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코스텐 IBM 기업가치연구소장, 고객을 위한 기업? 고객에 의한 기업!

[P N C]

피터 코스텐 IBM 기업가치연구소장, 고객을 위한 기업? 고객에 의한 기업!

피터 코스텐 IBM 기업가치연구소장

레고의 새로운 블록 '엑소 슈트(Exo Suit)'는 고객의 반짝이는 상상력에서 태동한 히트 상품이다. 레고는 지난해 '레고 큐소(cuusoo)'라는 웹사이트를 열어 고객들로부터 새로운 블록 세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기 시작했다. 채택된 아이디어에는 보상금을 준다고 했다.

단기간에 고객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레고는 어느 아이디어를 채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해결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SNS에 공개한 뒤에 고객들의 추천을 받았다.

그 결과 추천 수가 많은 몇 개 아이디어들을 압축할 수 있었다. 이후 레고 본사 상품개발팀이 본격적인 상품화 작업에 들어갔다. 최종적으로 로보캅을 닮은 모양의 엑소 슈트가 탄생했다. 엑소 슈트는 고객들이 기업의 경영 활동에 적극 참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고객들의 참여를 토대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 활동에 고객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가 즉시 기업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고객을 위한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에 의한, 고객의 기업'이 돼야 한다.

IBM이 지난달 발간한 '고객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The Customer－activated Enterprise)'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의 고객은 기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70개국의 4183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객은 이사회보다 기업 활동에 더욱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로지 최고경영자(CEO)만이 고객보다 순위가 앞섰다.

설문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피터 코스텐 IBM 기업가치연구소장은 매일경제 MBA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객을 기업 활동에 적극 참여시키는 기업들이 더욱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고객에 의한, 고객의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피터 코스텐 소장과 일문일답이다.

－고객에 의한 기업이란 어떤 뜻인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고객들의 요구와 아이디어를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고객들이 기업 활동의 최종 결과물인 제품만 따지는 시기는 지났다. 오늘날의 고객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고 싶어한다.

따라서 이들을 경영 활동에 참여시키는 게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고객에 의해 움직여지는 기업의 특징이다.

레고는 지난해 ‘레고 큐소(cuusoo)’ 라는 웹사이트를 열어 고객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로보캅을 닮은 모양의 엑소 슈트가 탄생했다. [사진 제공＝lego.cuusoo.com]

－고객에 의한 기업이 중요해진 배경은 무엇인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고객들이 기업에 곧바로 자신의 의사와 불만을 얘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소비자들 욕구가 매우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졌다. 고객들은 기업이 기성품으로 내놓은 물건을 수동적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물건을 선택하려고 한다. 이미 패션업계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디자인과 재질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에서는 고객이 신발끈 색깔까지 선택하도록 하는 고객주문신발(custom-order shoes)까지 내놓고 있다.

－기업은 과거에도 고객을 중시했다.

▶고객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분석하지는 못했다. 어느 고객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경영에 반영할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고객들의 정보가 제대로 축적되었지만 과거에는 고객을 분석할 툴(tool)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업들은 고객 집단과 상호작용을 하지 못했고 이들의 분류도 못했다. 집단이 아닌 개별 고객이 중요하다.

－고객을 경영에 참여시키면 소비자들의 이익을 중시하고 기업의 마진을 줄이는 결정을 하지 않을까

▶단순히 어느 누구의 이익이 어느 누구의 손해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상품성이 뛰어난 물건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다.

－고객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기업은 과거의 경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가.

▶경영 과정에 고객 참여를 늘리는 것이 반드시 기존의 생산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옵션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구축해 놓은 최적의 시스템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고객의 다양한 선호를 배려한 선택지를 늘려야 한다.

－고객에 의해 움직여지는 기업의 예를 들자면.

▶제어기기 전문업체인 미국 하니웰(Honeywell)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부서에 소비자 자문 기구를 둘 정도로 고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수시로 고객들의 불만을 듣고 고객들이 회사 모니터 부서에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