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입원실이 비게 되면 입원을 해야 한다.
내일이 될 수도 있고, 1주일 후가 될 수도 있다.
검사 결과는 어제 미리 알았기에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다만, 정형외과 담당선생님으로부터 직접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했던
부분이다.
최종적인 병명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 다발성 골수종”이라 한다.
쉽게 말하자면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암이다.
이제 골수암과의 놀이는 시작된 것이다.^^
골수암과의 遊病놀이라....
과연 이 녀석은 어떤 얼굴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모습을 드러내고,
어떤 얄궂은 카드를 빼내들까?
한편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녀석을 효율적으로, 지혜롭게 받아주며, 놀아줘야 할까?
녀석이 짓궂게 심술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면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ㅎㅎㅎ
거의 병의 원인을 알고 난 후 취한 조직검사와 CT촬영을 마치고나서부터
아픈 부위를 향해서 점잖게 타이르고는 있다.
얘야,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우린 친구야,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내 몸 속에 머물러있지는 말아라, 적당히 놀다가 가 ^^
한짱하구 어제도, 오늘도 웃으면서 다짐했다.
기왕 받아야 할 치료라면,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밝고,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즐겁게 치료를 받으며, 골수암하구 놀자라구...하하...
물론 쉽지 않은 놀이가 되겠지, 생명줄을 갖고 노는 놀이인데...
어쨌거나 이 녀석, 원인을 굳이 따지자면, 외부적요인도 있겠지만
결국은 나로 비롯된 일이다. 그건 인정해야 된다.
스스로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하며,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간 몇 몇 의료기관에서 보여 준 이들의 안이한 태도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간의 정기적인 검진은 형식적인 검사에 불과했던 것인가?
誤診의 가능성은 없었는가?
그 들은 최선을 다하여 환자에게 성심성의껏 진료를 한 것인가?
나 역시 그저 평범한 凡夫에 불과하거늘...당연히 열 받는 입장이다.
암은 초기 발견이 치료의 관건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짜식들, 내가 한번 나서보마. 조금이라도 환자들의 입장에 더 다가 설수
있도록 할 수 있게, 그래, 객관적인 판단을 받아보마.
또 총대멜일이 생겼다.
향후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생각, 생각이 이어진다.
한편으론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왜 일까?
어제도 그랬다. 언제 다시 찾아뵙게 될 지모를 장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다.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고 분위기 잡으며 운전대를 잡고 깔깔거리던
한짱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힐끗 쳐다보니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쳐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나도 괜시리...
그저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하나? 미안할 따름이다.
이럴 때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운전 중인 지라, 조금은 걱정이 되어, 도중에 무리를 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그냥 앞 만보고 달렸다.
눈시울이 가끔 시야를 가렸다.
이런 것이 사람 살아가는 모습인거야. 이게 인생이야.
장모님과는 2시간의 짧은 만남이었다.
간단히 근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대접하곤 요양원으로 향해야 했다.
한짱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시는 장모님께 한마디 던졌다.
장모님, 당분간 못 찾아뵈어도 식사 자알~~~하세요.
왜 못 와? (5년 째 치매이시며, 요양원 생활 2년째이시다, 하지만 어제는
컨디션이 좋은 편 이셨다 )
응...서방님,,,이, 몸이 많이 아파서...
오후에 확진을 받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골수암이라 합니다. 좀 골치 아픈 녀석이라네여...하하.
당사자보다 지인들이 더 많이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설마...네엣?...아니....그래서...등등
염려를 해주는 고마운 말씀들...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 싶다. 감출 일도 아니고 ,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이게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인 것을...
돌아보면, 모든 삶이, 젊음이, 청춘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에게도 20대가 있었고, 30대가 있었고, 10대의 사춘기도 있었다.
마흔 번째 생일 때는, 난생처음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던 동료선생들한테
생일이라는 것을 고백하여 축하를 받기도 했었다.
불혹진입을 축하받기 위해서...40이 되었다는 게 뿌듯했었다.
그게 벌써 9년 전일이다.
어제,,,
마침 입원하게 될 병원에 근무하는 후배가 일요일임에도 병원에 출근을
한다고 하기에 부탁을 해 놓았었다.
전화가 왔다.
형 접니다.
그래...결과는...나왔냐?
음....네, 형...다발성골수종이라고 합니다.
다발성골수종? 그게 뭐냐? 암이냐?
전문분야가 아니라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괜찮테니까...나 진짜 괜찮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으니까...
있는 대로, 사실 그대로만 말해라...
......
영어병명으로는 뭐라 하냐?
“plasma-cell-myeloma" 인데요.
(아는 의사형님이 영어병명을 꼭 알아보라는 어드바이스가 있었다)
해석은?
골수종,,,형질세포암,,,
암의 일종이지?
네, 그건 맞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
고관절부위에 종양이 2개 있다고 합니다. 1개는 8센티,,,1개는 1센티 정도구요...
입원치료를 받으셔야 될 겁니다.
수술은?
수술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시게 될 것 같아요.
그건 담당선생님께서 판단하실 거예요.
음... 수고했다.
색시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둘이서 인터넷검색을 해보았다.
“plasma-cell-myeloma"
의학적인 지식이 백지인지라, 모가 몬지..나원 참...
공부 좀 했다. ^^
쉽게 말하자면, 결론은 혈액암의 일종이며“골수암” 이었다.
알고보니 무지 무지 심각한 병이다.
