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시를 보았다.
우수수 떨어진
감꽃을 주어
추억이 깃든 목걸이를 만들 겝니다
감꽃을 주워서 목걸이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시의 맛이 좋다.
'감꽃을 주어'라는 문구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검색한다.
주다 : 1.give, 2.provide, 3.supply
어미변화는 '주어' 등이다.
줍다 : 1.pick up, 2.find, 3.collect, 4.gather.
어미변화는 '주워'이다.
감꽃을 '주어'는 2개의 뜻으로 해석된다.
1) 감꽃을 남한테 주는 동작
2) 감꽃을 손으로 집어올리는 동작
나는 2)로 해석하고 싶다.
땅바닥에 떨어진 감꽃을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씩 집어서 올리는 뜻이라면
감꽃을 주어 → 감꽃을 주워
2022. 5. 29. 일요일.
아침하늘이 제법 맑다.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안에서 징역살이를 하는 것처럼 갇혀 있자니 세월(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를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여러 종류의 정원수 밑을 지나가면서도 고개를 뒤로 제켜서 나무 잎사귀를 올려다보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등허리가 자꾸만 굽어져서 고개가 땅바닥으로 숙여지는 세월에 와 있기에 더욱 그렇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에 내려가 있다. 고향에 간다 간다고 하면서도 숱하게 망설이고 있는 요즘이다.
이유는 있었다. 운전을 해서 함께 내려가야 할 아내는 얼마 전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질 듯 헛디뎌서 발목을 접질렀다. 병원에 다니고, 아직껏 절뚝거린다.
이런 아내한테 '시골에 다녀오자'라는 말도 꺼내지도 못했다.
사방이 야산으로 둘러싸인 서해안 화망마을의 산자락 아래에 있는 시골집.
낡은 함석집을 둘러싼 텃밭 세 자리에는 많은 종류의 나무와 풀이 있다.
내 시골 텃밭에서는 두 차례나 과수원을 경영하려다가 실패했다.
첫번째 실패자는 아버지.
60여 년 전인 1960년.
대전에서 트럭으로 사과나무 묘목을 싣고 와 밭 세 자리와 욱굴산에 심었다. 탱자나무 묘목으로 울타리용으로 심었으나 실패했다.
그 당시의 흔적으로 남은 늙은 감나무. 시골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아직껏 두 그루가 남아 있다. 너무나도 늙고 병이 들어서 굵은 가지조차도 뚝뚝 부러져서 땅바닥에 내리팬다. 그래도 봄철에는 감꽃이 핀다.
그 당시에 심었던 무화과는 그 자손들이 흔적처럼 남아 있다. 뿌리를 잘라서 심으면 다시 움터서 새로운 묘목이 되기에 번식하기에는 아주 수월하다.
두번째 실패자는 나.
정년퇴직한 뒤인 2010년도에 텃밭 세 자리에 수백 그루의 과일나무 묘목을 심었다.
감나무, 모과나무, 석류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특히나 감나무는 가장 심하게 실패했다. 묘목 180그루 심었는데도 지금은 고작 몇 그루만 남았다.
실패한 원인이 무엇일까 지금도 궁금하다. 묘목에 병균이 침투했을까 싶기도 하고...
* 흙속에도 병균이 숨어 있었을 터.
텃밭 안에는 누나가 대전에서 가져와 심었던 대봉감나무 한 그루와 저절로 씨앗이 터서 자생하는재래종 감나무 종류가 조금은 있다.
'떫은감나무'도 있고, 과실 크기가 대추만한 고염나무도 있다.
이들 감나무에서는 늦은 봄에 감꽃이 피고, 떨어진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이들 감나무의 모습이 눈에 훤하게 그려진다.
올해에도 감꽃은 피었다가 떨어졌겠지.
갯바람 넘어오는 산골에 있는 고향집에 다녀오고 싶다.
오늘도 마음만큼은 고향에 내려가 있다.
2022. 5. 29. 일요일.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