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른 나만의 NBA 12-13 시즌 결산.
플레이오프 준결승과 결승이 고스란히 남은 시점에서 8강 결과만을 가지고 나만의 결산을 하기엔 좀 많이 이르긴 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보고 싶었던 장면들은 결국 연출되지 않았다. 많이 아쉽다.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들과 새로운 스타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나오기야 하겠지만, 흥분되는 마음이 아닌 한 발짝 떨어져서 남은 경기 결과를 따라가게 될 것 같다.
제일 먼저 기대했던 것은 작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준결승)에서 접전을 벌였던 보스턴 셀틱스와 마이애미 히트의 컨파 리턴 매치였다. 접전 끝에 4-3으로 역전패를 당했던 셀틱스였으나 끈적끈적한 팀 호흡과 수더분하면서도 깡다구 있는 상남자 분위기의 셀틱스가 리그 원톱 MVP 르브론 제임스가 버티고 선 히트를 이번엔 꺾어주길 바랐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보스턴 셀틱스의 슈터 레이 알렌의 히트로의 이적이었다. 아니 Big3 주요 전력의 하나인 앨런이 어떻게 라이벌 팀으로 쏙 이적을 할 수 있나. (이건 뭐 만화도 아니고) 그야말로 호승심을 불지르는 이적. 악당 마이애미는 돈으로 사람 빼와서 안 그래도 작년 우승팀의 막강 전력에 화룡점정을 한 셈이었고(히트의 마지막 퍼즐 조각 어쩌구 팬들은 신났다) 셀틱스는 오랫동안 믿고 의존했던 스타에게 배신당한 셈이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 개막전이었던 셀틱스와 히트의 대결은 엄청나게 뜨거웠다. 히트의 콧대를 아주 납작하게 눌러버려! 가넷! 론도! 피어스!(현재 보스턴의 센터, 포인트가드, 에이스 스몰 포워드) (그러나 개막전 패배...)
(가넷과 론도)
이 시나리오가 먹히려면 필수적인 선수가 있으니 셀틱스의 포인트 가드 라존 론도. 팀내 최단신(185cm)이며 슛도 별로 안 좋지만 역대급 어시스트 능력과 깡다구로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반열에 올라있는 젊은 선수다. 노쇠한 피어스와 가넷(한국 나이로는 37, 38)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라이징 스타. 심지어 두 자리 수 연속 어시스트 경기 기록을 역대 NBA 2위로 지속하고 있던 터.
그러나 이 역대급 기록은 경기 중 몸싸움에 얽히면서(그 놈의 성깔... 니가 우리 가넷 형에게 더티 파울했어? 식의 고딩 멘탈...) 결국 1위 탈환에 실패. 게다가 나름 강골이라는 평을 들었음에도 몇 게임 못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 이 사실을 처음 전해들은 피어스의 절망스러운 표정은 많은 팬들을 울린다. 피어스와 가넷의 마지막 우승에의 희망이 이렇게 허망하게 꺾이는가. 감독 닥 리버스의 품에 고개를 푹 묻은 젊은 가드 라존 론도의 뒷모습과 함께.
(시즌 아웃 소식을 들은 닥 리버스 감독과 라존 론도)
아... 이게 뭔가...포기다... 싶었지만, 상남자 팀플레이 셀틱스는 돌아온 올해의 수비수, 에이버리 브래들리와 감을 되찾은 제프 그린 등, 신예들의 분투에 힘입어 결국 플레이 오프 진출에 성공한다. 객관적 전력은 분명 처지지만 가넷과 피어스, 그리고 닥 리버스 시스템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론도가 빠진 첫 경기를 연장 끝에 간신히 승리로 이끈 보스턴의 캡틴 피어스. 경기 후 즐거워야 할 인터뷰에서 론도의 부상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던 순간.)
플레이 오프 1라운드 상대는 현 NBA 스몰포워드 3대장 중 하나인 카멜로 앤써니가 버티고 있는 뉴욕 닉스. 그런데 뉴욕은 어딘지 모르게 셀틱스를 얕잡아보는 듯한 느낌이 풀풀 풍겼다. 뭐랄까 여의도 양아치 삘... 심지어 셀틱스 패배를 기념하겠다며 검은 양복을 맞춰입고 오는 등,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욕의 제이알 스미스와 펠튼 등이 어찌나 얄밉던지.