그래도 담당 의사한테 직접 듣지 않았으니 결론은 하루 유보하자,
고 했던 그 병명의 결론이 난 것이다.
다발성골수종,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암( 참나...)
사실 허허롭게,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거듭 마음을 잡아보고는 있지만,
막상 눈앞에 현실적으로 화두로 다가온, 생명과 죽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곰곰이 음미해 본다.
지나 온 발자취도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스쳐가는 기억 속의 사람. 사람들...추억..
생각의 끈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드디어 정형외과 담당선생님이 차트를 검토하고 있다.
“plasma-cell-myeloma"...이건 다발성골수종이라고 합니다.
이미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수집한 자료 덕에 이야기는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네... 어느 정도는 후배가 있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 알고 계시다니까...말씀드리지요. 다발성골수종인데요.이건...
형질 세포암이라고도 하더군요. 인터넷으로 좀 찾아보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병명은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치료는 혈액
종양내과에서 맡아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담당선생님은...
네, 예약은 이미 되어 있습니다. 후배가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선생님께서 지켜봐 주십시오.
네...치료의학이 많이 발전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네...치료 잘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형외과 선생님께 준비해 간 장애진단서 발급을 말씀드렸다.
5급장애로 써 드리게...
개인병원에서의 진단발급을 거절 받았던 바로 그 서류다.
묘한 심정으로 진단서를 받아 들고는,
색시의 도움을 받으며 혈액종양내과로 향했다.
선생님, 내용은 알고 왔습니다.“다발성골수종”이라 하더군요.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원론적인 얘기다.
일단, 입원하셔서 검사를 받으시고 나서 차분히 말씀을 나누시지요.
아마도, 자가 골수이식수술을 하셔야 될 거야요.
자가 골수이식 수술이요? 그게 뭐예요? 골수이식을 기증받아서 하는,,,그런?
그건 동종 골수이식수술이구요...
아, 네...그럼 죄송하지만, 제가 아직 잘 몰라서요. 학습 좀 더 하겠습니다.^^
치료비는 어느 정도나...(당장 현실적인 문제다)
(웃음 띤 얼굴로, 농담수준이다) 얼마나 예상하시고 계세요?
(한짱도 웃으면서...) 에쿠스 최고급 1대 값이요^^
같이 웃었다.
에쿠스 최고급 신형이 1억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다.
그 정도까지는 안 갈 겁니다.(웃음)
아,,,이거 벌어놓은 돈도 별로 없는데...선생님이 좋은 방안을 찾아주셔야
되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거의 농담 수준이다)
그래서 확진으로 알게 된 병명이 “다발성골수종” 이었으며,
가끔 매스컴에서만 접한 적이 있었던 골수암으로 분류되는 그
단어였다.
한짱하구 원무과로 향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과의 遊病놀이라...
돌이켜보면, 이보다 더 어렵고 고단한 인생 역경과 시련의 세월도
넘어 오지 않았는가,라고... 위안도 해 본다.
위기의 시기도 있었다. 큰 교통사고도 있었다. 아마 그 때도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 않았었다면, 최소 중상이었을 것이다.
이제사 밝히지만, 그 이후론 덤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세상을 보는 눈도 많이 바뀌었었다.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도 보이기 시작했다. 글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 판단은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시간은 진실을 증명해 주는 거니까...
또한
아침 햇살을 보면서 감사해 했다. 또 다시 새로운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노을을 보면서도 감사해 했다.
오늘 하루를 안전하게 보내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쓰고 있는 데 귀가 한 색시가 살짝 다가와 뽀뽀를 해준다.
^^...아이~~ 좋아라...ㅎㅎㅎ...
둘이서 까르르 웃었다. 고맙고 고마운 사랑스런 색시... 한짱...
어려울 때 힘이 되 주는 건 역시 가족뿐이다.
좋은 가족이 주위에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큰 위안이 된다.
잘 아는 분은 아니지만, 게시판 통해서 도선님의 글을 자주 읽었습니다. 힘든 시간,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시기라 믿어요. 선물하고픈 책이 있는데, 보내 드릴께요. 연락처를 몰라 글 남깁니다. 도선님 연락처 좀 아시는 분 알려주시와요.^^ 도선님 홧팅!!! 제 연락처는 010 - 8221 - 1949
첫댓글 색시 자랑 ㅋ
입원하셔서 잘 이겨나가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시고 좋은 결과를 기원합니다. 끝.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이 만병 통치약인건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습니다. 꼭 이기실겁니다!!! ^^
한짱언니 그림이 그려져요..역시..사랑스러워..
잘 아는 분은 아니지만, 게시판 통해서 도선님의 글을 자주 읽었습니다. 힘든 시간,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시기라 믿어요. 선물하고픈 책이 있는데, 보내 드릴께요. 연락처를 몰라 글 남깁니다. 도선님 연락처 좀 아시는 분 알려주시와요.^^ 도선님 홧팅!!! 제 연락처는 010 - 8221 - 1949
^0^ 나도나도~ 도선님 한짱님 연락처는 내가 알지롱~
도선님 016-247-5699
감사합니다. 잘 이기고 물리치고 라속으로 다시 돌아올겁니다.
병원일기4는 언제쯤 올려주실건가요...에피소드4가 기대가 되는군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투병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는 두 분, 대단하세요. 그런 긍정적인 마음이 질병을 반드시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성원하고 있는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