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미연(38·서울 불광동)씨는 요즘 아파트 견본주택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새 아파트들이 쏟아지는 이번 가을 분양시즌에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기 위해서다. 올해 안에 분양 받으면 4·1부동산대책에 따른 양도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다.
김씨는 8·28대책 이후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나오며 미분양이 속속 팔린다는 언론 보도에 분양 받을 생각을 더욱 굳혔다.
그런데 서로 다른 견본주택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의 화려함이 없어지고 실용성이 좋아졌다”며 “색조화장을 하지 않고 기초화장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가을 아파트 분양시장의 화두는 ‘□’(네모)다. 아파트들이 겉도, 내부도 모두 사각형을 닮았다. 외관과 평면에서 치열한 다양화·차별화 경쟁을 벌이던 아파트가 복고풍으로 돌아가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품질과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아파트가 실속형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성냥갑 아파트’로 불리며 ‘Y’자 등 다양한 외관 연출이 가능한 탑상형(타워형)에 밀려있던 판상형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이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분양한 래미안은 전체 616가구 중 판상형을 541가구(88%), 탑상형 75가구(125)로 배치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에서 단계적으로 분양되고 있는 아이파크시티의 판상형은 2009년 12월 2차 분양 때 40% 정도에서 지난달 말 3차의 경우 60%로 늘었다.
탑상형이 지배하던 고층 주상복합도 판상형으로 기울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분양할 와이즈 더샵 390가구 중 판상형이 366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9월 들어 10일까지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에서 판상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56%로 집계됐다. 2009년 15%에 불과하던 판상형이 2011년 46%으로 늘더니 올 들어서는 탑상형을 압도했다.
판상형이 늘어나는 것은 모양보다 실속, 조망보다 공간을 중시하는 주택 수요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판상형은 외관이 단조롭고 조망 범위가 앞뒤로 제한적이지만 죽은 공간을 줄여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물산 김상국 마케팅팀장은 “판상형은 탑상형보다 발코니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실제 사용공간이 더 넓어진다”고 말했다. 가족실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인 알파룸 등을 낼 수 있는 것도 판상형이 유리하다.
판상형 대 탑상형이 6대 4로 역전
주택수요자들도 판상형으로 몰려 지난 6월 위례신도시에 나온 위례 힐스테이트 전용 99㎡형에서 판상형 경쟁률은 35.7대 1이었는 데 비해 탑상형은 16.1대 1이었다. 위례에서 같은 시기에 분양된 래미안 위례신도시가 최고 39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통장 블랙홀’이 된 데는 이 아파트가 모두 판상형으로 설계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판상형 외관에 따라 내부도 사각형을 따라가고 있다. 아파트 내부 모양의 다양화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절정에 달했다. 삼각형·‘ㄱ’자형·타원형 등 파격적인 평면이 많았다.
지금은 탑상형으로 한껏 외부의 멋을 내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내부도 반듯한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가 부산시 용호동에 분양예정인 더(The) W는 침실·거실·주방 등을 모두 사각형 모양으로 설계했다.
아이에스동서 박정훈 홍보팀장은 “삼각형 등의 평면은 애매한 공간이 많아 동선이 복잡하고 실제 사용면적이 좁아진다”며 “공간 배치를 실용성게 가장 큰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내부 평면이 사각형 중에서도 가로가 긴 직사각형으로 길어지고 있다. 베이(bay·전면의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가 늘어나서다. 베이가 많을수록 방·거실 등을 앞으로 뺄 수 있다. 집이 크지 않아 베이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중소형도 웬만하면 4베이를 적용하고 4.5베이까지 나왔다.
신동해개발AMC는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에 분양할 롯데캐슬 센트럴시티의 소형인 전용 59㎡형에도 4베이를 적용한다. 신동해개발AMC 하인수 사장은 “창이 넓어 겨울에 춥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즘 유리창은 외부 냉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뛰어난 데다 햇볕이 집 내부를 따뜻하게 해줘 난방비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남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분양 중인 우남더퍼스티빌 전용 74㎡형은 앞에 방 3개와 거실, 작은 가족실을 들였다. 베이가 많으면 햇볕이 많이 들어 채광이 좋다.