2승 3패 끝에 보스턴 홈에서 맞이한 6차전. 극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26점차이가 난 채로 4쿼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다, 라며 경기에서 눈을 돌리는 사이, 5분간의 기적이 일어났다. 20-0 런. 뉴욕은 그 후 5분 동안 단 한 점도 득점하지 못했고 보스턴은 20점을 내리 득점했다.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목놓아 디펜스를 외치는 관중들. 묘기와도 같은 피어스의 파울 유도에 이은 레이업의 3점 플레이. 브래들리의 눈부신 스틸과 컷인. 남은 시간 역시 5분여. 6점차. 역대급 역전극의 팡파레가 울리는가.
그러나 결국 남은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셀틱스는 석패한다. 센터 케빈 가넷의 은퇴 루머, 피어스의 트레이드 루머 등을 남긴 채.
이렇게 보스턴 셀틱스의 한 시즌은 끝났다. 가넷은 플레이오프 평균 리바운드 1위를 기록했다. 이미 탈락한 팀의 노쇠한 센터가 리바운드 기록 1위에 계속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보는 건 감동적이면서도 쓸쓸한 일이다. 내년에 가넷과 피어스 두 베테랑의 기량은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나 아직 팬심을 줄 팀이 남아있었다. 또 하나의 상남자 팀, 시카고 불스. 마이애미 히트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붙은 시카고 역시, 주전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끈다. 승리의 주역은 170cm의 NBA 최단신 네이트 로빈슨. 그리고 슛폼은 개그지만 엄청난 효율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감동 먹게 만드는 센터 호아킴 노아. 그러나 주전이 모두 빠지고 벤치 멤버들까지 전부 부상에 시달리는 이 상남자 팀 역시 결국 1-4로 역 스윕 당하며 플레이 오프 2라운드에서 탈락. 최연소 MVP였던 시카고의 데릭로즈는 결국 부상에서 컴백하지 못하고 올 시즌 통 결장.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꽃미남 가드 스테판 커리가 일을 내나 싶었지만 스퍼스에 패배. 작년 준우승 팀 오클라호마의 선전을 바랐지만 또 다른 MVP후보 케빈 듀란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가드 웨스트브룩의 부상 시즌 아웃으로 또 탈락. 기대했던 모든 장면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내게는 김빠진 준결승, 결승 경기가 남았다. 이번 시즌의 수확이라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 공을 튀기게 되었다는 점. 내년에 셀틱스가 좋은 빅맨 하나 영입하고 그린이 많이 성장해서, 가넷과 피어스가 출장시간을 많이 줄이고 컨디션을 유지해서 마지막 우승을 거머쥐고 행복하게 은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을 깡다구 론도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함께.
첫댓글 한가지 오류가 2승 3패상황에서 6차전에서 폭풍 추격전을 펄쳤죠. 이제 한달정도뒤에 이번시즌이 끝나면 보스턴도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텐데 어떤 결정을 하게될지.....
어이쿠 이런 실수를...고쳤습니다. 그러게요 마음이야 지금의 코어 멤버대로 우승까지 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참 아쉬운 시즌이지만...그린의 성장과 브레들리 디펜시브팀...건강하게 돌아올 론도, 설린져..암튼 내년도 화이팅입니다!
전 테리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꿀 삼점 계속 꽂아줄 줄 알았더니... 그래도 밉지 않은 이상한 테리.ㅎㅎ
멋진 글 입니다
셀틱이 멋지니까요.
정말 아쉬워요ㅜㅠ멋진글 감사합니다!
으흐흐 농구로 풀자 태웅 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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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컨파까지만이라도 갔다면 셀틱 팸 온 오프에서 완전 폭발했을텐데 말이죠.
이럴거엿음 8위가 나앗을거같다 싶어요
셀틱스의 상대는 르브론이 어울리죠
두 해 연속 같은 팀한테 밀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지만... 레이 알렌 역효과가 났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 너만은 꼭 이기고 만다' 정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