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난 웃는 입이 없으니까 조용히 흘러내리지<br>사람들이 웅덩이를 밟고 지나가<br>더 아프려고 밥도 꼬박꼬박 먹고 알약도 먹어<br>물처럼 얼었다 녹았다 반복되는 하루<br>친구라도 만들어야 할까? 우동 먹다 고민을 하네<br>무서운 별명이라도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br><br>약 먹고 졸린 의자처럼 찌그덕삐그덕 걷고 있는데<br>사람들은 화가 나면 의자부터 집어던지네<br>난 뾰족하게 웃는 모서리가 돼야지<br>살아본 적 없는 내 미래를 누가 부러뜨렸니!<br>약국 가서 망가진 얼굴이나 치장해야지<br>뒤뚱뒤뚱 잘못 걸어야지<br><br>난 은밀한 데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br>몸은 축축해 곰팡이가 넘치는 벽이 되려고 해<br>시람들이 깨트리기도 전에<br>계란 프라이처럼 하루가 누렇게 흘러내리고<br>탱탱하게 익어가는 구름들아 안녕<br>누가 좀 만져주면 좋겠지만<br><br>뚱하게 걷다보면 장대비가 내리고<br>집에 뛰어들어가도 계속 비를 맞는다<br>터진 수도관을 고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난 자꾸 흘러넘치는데 바닥을 닦아낼 손이 안 보이는데<br><br>갈 데가 없어 혼자 미끄럼틀을 타면<br>곁을 지나가던 어깨들이 뭉툭 질려나가지<br>떨어진 난,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겠지만<br><br>-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문학동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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