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 냉이를 캐러
일월 끝자락 화요일이다. 어제는 김해 생림 도요에서 강변 벼랑으로 난 레포츠 숲길로 들어 상동 여차로 걸었다. 용당나루에 이르니 매화공원에는 여러 그루 고매에 부푼 꽃망울이 연방 꽃잎을 터뜨릴 기미를 보였다. 매화는 강 건너 양산 원동 순매원이나 배내골 들머리 영포마을이 알려졌는데, 거기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 않은 경관이었다. 어느새 꽃소식과 함께 봄이 가까워졌다.
새벽에 잠 깨어 노트북을 열면 날씨를 검색함이 일과의 시작이다. 이월로 넘어가는 주중과 입춘이 든 주말은 비가 예보되어 관심 있게 봐두었다. 올겨울은 이미 몇 차례 비가 왔기에 가뭄 걱정은 하지 않는데 비가 잦아 불편을 겪을 정도다. 겨울비는 대기 중 떠도는 미세 먼지를 가라앉혀 주었고 산불 예방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당분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 충분히 내렸다.
텃밭을 가꾸거나 골프장으로 나갈 이가 아님에도 우천일 날씨는 신경이 쓰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가 오면 땅이 질척거려 냉이를 캐는데 지장이 생겨서다. 그동안 추웠던 날씨로 지표면이 얼었으나 동장군이 물러가면서 날씨가 풀려 언 땅은 녹게 되었다. 내일 이후 두 차례나 예보된 비가 온 뒤는 들녘으로 나가 냉이를 캐려는 생각은 말아야 해서 그 전에 발품을 나서 볼까 싶었다.
올겨울 들어 냉이를 네 차례 캐 와 우리 집 식탁에 올렸고 지기들과도 향기를 나누었다. 남강 하류 의령 지정 성당리로 두 번 다녀왔다. 북면 승산마을 승마클럽 근처와 대산면 신전 강가로도 나가 캐왔는데 우리 집에서는 감당이 되질 않아 모두 나눔하고 빈 배낭으로 귀가한 날도 있었다. 들녘을 누비며 산책을 잘하고 나의 미미한 힘도 어딘가 쓰일 데가 있어 보람으로 삼기도 했다.
비가 오기 전 냉이를 캐오려고 마음먹은 날이다. 아침 식후 서둘러 길을 나서지 않고 집에서 조금 미적대며 시간을 보냈다. 밤새 빙점 부근으로 내려갔을 기온이 아침 햇살에 퍼지면서 영상으로 회복되길 기다렸다. 냉이가 자랄 들녘으로 두 군데 떠올려 놓았다. 진례 송정리 들판 어린 단감나무가 자라는 밭뙈기와 진영 봉하마을에서 멀지 않은 화포천 습지 가운데 나가보려고 정했다.
집에서 새참에 해당할 이른 점심까지 먹고 빈 배낭에 호미를 챙겨 현관을 나섰다. 앞서 떠올린 장소 가운데 후자를 택해 가려고 열차를 탈 생각이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퇴촌삼거리로 나갔다. 창원천 상류 창원대 입구에 이르자 시니어클럽에서 조끼를 입은 이들이 환경정화 활동을 했다. 캠퍼스 안으로 드니 공학관에서는 시설 개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학 구내 볕 바른 자리 목련 가지는 꽃눈이 부풀면서 솜털이 봉긋해지고 있었다. 유실수가 조경수로 심긴 매실나무는 꽃눈이 제법 몽글몽글해 곧 꽃을 피울 기미였다. 산수유나무도 몇 그루 보였는데 부푸는 꽃망울에서 노란색이 느껴질 정도로 잎보다 먼저 꽃이 필 수목이었다. 공학관 동편에서 층계를 따라 창원중앙역으로 올라 순천에서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열차를 탔다.
진영역에 닿아 플렛폼을 나와 화포천 아우름길로 들었다. 화포천 생태학습관으로 가는 개울 징검다리 근처에서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초지로 다가가니 녀석들이 나래를 펼쳐 날아올랐다. 삼랑진 방향 철길로는 컨테이너를 길게 연결한 화물열차가 지났다. 철길 교각 밑을 지나 진영 외곽에서 기장으로 뚫린 고속도로 나들목을 연결하는 공사는 마무리가 되어 자동차들이 다녔다.
공사 흙무더기와 텃밭에 쓸 두엄을 쌓아둔 근처에서 냉이를 찾아 호미를 꺼내 캐 모았다. 언 땅은 녹아 캐는데 어렵지 않았으나 뿌리에 붙은 흙을 터려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냉이를 캐느라 엎드린 등으로 따쓰한 햇살이 느껴졌다. 냉이 봉지를 배낭에 채워 설창리에서 시내로 버스를 타고 들어왔다. 집 근처로 와 제과점 주인과 아파트단지 꽃밭을 가꾸는 안 씨 할머니와 나누었다. 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