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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러브 황우석! 원문보기 글쓴이: 진실을찾는사람
시골피디 2015.03.06 21:41
10년간 황우석 사건을 취재했으나 세상 앞에 좌절하던 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려 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정성을 모아주신다면 제겐 크나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시골피디 올림-
공판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마법사와 김선종은 법정에서 마주보고 앉았어.
마법사는 김선종에게 물었지. 왜 그랬냐구.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당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용서할테니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달라고 호소했던
그날의 통화를 기억하고 있느냐고.
“죄송합니다..”
마법사 앞에서 힘없이 고개만 떨구던 김선종 박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2008년 8월28일 오후 5시경에 펼쳐진 풍경이었지.
그 모습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남자가 있었어. 조용히 법정을 오가며 숱한
증언들을 자신의 수첩에 메모해왔던 이 남자는, 지난날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걸
폭로했던 피디수첩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어. 당시 피디수첩이 줄기세포
조작의 진범인 김선종 박사를 찾아가서 했던 말. 피디수첩 스스로 밝힌 영상에
분명히 담겨있던 그 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황우석 선생님만 다쳤으면 좋겠어요.”
“예, 황우석 선생님만...다른 사람들한테는 피해가 안 갔으면 합니다.”
“이건 황우석 박사님만 주저앉히면 된다 그런 뜻이예요.”
“황 교수님같은 경우에는 다음 주에 저희가 따로 인터뷰를 할 것이고 검찰수사가
시작될 겁니다.”
“황 교수님으로만 정리했으면 좋겠어요...그래서 젊은 분들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요.”
황우석만 주저앉히면 된다. 젊은 사람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랬어. 피디수첩은 그렇게 진범인 김선종과 거래를 한것이야. 피디수첩이 김선종의
진실을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간에 그건 저널리즘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거래였어.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했어. 그들은 김선종으로부터 줄기세포 조작의
실체적 진실 대신 황우석을 주저앉힐 수 있는 진실을 얻었지.
김선종은 황 교수가 논문에 실릴 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어.
실은 김선종의 가짜 조작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채 11개 줄기세포가 모두 진짜임을
확신한 상태에서 의문의 오염사고로 줄기세포들이 죽어버려 논문에 실릴 줄기세포들의
선명한 사진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남아있던 선명한 사진을 이리저리 편집해 마치
11개 모두의 줄기세포 사진인 것처럼 김선종이 부풀리는 걸 ‘그렇게 하라’고
묵인했던 것이었지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
마법사는 의문의 오염사고로 세포들이 죽었을 때 논문작업을 중단시켰어야 했어.
하지만 ‘오염사고야 흔한 것이니 그대로 진행하자’는 미국의 공동연구자 섀튼의
말을 믿고 논문을 강행한거야. 그 흠결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마법사는 김선종이
저질렀던 끔찍한 사기극의 모든 죄까지 혼자 뒤집어 쓴 채 희대의 사기꾼이 된 것이지.
모든 걸 잃고 내버려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마법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그는 다시 시작했어.
그를 따라 서울대에서 나온 스무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그는 복제 연구를 다시
시작했어. 경기도의 한 농기구 창고에서 말이야. 농기구 창고를 청소해 마련한
연구실에서 그들은 쪽잠을 자며 연구했어. 바깥세상에서는 ‘국내 최초의 복제 소
영롱이도 가짜,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는 황우석이 아닌 이병천 교수의 작품’
이라고 평했지만 그들은 보란 듯이 미국에서 10년 넘게 실패만 거듭했던 죽은 개
미씨 복제에 성공했어. 이어서 코요테 복제와 질병모델동물 복제가 줄줄이 이어졌지.
모든 성과는 수 십 편의 국제학술논문으로 입증 받았고...하지만 세상의 편견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
“정부는 황우석 박사팀이 신청한 줄기세포 연구승인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마법사는 수많은 동물복제 성과를 이뤄내고 있었지만 줄기세포 연구만은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어. 인간의 소중한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는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데 정부는 번번히 허가를 내주지 않았거든.
그 사이 현이는...불쌍한 현이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어.
“아빠, 그럼 나 이제 못 걷는 거야?”
그 날의 절망 이후 현이는 두 번이나 쓰러졌어.
첫 번째 쓰러졌을 때는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2006년 9월10일 아빠의 교회
10주년 기념예배를 끝으로 긴 잠에 들어갔지. 숨은 붙어있지만 아무런 거동을 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 그나마 심장 고동조차 멈추길 여러 번. 그때마다 현이의 가슴에
기계를 데어 가까스로 살려냈지만...