요즘 집 크기의 공식이 깨지고 틈새 주택형 개발이 활발한 것도 아파트 구조가 사각형이어서다. 반듯한 모양은 집을 나누기 쉽다. 그 동안 전형적이었던 전용 59㎡(옛 24평형), 84㎡(옛 33평형), 101㎡(옛 40평형) 등의 사이에 51㎡, 74㎡, 94㎡ 등이 새로 생기고 있다.
동원개발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전용 84㎡형(600가구)와 전용 74㎡형(208가구)로 구성되는 동원로얄듀크를 내놓는다. 효성이 충남 천안에 분양예정인 스마일시티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에는 전용 51㎡형이 들어 있다.
동원로얄듀크 이성욱 분양소장은 “크기보다 가격에 민감한 수요자들은 일반적인 주택형보다 조금 작은 집을 찾는다”고 전했다.
베이 늘고 틈새 주택형 개발도 활발
사각형 아파트는 분양가를 내리는 데도 일조한다. 탑상형에 비해 건축비가 적게 들고 고급스런 외관 디자인에 신경을 덜 쓰면서 설계비도 절감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주택수요자들이 좀더 저렴한 주택을 찾기도 하지만 아파트 구조와 평면이 단순해져 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12일부터 청약접수하는 위례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1730만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같은 송파지역에 나온 송파 푸르지오보다 3.3㎡당 80만원 저렴하다.
반도건설은 다음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의 분양가를 평균 3.3㎡당 890만원에 책정했다. 모두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가구당 분양가가 3억원을 넘지 않는다. 지난 3~4월 분양 때 가격은 3.3㎡당 1000만원선이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포장보다 내용물이 중시되는 소비 추세에 맞춰 주택시장에서도 저렴하고 쓰임이 좋은 상품이 인기를 계속 끌 것”으로 전망했다.
김씨는 8·28대책 이후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나오며 미분양이 속속 팔린다는 언론 보도에 분양 받을 생각을 더욱 굳혔다.
그런데 서로 다른 견본주택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의 화려함이 없어지고 실용성이 좋아졌다”며 “색조화장을 하지 않고 기초화장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가을 아파트 분양시장의 화두는 ‘□’(네모)다. 아파트들이 겉도, 내부도 모두 사각형을 닮았다. 외관과 평면에서 치열한 다양화·차별화 경쟁을 벌이던 아파트가 복고풍으로 돌아가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품질과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아파트가 실속형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성냥갑 아파트’로 불리며 ‘Y’자 등 다양한 외관 연출이 가능한 탑상형(타워형)에 밀려있던 판상형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이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분양한 래미안은 전체 616가구 중 판상형을 541가구(88%), 탑상형 75가구(125)로 배치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에서 단계적으로 분양되고 있는 아이파크시티의 판상형은 2009년 12월 2차 분양 때 40% 정도에서 지난달 말 3차의 경우 60%로 늘었다.
탑상형이 지배하던 고층 주상복합도 판상형으로 기울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분양할 와이즈 더샵 390가구 중 판상형이 366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 2008년 분양된 타워형의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조감도와 삼각형 평면도(왼쪽). 다음 달 분양 예정인 성냥갑형의 부산 용호동 더(The) W와 사각형 평면도.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9월 들어 10일까지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에서 판상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56%로 집계됐다. 2009년 15%에 불과하던 판상형이 2011년 46%으로 늘더니 올 들어서는 탑상형을 압도했다.
판상형이 늘어나는 것은 모양보다 실속, 조망보다 공간을 중시하는 주택 수요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판상형은 외관이 단조롭고 조망 범위가 앞뒤로 제한적이지만 죽은 공간을 줄여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물산 김상국 마케팅팀장은 “판상형은 탑상형보다 발코니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실제 사용공간이 더 넓어진다”고 말했다. 가족실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인 알파룸 등을 낼 수 있는 것도 판상형이 유리하다.
