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초희* 곁엔 봄비처럼 생긴 어둑한 서쪽 연못이 있다
한쪽으로 쏠리는 밤을 감싸 안고 있는 푸른 어둠과 가느다란 목소리를 닮은 부드럽고 한적한 바람이 그녀 정원에 살고 있다
그녀가 설움에 겨울 때 잠깐 기댈 수 있는 작은 병풍이 있다
그녀 후원엔 낮은 담장을 바라보며 살구나무에 얹혀살면서 생각나면 비를 뿌리는 봄밤도 있다
슬픔은 전갈이다
밤이 기르고 있는 전갈은 검은 고양이처럼 시름 속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도 봄밤이 찾아왔다
살구나무와 연못을 거느린 후원이 없어 베란다에서 보이는 놀이터 시소 옆에 연못을 그려 넣었다
베란다 유리, 차가운 살갗에 살구나무를 꽂아두었다
어느 봄밤 살구꽃이 기울어진 시소 옆 마른 연못으로 초희를 찾아가듯 떨어지고 있다
봄비는 고양이처럼 내리고 있다
설움을 막아줄 병풍이 없어 푸른 어둠이 수놓아진 초희의 봄밤을 빌려와 거기에 머릴 기대고 떠나지 않는 그대를 생각하였다
까닭을 모르기에 고양이는 봄비에게 다가갈 수 없고 빗소리로 사라질 수 없어 끝없이 꽃 지는 봄밤인 그대
그대 잔기침처럼 달콤하고 축축한 봄과 밤의 냄새
차가운 봄비가 연못으로 모여들 듯 없는 그대가 다시 흩날리기 시작했다
푸른 새벽을 툭 깨는 뻐꾹새 소리가 멀리서 들렸고 초희가 연주하던 가느다란 아쟁 음악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3.
누가 내 부츠 속에 초희의 시**를 숨겨두었다
시도 전갈이다
독이 퍼져 벗어나고 있는 나는 봄비처럼 몽롱하고
푸른 어둠을 친친 감은 저 봄밤, 오싹하다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그녀는 조선중기 문신으로 동과 서로 사림들이 붕당이 된 후 동인의 영수가 된 허엽의 딸로, 유명한 학자와 문장가를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초희(楚姬)이고, 난설헌은 당호(堂號)이다.
당대 뛰어난 문인으로 평가받은 허성과 허봉이 허난설헌의 오빠이며, 허균이 그녀의 남동생이다.
허엽은 첫째 부인이 사망하자 다시 부인을 얻어 허봉, 허난설헌, 허균 세 자매를 낳았다. 삼당(三唐) 시인의 한 사람으로 명망이 높던 이달에게서 그녀는 허균과 함께 시를 배웠다.
1589년 허난설헌은 27세에 요절한다.
남겨둔 시편과 그림들은 허균이 중국에 가서 중국 문화계에 데뷔 시킨다.
<인터넷 자료들 참고>
The Shadow Of Your Smile (Love Theme From "The Sandpiper") · Astrud Gilber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