“아버님 더 이상 데면 가슴뼈가 견뎌내지 못합니다. 이미 골다공증이 왔습니다.”
더 이상 기계조차 데기 힘든 절망 속에서 현이의 가족은 마지막으로 마법사를 찾았어.
현이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달라고.
“황우석 박사님이시죠? 여기는 김 현군이 입원해있는 병원인데요, 환자의 가족들이
간절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김 현군의 체세포를 집도해 넘겨드릴 테니
박사님께서 인수받으러 오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계신가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워낙 간절하게 원하고 계셔서...”
“예,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연구원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마법사는 누워있는 현이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어. 그리고 말없이
의사선생님들이 채취한 현이의 체세포를 용기 속에 넣어 가져왔지. 그리고는 '언제나
연구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그가 어떻게 해야 현이의 체세포로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있는지' 많은 질문을 던졌어.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지.
현이의 체세포는 질소가스 냉동 용기 안에 고스란히 얼어붙어 있었어.
그리고 한 일 년 쯤 지나서였을까.
가뜩이나 좁아지고 있던 현이의 숨구멍이 막혔어. 아이의 심장박동은 점점 약해졌지.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심장박동을 자극하는 기계사용을 부탁하지 않았어. 더 이상
아이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눈물만 흘렸고 현이는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어. 2008년 8월8일이었지.
아빠는 현이를 위해 기도했어.
지금 현이 네가 가고 있는 그곳은 더 이상 누워있지 않아도 되고 휠체어를 타지
않아도 되고 목구멍을 손으로 막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 예쁜 여자 친구와 함께 밝게 웃고 있을
때면 아빠도 그 나라로 찾아 갈테니 그때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말고 웃으며 맞아달라고.
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은 조용히 치러졌어.
그곳엔 줄기세포가 희망이라며 몰려들던 수백의 기자들도 없었고,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할 때 몰려들던 더 많은 수백의 기자들도 없었지. 그 곳에 마법사의
연구원들이 찾아왔어. 그들은 현이가 안장되는 그곳까지 꼭 함께 해달라는 마법사의
부탁을 받고 온거지.
그러나 정작 마법사는 그곳에 오지 않았어. 아니 올 수 없었어.
현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소식을 듣는 순간 마법사는 현이와 처음 만나던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어.
"아저씨가 황우석 교수님이시죠? 히히 저 잘생겼죠? 아저씨 저 좀 일으켜주세요.
엄마하고 아빠가 저 때문에 많이 우세요."
"그래. 아저씨가 우리 현이 일어서는 그 날까지 열심히 연구할테니까 대신 현이도
웃음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해."
"네~히히"
그렇게 천진무구한 아이와 손가락 걸고 맹세한 그 날의 약속을 지키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리고 약속을 지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에 그는 현이의
빈소를 찾을 수 없었어. 대신 연구원들을 불러 끝까지 현이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는 목사님인 현이네 가족과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아이를
위해 기도했어.
“현이야, 다음 세상에 태어나거들랑 아프지 말고 고통 없이 살았으면 좋겠구나.
그 세상에서는 고통도 없고, 설령 고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치유할 기회는
줄 수 있는...그런 세상에 태어나기를 아저씨가 진심으로 바랄게. 아저씨가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현이의 죽음을 잊지 않았어. 잊을 수가 없었지. 비록 현이는 없지만 마법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또 다른 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어.
그에게는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세포, 1번 줄기세포가 있었지.
그가 처음 만든 이 세포를 일컬어 세상에서는 ‘체세포 복제가 아닌 처녀생식
줄기세포’라고 단언했지만 그는 그들과 맞섰어. 당신들도 나도 이 분야에서 공히
인정할만한 전문가들의 공동검증을 한 끝에 내 세포가 그래도 처녀생식으로 나온다면
내가 먼저 내 입으로 처녀생식이었다고 인정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단 한 달간의 어설픈 검증과 이를 뒷받침하는 외국 학자들의 논문을 근거로 나더러
수긍하라 하면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맞섰지.
그런데 하늘이 놀라고 땅이 펄쩍 뛸 일이 벌어졌어.
그 1번 줄기세포가 진짜 복제줄기세포라는 논문이 발표되었고 그 후 특허가 등록됐어.
멀리 캐나다에서 그리고 미국 특허청에서 마법사 이름의 복제줄기세포 특허가
등록된거야.
사람들은 그럴리 없다며 펄쩍 뛰었지. 그러나 미국 특허청은 분명 마법사에 대한
모든 의혹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3번의 거절통보 끝에 거부할 수 없는 물증자료를
건네받은 뒤 마법사의 1번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의 복제줄기세포 특허로 그 방법과
물질 일체를 인정하고 특허증을 건네준 거야. 때맞춰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앞을 다퉈 마법사의 귀환이란 특집기사를 실었어.
