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끝난데스- 라고 생각하며 친실장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실장석에게는 하늘에서 코로리가 떨어지는 광경이나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능력있는 마마를 만나 독립하고 춘자를 낳아 하양씨가 내리는 계절까지 자라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하고 친실장은 느꼈다.
보온재를 전혀 구할 수 없었다. 충분한 낙엽도, 낡은 수건 한장, 낡은 이불 한장 구할 수 없었다. 몇 년간 정부는 실장석 범람을 막고자 실장석 구제 정책을 다방면을 시행해왔다. 그 중 하나가 보온재를 각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것이었다. 낙엽은 모아서 처리장에서 불태워버렸으며 솜이불이나 기타 보온재가 될 수 있는 물건들 또한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별도의 비용 없이 처리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도시에만 효과를 미치던 이 정책이 이 시골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었다.
축사에서 나오던 폐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이상, 실장석이 겨울을 날 방면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친실장은 여름, 가을 내내 천쪼가리 하나하나 찾으려 노력했지만 쓰레기장의 봉지들은 실장석이 풀 수 없도록 강력하게 묶여 있었고, 어미가 독립 선물이라며 나누어준 면 또한 헤어져 영하의 바람을 그대로 새끼들의 몸에 전해줄 따름이었다.
그러다 겨울이 왔다.
[마마, 추운테치.]
장녀가 말해왔다.
[마마, 살려주는 테치. 안아줘 테치.]
차녀가 말했다.
[똥마마인테치. 이런 게 무슨 세레브인테챠...]
덜덜 떨며 사녀가 말했다. 그래도 추운지 몸은 제 마마의 곁이 꼭 붙이고 있었다.
봄에는 열마리의 새끼를 낳았건만, 이제는 세마리밖에 남은 새끼들이 차례로 말했다.
분충끼를 보이던 자가 기어코 제 성격을 드러냈건만 이제는 그것에 신경쓸 개제가 아니다.
[마마의 곁에 오는데스.]
친실장이 할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추수가 끝난 뒤, 농민들이 남긴 낱알을 바닥에도 깥고 새끼들 먹이기도 하였건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였다. 농촌의 겨울은 도시의 그것보다 춥다. 아무리 굴을 뚫어도, 논밭에 최대한 가까운 곳을 골라야 하는 특성상 주변은 허허벌판일 수밖에 없다. 가을이 되면 추수가 끝나, 불태워진 논에 바람을 막을 풀 한포기 없다.
[마마에게 안기는 데스.]
이제는 말할 수도 없이 입까지 덜덜 떠는 세마리 새끼들이 치맛속이든 옷 속이든 파고든다. 한기가 들었으나, 이제 곧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이제 곧인데스.
새끼를 품 안에 품으며 친실장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첫댓글 천쪼가리 하나 없이 용케도 첫눈까지 버틴데스
실장석의 처절함이 느껴졌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