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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칠백열여섯 번째 쾌적하게 세상을 사는 법
조선의 실학자를 얘기하면서 이덕무李德懋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박제가朴齊家·유득공柳得恭·이서구李書九와 함께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시집을 내어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쳤답니다. 그가 쾌적한 삶을 사는 방법을 남겨 놓았습니다. <적언찬適言讚>이란 여덟 가지 단계입니다. 그 첫째가 식진植眞입니다. 참됨을 심는다는 말인데, 사물의 본질을 이해해야 거짓에 속지 않는다는 겁니다. 격물지치格物致知, 대충 ‘아, 그거?’ 그렇게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다음으로 관명觀命, 운명을 살핀다는 말이지만 담소자약 談笑自若,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태연하고 침착하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야 여유가 생기고 여백이 있어야 길을 찾을 수 있는 법이지요. 다음이 병효病殽, 마음을 다스려 잡다한 것에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합니다. 항상 술과 여자와 오락 등 쾌락에 현혹되기 쉽지요. 넷째가 둔훼遯毁, 잘나면 남의 시선을 어지럽게 하지요. 그러나 화광동진和光同塵하면 남이 헐뜯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제 정신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일 이령怡靈, 그리고 누진耨陳입니다. 좀 배웠다고 옛 것들에 기대어 고집피우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지식에 귀 기울이라는 말인가 봅니다. 특히 ‘내가 누군데’ 하는 사람들 조심하라는 경고인 듯합니다. 이제 좋은 벗들을 찾는 일, 간유簡遊입니다. 배움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 일깨워주고 어려울 때 도울 수 있는 친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환戱寰, 인간세상을 즐기랍니다. 내 앞에 내가 없고, 내 뒤에도 나는 없다고 생각하랍니다.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세상을 잘사는 것이라는 말인 듯도 합니다. 내 삶을 즐기고 자족할 줄 알라는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