못 멈추고 여튼 상황이 좀 개 같았다는 거지.
"울지말라고...내 앞에서 이서율 이름 부르지마-...제발, 권제이."
그러다가 안 그래도 단비 나림오빠 좋아하면서 꾹 참고 있었는 데 터진거야.
하긴- 그 다혈질이 그만큼 참은 것도 용했지만.
"그만 좀 해요!!!맨날 제이야, 제이야!! 제이가 오빠 싫다잖아!!!제이는 이서율이 좋다잖아!!!"
"...울지마, 권제이...울지마."
"정말...나쁘네, 지나림이라는 사람. 아주 날 병신 만드네."
"후_...조단비, 앉아라."
"왜...왜 하필 권제이예요...왜 하필 내 친구야...왜 하필-...왜! 왜 내가 미워하지도 못하게 그러냐구!!"
그렇게 단비까지 나가버리고,
"오빠, 진짜 너무하네요. 아무리 제이가 좋아도 그러는 거 아니예요."
마지막으로 내가 나림오빠한테 한 마디 날리고 혜정이랑 같이 단비따라 나왔지.
현준이도 뻘쭘해서 우리 따라나오고.
단비 우는 거 진정시키고, 위로해주고 있는 데-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나림오빠가 나오더니 너 맡기고는 어디로 가더라.
너는 막 서율이 부르는 것도 지쳤는 지 그냥 엉엉 울기만 하고, 자꾸 미안하다고 하고.
현준이가 너 업어서 데려다주고 집에 갔어.
"이게 끝이긴 한데-...니가 나림오빠랑 그 안에서 둘이 뭔 일이 있었는 지는 우리도 모른다-이거지."
"그렇게 큰 일이 있었던 거야...?"
"좀 크긴 했지."
"그나저나 제이 너 어떡해? 나림오빠랑 있었던 일 기억 안 나면?"
"하_...나도...나도 몰라."
*
이쁜 코멘 주신
백수4 님
READY 님
나쁜&당당한 여자 님
귀여운 앙마 님
소섯소설 님
김중심 님
모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엄청난 힘이 되요!♡
그 외에 묵묵히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까지 모두 다 사랑합니다!힛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남자 ‘온 설’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첫댓글 언제나 읽어도 재밋네요 ㅋㅋ [나의펫은 버림받은소녀??] 03.04가 나왔습니다 어여가서보세요 ㅋㅋ (홍보 이해부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큭 재미있써요!! ㅋㅋㅋㅋ 온설이름부터너무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온 설, 히히 이름부터 간지?ㅋㅋㅋ저두 이 이름이 맘에 들어요~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꼬인거냐고!!! 실타래 왤케 많이 엉켰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러게요ㅠㅠ여기저기 풀어야 할 실타래가 한 두개가 아니네요, 에휴..;ㅛ;
ㅜㅜㅜㅜㅜ 서율이랑제이랑 다시 엮어 놓으면 안되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잉-...아마 곧 다시 엮일수도, 아닐수도...;ㅛ;
어머 ㅋㅋㅋ어뜩해~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정말 어떡해요...ㅠㅠ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