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거행된 유경촌ㆍ정순택 주교 서품식은 하느님께서 베푸신 축복에 찬미드리고, 새 주교들이 그리스도를 따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하는 기도의 자리였다. 또한 1만여 명의 서품식 참례자와 평화방송 생중계를 통해 현장을 지켜본 전국의 신자들에겐 기쁨과 희망, 사랑 넘치는 축제의 장이었다.
글=리길재 기자, 사진=리길재 기자 teotokos@, 이힘 기자 lensma@pbc.co.kr
▲ 유경촌 주교가 주교 서품 미사 후 퇴장하며 신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
▲ 정순택 주교가 주교 서품미사 후 퇴장하고 있다. |
▲ 한국 주교단이 주교품을 받는 유경촌ㆍ정순택 주교에게 안수하고 있다. 주교단의 안수와 서품기도는 주교서품 예식의 핵심이며 본질이다. |
▲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유경촌ㆍ정순택 주교의 사도좌 임명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
▲ 주교서품식에 참례한 사제단과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며 하느님의 은총과 성인의 전구를 청하고 있다. |
▲ 유경촌(왼쪽)ㆍ정순택 주교가 주교서품 미사 중 주교단의 영성체를 위해 성체를 쪼개고 있다. |
○…말씀의 전례에 이어 시작된 주교 서품식은 모든 이가 일어서서 '임하소서 성령이여'를 노래하면서 시작. 성령 송가를 마치자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임병헌 신부는 주례자인 염수정 추기경에게 주교 서품을 청원했고, 염 추기경은 새 주교들에게 사제직의 고귀함과 그리스도를 따름에 충실할 것을 훈시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새 주교들에게 △주교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인지 △복음을 끊임없이 선포할 것인지 △신앙 유산을 순수하고 완전하게 지킬 것인지 △항상 교회와 일치하고 굳건히 세울 것인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에게 충실히 순명할 것인지를 물었다. 또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며 구원의 길로 인도할 것인지 △가난한 이와 나그네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를 자비로이 돌볼 것인지 △길 잃은 양을 모아들일 것인지 △거룩한 백성을 위해 하느님께 끊임없이 기도하고 대사제직을 성실히 수행할 것인지를 묻자 새 주교들은 "예"라고 대답.
새 주교들이 세상에 죽고 하느님께 봉사할 것임을 드러내기 위해 제대 앞에 엎드리자 참례자 모두는 무릎을 꿇고 성인호칭기도를 노래하며 하느님의 은총과 성인들의 전구를 청했다.
주교 서품 예식의 핵심이며 본질인 주교단의 안수와 서품기도가 이어졌다. 이어 염 추기경은 새 주교들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복음서와 반지, 주교관, 목장을 수여했다. 반지는 하느님의 정배인 교회에 대한 주교의 신의를, 주교관은 성덕을 닦는 노력을, 목장은 자신에게 맡겨질 교회를 다스리는 직무를 상징한다.
○…서품식 참례자들은 새 주교 탄생을 감격 어린 눈빛으로 숨죽여 지켜봤다. 유 주교의 큰 형 유길촌(레오)씨는 "영광스럽고 기쁘고 감사하다. 하느님의 뜻대로 최선을 다해 봉사하시도록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고, 작은형 유인촌(토마스 아퀴나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제 시작이시니까 깊고 넓게 은혜롭게 신자들을 두루두루 보살펴 주시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유 주교와 동기인 김동원 신부는 "소신학교 때부터 함께 생활했는데 아주 신심이 깊고 마음을 담아 기도하는 '성인 신학생'이었다"며 "주위에서 사랑과 신뢰를 많이 받아 그때부터 '주교감'이라 생각했다"며 기뻐했다.
정 주교의 여동생 정유경(체칠리아)씨도 "주교님이 하느님의 도구로 쓰이기까지 하늘에서 부모님이 기도를 많이 하셨고 기쁘게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르멜회 총본부 총장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신부는 "5년간 로마에서 정 주교와 함께 일하며 친구처럼 지냈다"면서 "우리 수도회의 큰 영예"라고 기뻐했다. 정 주교의 부제품 동기인 정신철(인천교구) 주교는 "반갑고 기뻤다"며 "온화하고 영성이 깊으셔서 아주 훌륭한 주교가 되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주교단이 새로이 주교품을 받은 유경촌ㆍ정순택 주교에게 축복하고 있다. |
▲ 정진석 추기경(가운데)과 정순택(맨 왼쪽)ㆍ유경촌 주교가 축하식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 축하연 자리에서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주한 교황대사 파딜랴 대주교가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
▲ 유경촌 주교가 마지막 소임지였던 서울 명일동본당 신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 정순택 주교가 축하연 자리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서품미사에 이어 열린 축하식은 추기경과 주교들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음과 박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정진석 추기경은 두 명의 새 주교를 '쌍둥이'라고 표현하고, "2002년 염수정 추기경이 이한택 주교와 쌍둥이 주교 서품식 첫 번째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엔 쌍둥이 주교 서품식을 주례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복 많은 분이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도 "조폭과 주교의 공통점은 어디에 나타나도 주변 사람들이 슬슬 피하고 다가서지 않는다"고 말해 청중을 웃긴 뒤 "교회와 주교직에 덧칠된 세속적 권위를 벗겨내는데 늘 깨어있을 것"을 당부.
서울대교구 총대리 조규만 주교도 "8년 만에 동생을 봤는데 쌍둥이인 줄 몰랐다"고 말했고, 염 추기경은 "제가 소금 염씨인데, 소금도 열심히 기도하면 수정이 될 수 있다"며 "우리 모두 열심히 주님을 따라 수정이 되자"고 말해 신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신자들의 축하 열기도 식을 줄 몰랐다. 이날 명일동본당 신자들은 주임 신부로 있다가 본당을 떠나는 유 주교에게 애창곡 '자모신 마리아'를 합창했고, 유 주교가 북받친 감정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자 잠시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명일동본당 김경희(클라라)씨는 "잠깐이라도 유 주교님과 같은 사제를 만났다는 게 행복하다. 떠나보내는 마음이 너무 섭섭하고 아쉬워 차라리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선영달(아가타)씨도 "유 주교님은 직접 성당 화장실까지 청소하시던 분이셨다. 사제관에서 신자들에게 국수라도 한 그릇씩 대접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떠나게 돼 아쉽다는 말씀이 너무 가슴에 남는다"고.
봉쇄 수도원인 가르멜회 남녀 수도자들도 교구장의 특별 외출허가를 받고 서품식에 참례해 가르멜회 출신인 정순택 주교의 서품을 축하. 가르멜회 관구장인 이돈희 신부는 "반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신망이 두터운 분이셨다"며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수도회에서 떠나시는 게 아쉽지만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더 큰 일을 하실 것이니 기쁘게 보내드릴 수 있다"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가르멜회 수녀도 "영성적으로 목말라 하는 이 시대에 신자들이 하느님께 친밀히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자리를 옮겨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마련된 축하연에서는 원로 주교들의 축하가 잇따랐다. 윤공희 대주교는 "두 주교님 모두 건강하고 하루하루 기쁘게 지내시라"고 덕담을 했고, 장익 주교도 "마음이 든든하다. 열심히 잘하시리라 기대한다"며 기뻐했다. 이한택 주교는 "앞으로 큰일을 많이 하실 텐데 건강관리를 잘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박정일 주교는 "주교 생활에 충실하면 십자가는 무겁지만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축하연 자리에는 정 주교의 누나 정혜경(헬레나)씨가 젠 성가 '축제의 노래'를 불러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