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에 8년여의 문방구 생활을 접고 가을 내내
제주도 우도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여행을 댕기다가 놀다가
병원서 큰 수술을 받고 한달을 근신(?)하는 동안 결심했습니다.
유학 간 딸이 있는 일본에 가자.
대신 패키지도 아니고 딸한테 직접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평생 보고싶었던 미시마 유끼오의 <금각사>를 보러
교토를 혼자 가보자~
해서 펄펄 뛰는 남편을 설득하고 시어머님한테는 거짓말하고
한달을 일본 공부를 했습니다.
기본 일본어는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기초적인 회화를 공부하고 경찰서는 어딥니까? 길을 잃었어요...등등은
다 수첩에 적고, 무료 해외전화하는법, 돈 송금받는법, 영사관 전화,
딸내미 주소 전화번호,특별히 싸다는 하루카 패스권도 끊어놓고, 교토 시내 버스노선표를 프린트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민박할 숙소 예약(재일동포)하고 도쿄로 넘어갈 야간버스 예매까지 해놓고 두둥..(정말 인터넷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드디어 떠났습니다.
알뜰하게 구경했지요.
민박집 아줌마는 깜짝 놀랍니다. 예약할 때만 해도 아가씬줄 알았더니
노친네 혼자서 나타났으니까요.
어쩌구저쩌구 일본말 필요없었어요.
스미마셍~과 도꼬데스가...요것만 가지고 잘도 다녔습니다.
교토에서 이박삼일 구경하고 야간버스를 타고 7시간 달려서
도쿄 신주쿠에 새벽에 내려서 또 전철 타고 딸내미 학교까지 잘 찾아갔습니다.
교토 북쪽에 위치한
가미가모진자는 마을 경치가 정말 좋고 평화로워서
다음날 다시한번 더 댕겨오고 거기서 교토역까지 20킬로도 안되어서
이번에는 구경하는 것때문에 시간이 안되었지만
다음에는 꼭 다시 가서 걸어서 내려오고 싶어요.
도쿄의 골목골목도 정말 이쁘고 아름다워서 매일 아침마다
하루 서너시간씩은 걸어다녔답니다.
불법주차 없고 쓰레기 없고 사람도 별로 없고
특히 인간미도 별로 없다는 일본...걷기엔 최적이었던 것 같아요.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 이것저것 보면서
요즘 너무나 나태해져서 빈둥거리고 뒤룩거리는 내 자신에게
다시한번 힘을 주어봅니다. 난 할 수 있을거야!!!
이것이 금각사..번쩍번쩍..그래도 소설 속의 상상 속의 그것이 아니어서 실망했습니다.
내가 묵었던 민박집 이층방. 전형적인 다다미 일식 방이었습니다.
은각사 철학의 길...정말 한없이 걷고 싶었던 길입니다.
이상이 가미가모진자의 골목길이었는데, 가미가모진자는 신사 중에서도 급이 특별급이어서 높았나봐요.
예전에 신전을 관리하던 신관들이 살던 동네라는데 정말로 아름답고 고요하고 정겨운 동네였습니다. 꼭 다시 가보고싶어요.
하꼬네 온천에서 후지산을 스케치하며....ㅎㅎ 아, 뚱뚱하다는 둘째고 멋있다~ 저 수첩은 직접 만든 꼬질꼬질한 스케치북.
혼자서 도쿄의 유일한 산 다카오산을 정복도 했다는...기차 타면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가미가모에서 디카 건전지가 떨어졌는데 결혼식 사진을 못찍어서요. 정말 정갈하고 단아한 야외 결혼촬영이었어요.
며칠후 메이지신궁에서도 결혼식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기품있고 조용하고 엄숙해서 본받고 싶은 문화였습니다.
첫댓글 정말 정감이 가는 글과 사진.....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와, 그런데 스케치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 멋진 님의 모습을 보니 제가 행복해지네요. 감솨 감솨^^*
참 용감하신 분이세요...몇년 후의 나의 모습이길 바래봅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혼또~ 스고이데스네. 하쿠슈 ㅉㅉㅉ
와우... 정말 멋지세여~~ 넘넘 부럽구여~~ 스케치는 어쩜 그리도 잘하시는지..... 글읽고 사진보는 내내 정말 부럽다는 생각뿐입니다.......
와~어쩜..멎찌세요^^ 완전 부러워요^^ 수노기님 용기와열정에 박수를ㅉㅉㅉ 어쩜...글두 사진두..멎쪄요
정말 부러워요. 용기 있으시고 가보고 싶은곳에 가보셔서 대리만족 했슴다. 앞으로도 그런시간이 또 있으시길 바래요.
정말 멋져요 혼자 여행간다는게 쉽지않잖아요 저는 겁부터 집어먹고 시작도 못해보고있어요 진짜 부러워요~
와우~~~ 넘 멋지구 부럽습니다... 저두 저런날이 오길 ... 꿈꿔봅니다 ... 늘 행복하세요^^
와우 정말 멋진 삶이십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스고이 데스 !
수노기 언니~~ 오랫만에 카페 왔더니 그동안 큰일(ㅎㅎ) 해내셨네요...넘 부러워요..전 혼자서 울동네 산도 못가는지라..동네산은 못가더라도 일본은 다를래나...
멋지십니다..ㅎ
아..뵙고싶어요..얼마나 홀가분하셨나여..일상에서 벗어나 소설속 그장소를 찾아 헤맨다는게..
전 고흐가 마지막을 보낸 곳을 꼭 한번 가보고싶어요..혼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