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었어, 그 아이는.
처음에 엄마는 빨간 헝겊 더미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데. 피에 젓은 윗옷 속을 이모가 더듬어 배에 난 총알구멍을 찾아냈대.
빳빳하게 피로 뭉쳐진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은 걸 엄마가 떼어내보니 턱 아래쪽에도 구멍이 있었대. 총알이 턱뼈의 일부를 깨고 날아간 거야. 뭉쳐진 머리카락이 지혈을 하고 있었는지 새로 선혈이 쏟아졌대.
윗옷을 벗은 이모가 양쪽 소매를 이빨로 찢어서 두 군데 상처를 지혈했어. 의식 없는 동생을 두 언니가 교대로 업고 당숙네까지 걸어갔어. 팥죽에 담근 것 같이 피에 젖은 한덩어리가 되어서 세 자매가 집에 들어서니까 놀란 어른들이 입을 열지 못했대.
통금때문에 병원에 가지도, 의원을 부르지도 못하고 캄캄한 문간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대. 당숙네에서 내준 옷으로 갈아입힌 동생이 앓는 소리 없이 숨만 쉬고 있는데, 바로 곁에 누워서 엄마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그걸 마셔야 동생이 살 거란 생각에. 얼마 전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 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 쉴 만큼 행복했대.
첫댓글 ㅠㅠ
저는 시작했다가 더 못 읽겠더라구요.
오우 야 이건 ㅜㅜ
이런 표현을 영문으로 번역한다는 것도 참...
오타 하나 있네요.
"팥죽에 담근 것같이 피에 젓은 한덩어리가 되어서" (X)
"팥죽에 담근 것같이 피에 젖은 한덩어리가 되어서" (O)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