그때가 2014년의 새해 벽두였지.
미국 특허증을 확인한 그 남자, 앞서 법정을 오가며 조용히 메모하던 그 남자는
이번에는 예전 마법사가 사기꾼으로 몰려 서울대를 떠나면서 남긴 한마디...오열하는
연구원들을 뒤로 한 채 울먹이며 한 그 한마디를 떠올렸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언젠가 국민 여러분이
반드시 확인하게 되실 겁니다.”
미국에서 특허 받은 우리 기술을 썩힐 수 없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어.
사실 국민 여론은 그 어떤 조사기관의 응답을 통하더라도 70% 이상이 마법사에게
연구기회는 줘야한다는 입장이었지.
하지만 세상은 이번에도 기회를 주지 않았어.
대법원은 마법사의 사기혐의에 대해 무죄임을 선고하면서도, 횡령혐의에 대해
개인적인 착복은 없었다고 선고하면서도 연구비의 부적절한 집행으로 횡령 일부 유죄,
그리고 현행 생명윤리법에 없는 난자공여제도라는 걸 했다고 생명윤리법 유죄를
선고했어. 집행유예. 감옥행만은 면할 수 있었지만, 곧이어 마법사에 대한 서울대
교수직 파면조치가 정당했다는 판결이 확정됐고 법원판결을 근거로 정부는 마법사에게
여전히 연구기회를 주지 않았어.
그리고 그해 가을,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됐어. 지난날의 줄기세포 사건을 다룬 영화로
1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제보자'.
조용히 이 사건을 취재해오던 그 남자 역시 이 영화를 봤어.
그리고 현이를 떠나보낸 뒤 봉사에 여념이 없던 아버지 김제언 목사님 역시
이 영화를 봤지. 아무래도 영화속에 현이가 나오는 것 같더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서 말이야.
사실 그들은 그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했어. 영화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았거든. 황우석은 사기꾼이고 이를 고발한 제보자와 피디수첩은 우리 시대 진실의
파수꾼이라는 신념 아래 제작된 이 영화를 보고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어.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이딴 식으로 영화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목사님은 한숨만 쉬셨어.
“제가 알고 있는 황우석 박사는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저는 그 분의 인격을 지금도 존경합니다. 하지만 그 영화는 그 분의 연구기회조차
묻어버리고 있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법정에서 논문에서 숱한 진실이 밝혀진 10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편견이 과학을 덮고 일부의 진실이 전체의 진실을 덮어버리고 있었어.
그 남자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지.
그는 ‘황우석 라디오 더 매직’이라는 팟캐스트 라디오라는 걸 만들었어.
사실 그 남자의 직업은 라디오 피디였거든. 남자는 쉬는 날마다 라디오를 만들러
나갔어. 그런 남자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아내였어.
이 세상에서 그를 제일 잘 알고 가장 아끼는 사람.
“제발 그만 좀 해. 벌써 10년이야. 당신 새벽에 잠도 못 자고 도둑고양이처럼
나가서 글 쓴 거 책 쓴 거...특집 한다고 줄담배 피우며 밤새고 들어오는 거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지만 이젠 정말 안 돼. 나가지 마.
당신이 떠든다고 세상이 꿈쩍이나 할 것 같아? 제발 그만해.”
아내의 눈물 앞에 남자는 고개를 떨구었어. 다시는 쉬는 날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하지만 그 남자의 그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거짓말이었어. 남자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거든.
“그래 당신 말처럼 세상은 바뀌지 않아. 계란으로 바위치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남자가 지난 10년 간 수천 번도 더 중얼거린 말이야.
논문조작? 그래 잘못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기꾼이 아니야.
유죄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기회는 줘야해. 과학은 과학으로 검증해야 하니까.
자 이제 마지막 반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 남자의 정체는 뭘까?
무려 10년 동안, 주변에서 황우석 박사와 무슨 관계냐는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법정
오가고 논문 찾고 인터뷰해서 특집방송에 책 세권 낸 것으로도 모자라 라디오까지
다시 책 쓰겠다고 나대고 있는 그 미친 놈 말이야.
빙고.
그래 그 미친 놈이 바로 할애비란다.
궁금하지 않니? 마법사가 잘되든 못되든 아무 상관없이 잘 살고 있던 이 할애비가
그 복잡한 사건에 어떻게 해서 뛰어들었는지, 그곳에서 무얼 봤고 그가 추적한
마법사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지...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이 시간에..."
"......."
"헐...벌써 자고 있는 게냐?"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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