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30. 경향신문 제20면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궁중 현판' 770점을 다룬 첫 전시라면서 글과 사진을 올렸다.
현판* 770점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 현판(懸板) : 글자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다는 널조각이다. 주로 건물 이름을 알린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현판이 무척이나 많을 게다.
그 가운데 궁중(宮中)에서만 770개라고 하니 대단한 숫자이다.
경향신문에 오른 '궁중 현판' 사진들은 온통 한자로만 썼다.
나는 읽을 재간이 없는 중국 글자이다.
이런 중국 한자를 더듬거리며 읽으려면 고민스럽다.
어떤 방향부터 읽어야 하는지?
1)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가?
2)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가?
3) 위에서 아래로 읽는가?
4) 아래에서 위로 읽는가?
한자와 한자말을 잘 모르는 나한테는 늘 의문스러웠다.
- 한자 옥편을 뒤적거리면서 글자 하나 하나씩 찾아내서 읽으려면 늘 화딱지가 났다.
중국 한자를 잘 모르는 나한테는 이런 '한자 현판'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도끼로 찍어 뽀갠 뒤에 장작으로 만들고 싶다.
헛간 구석에 쌓아두었다가 이따금 덜어서 부엌 아궁이 속에 넣고는 불 때서 가마솥을 덮히고, 겨울철에는 아궁이와 구둘장이나 데웠으면 십상이다. 방바닥이 뜨끈뜨끈하면 엉덩이가 저절로 따뜻해지니까.
내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 글자(한자)가 나한테는 무슨 가치가 있으랴.
- 현행 중국 한자 숫자는 80,000개 쯤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당신은 몇 개나 아시는가?
한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조선조 제4대 세종대왕이 서기 1443년에 만들었고, 1446년에 세상에 널리 알린 훈민정음(한글)이 있었건만 '쪼다 이씨조선조'에서는 이를 제대로 대접해서 썼는가?
위 '궁중 현판' 770개 가운데 '한글 현판'은 몇 개일까?
어쩌면 한 개도 없는 것은 아닐까?
정말로 한자병에 걸린 '쪼다'이기에.
현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검색한다.
* 현판(懸板) :
1. 글씨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다는 널조각
2. 활자판을 직접 기계에 올려 박아 낸 인쇄판
중국 한자를 한글로 썼다고 해도 본질은 중국 한자말이다.
중국 한자말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로 썼다고 해도 나는 때로는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다.
눈으로는 읽고, 입으로는 소리를 내도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냥 쉬운 우리말로 말하고, 우리글자 한글로 글 썼으면 싶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서 글자 하나조차도 읽지 못하는 '까막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게다.
오래 전... 내 시골집 바로 밑에서 사는 아주머니가 편지 하나를 가져와서 나한테 읽어달라고 했다.
내가 천천히 읽어주니까 그제서야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한민국이 크게 발전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전국민에 대한 학교교육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가갸거겨'를 배운 덕분에 개인의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개인이 얻은 경험들을 다른 사람한테 알려서.. 이게 서로 상승작용을 해서 국가와 사회가 크고 힘있게 발전하였다.
1917년, 1920년 불과 100년 전에 태어났던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학교 교문'이 어디에 붙었나도 모른다.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으나 야학 등을 통해서 '가갸거겨'를 배웠단다.
1950년대 태생인 고향사람 몇몇은 학교에 전혀 다니지 못해서 한글조차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조선조가 망한 뒤 100년이 지난 뒤인 지금의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2020년대인 2022년.
내 친소녀, 친손자는 유치원에서 한글 '가갸거겨'를 배웠단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녀는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 원어로 쓴 책도 읽는다. 쏼라 쏼라 ~ 하면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손자도 한글로 된 책을 잘도 읽는다.
내 경우이다. 호적신고가 늦은 바람에 나는 9살에서야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영어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다.
공공행정 업무에 필요했기에 50살 가까이나 영어사전을 곁에 두고 살았으나 영어실력은 늘 별로였다.
영어에서 손을 뗀 지가 20여 년째인 나는 이제는 친손녀보다도 영어실력이 적을 게다.
나이가 자꾸만 많아지고, 등허리가 굽어져서 세상과는 거리를 두고 사는 세월에 와 있는 나.
이제는 그저 우리말과 우리글이나 제대로 했으면 싶다.
날마다 '국보문학카페'에 들러서 회원들이 올린 글을 읽고, 나도 한글로 생활글을 끄적 끄적거린다.
이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까 '한글 글쓰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자꾸만 늘어간다. 그만큼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20세기, 21세기에 들어와서 국력이 크게 향상된 근본바탕에는 '한글 덕택'이라고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국력과 문화의 힘은 말과 글에서 처음 시작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게 다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한글) 덕분이다.
2022. 5. 30.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