판상형 대 탑상형이 6대 4로 역전
주택수요자들도 판상형으로 몰려 지난 6월 위례신도시에 나온 위례 힐스테이트 전용 99㎡형에서 판상형 경쟁률은 35.7대 1이었는 데 비해 탑상형은 16.1대 1이었다. 위례에서 같은 시기에 분양된 래미안 위례신도시가 최고 39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통장 블랙홀’이 된 데는 이 아파트가 모두 판상형으로 설계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판상형 외관에 따라 내부도 사각형을 따라가고 있다. 아파트 내부 모양의 다양화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절정에 달했다. 삼각형·‘ㄱ’자형·타원형 등 파격적인 평면이 많았다.
지금은 탑상형으로 한껏 외부의 멋을 내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내부도 반듯한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가 부산시 용호동에 분양예정인 더(The) W는 침실·거실·주방 등을 모두 사각형 모양으로 설계했다.
아이에스동서 박정훈 홍보팀장은 “삼각형 등의 평면은 애매한 공간이 많아 동선이 복잡하고 실제 사용면적이 좁아진다”며 “공간 배치를 실용성게 가장 큰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내부 평면이 사각형 중에서도 가로가 긴 직사각형으로 길어지고 있다. 베이(bay·전면의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가 늘어나서다. 베이가 많을수록 방·거실 등을 앞으로 뺄 수 있다. 집이 크지 않아 베이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중소형도 웬만하면 4베이를 적용하고 4.5베이까지 나왔다.
신동해개발AMC는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에 분양할 롯데캐슬 센트럴시티의 소형인 전용 59㎡형에도 4베이를 적용한다. 신동해개발AMC 하인수 사장은 “창이 넓어 겨울에 춥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즘 유리창은 외부 냉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뛰어난 데다 햇볕이 집 내부를 따뜻하게 해줘 난방비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남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분양 중인 우남더퍼스티빌 전용 74㎡형은 앞에 방 3개와 거실, 작은 가족실을 들였다. 베이가 많으면 햇볕이 많이 들어 채광이 좋다.
요즘 집 크기의 공식이 깨지고 틈새 주택형 개발이 활발한 것도 아파트 구조가 사각형이어서다. 반듯한 모양은 집을 나누기 쉽다. 그 동안 전형적이었던 전용 59㎡(옛 24평형), 84㎡(옛 33평형), 101㎡(옛 40평형) 등의 사이에 51㎡, 74㎡, 94㎡ 등이 새로 생기고 있다.
동원개발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전용 84㎡형(600가구)와 전용 74㎡형(208가구)로 구성되는 동원로얄듀크를 내놓는다. 효성이 충남 천안에 분양예정인 스마일시티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에는 전용 51㎡형이 들어 있다.
동원로얄듀크 이성욱 분양소장은 “크기보다 가격에 민감한 수요자들은 일반적인 주택형보다 조금 작은 집을 찾는다”고 전했다.
베이 늘고 틈새 주택형 개발도 활발
사각형 아파트는 분양가를 내리는 데도 일조한다. 탑상형에 비해 건축비가 적게 들고 고급스런 외관 디자인에 신경을 덜 쓰면서 설계비도 절감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주택수요자들이 좀더 저렴한 주택을 찾기도 하지만 아파트 구조와 평면이 단순해져 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12일부터 청약접수하는 위례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1730만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같은 송파지역에 나온 송파 푸르지오보다 3.3㎡당 80만원 저렴하다.
반도건설은 다음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의 분양가를 평균 3.3㎡당 890만원에 책정했다. 모두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가구당 분양가가 3억원을 넘지 않는다. 지난 3~4월 분양 때 가격은 3.3㎡당 1000만원선이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포장보다 내용물이 중시되는 소비 추세에 맞춰 주택시장에서도 저렴하고 쓰임이 좋은 상품이 인기를 계속 끌 것”으로 전망했다.
안장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