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제목:'소득 주도' 정부 실패를 왜 민간 카드사가 책임져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도와준다며 신용카드 수수료를 연간 1조4000억원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앞으론 호텔.백화점.대기업 등을 제외한 사실상 거의 모든 가맹점이 적용받는다. 대통령이 지난주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재촉하자 바로 다음 날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하더니 나흘 만에 대책이 발표됐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정책을 이렇게 발표한다.
이번 조치로 8개 카드사는 지난해 순익보다 더 큰 수익 감소를 보게 됐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적자를 강요하는 이런 경우도 있나. 정부는 카드사들에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이란 포인트나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다. 결국 소비자 손실로 귀결된다. 이 모든 소동은 정부의 소득 주도 정책이 잘못돼 부작용이 발생하자 카드사와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소득 주도 부작용을 국민 세금으로 메꾸더니 이제 카드사로까지 번졌다. 카드사들은 수익 악화로 인력 조정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카드사 노조는 벌써 투쟁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 들어 계획경제에서나 있을 인위적인 가격통제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통신료와 실손보험료, 치킨값을 내리고 쌀값은 끌어올렸다. 정부의 가격 개입은 당장은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모르지만 시장을 왜곡시켜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 그 문제가 다른 문제를 부르는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 정부가 저소득층 위한다며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올리자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 참사가 벌어지자 저소득층 소득이 줄고 소득 분배가 더 악화됐다. 부작용이 부작용을 부르는 연쇄 효과다.
시장의 실패는 정부가 나서서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다. 역주행 경제 정책으로 정부가 잘못해 놓고 왜 그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나.
출처:매일경제
제목:복합쇼핑몰까지 주말 문닫게 하는 유통발전법?시 장적이다
국회가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에 들어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대형마트에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 아웃렛, 면세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유통 업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도 살리지 못하면서 내수시장 위축, 소비자 편익 감소 등 부작용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규제는 6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전통시장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대형마트를 강제로 쉬게 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동반 침체를 보인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복합쇼핑몰까지 주말에 문 닫게 하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이자 반시장적인 발상이다. 복합쇼핑몰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쇼핑과 문화와 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생활문화 공간이다. 폭염, 한파, 미세먼지 등을 피해 소비자들이 대형몰에서 먹고 마시며 여가를 즐기는 몰링(malling) 문화는 굵직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소비 행태의 변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복합쇼핑몰 규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2000년 개장 이후 한 번도 문을 닫은 적 없는 '국제회의의 메카' 삼성동 코엑스도 스타필드 코엑스몰이 적용받게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복합쇼핑몰 규제의 가장 큰 허점은 의도와 달리 '을과 을의 대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대기업 간판을 달고 있지만 입점해 장사하는 이들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때문에 복합쇼핑몰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붉은 깃발을 뽑아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유통산업 규제는 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2012년 규제가 가해진 이후 한국의 유통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뒷걸음치며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프랑스는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일명 '마크롱법'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 세계 각국이 규제를 풀어 글로벌 유통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통 업계에 규제가 더 추가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대형 유통 업체와 전통시장의 동반성장이라는 취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는 국내 유통업의 경쟁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나 복합몰 영업 제한으로 인한 어부지리를 기대할 게 아니라 해외 골목상권처럼 자체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상생 프레임'에 갇혀 국내 유통 업계가 혁신 기회를 잃게 될까 걱정이다.
불모지대17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