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을 보내며
새해 첫 달 마지막 날은 수요일이었다. 예보된 기상처럼 지난 한밤중에서 새벽까지 비가 살짝 내렸다. 날이 밝아온 아침 하늘은 옅은 구름이 끼어 웃비가 그쳐가는 듯했다. 평소 이른 시각부터 나서는 산행이나 산책은 늦추며 아침 식사를 거르고 내과에서 혈당 체크가 예정된 날이다. 진료 시작에 맞춘 첫 내원으로 주치의를 만나고 간호사로부터 혈압을 측정하고 채혈하고 나왔다.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단지 동네 농협 마트에서 알뜰 시장이 열려 장을 봐 갈 거리가 있었다.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부들은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나절 농협 매장의 알뜰 장터 주요 고객이었다. 유통 단계를 줄인 신선 채소와 과일은 짧은 시간에 동이 나기 일쑤였는데 나는 그간 고구마를 여러 차례 사 날랐다. 이번에도 한 상자 샀는데 값이 올라 3만 원을 상회했다.
고구마를 집으로 옮겨 놓고 선걸음에 도서관서 빌린 책만 챙긴 배낭을 둘러메고 현관을 나섰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때를 기다리기는 배가 고플 듯해 제과점에 들러 빵을 두 개 집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단골 판촉인지 무게감 나가는 포장의 빵을 덤으로 주어 사양하지 않고 배낭에 넙죽 넣었다. 예보는 비가 온다기에 우산을 챙겼지만 비는 오지 않을 듯해 산책 행선지를 떠올려 봤다.
반송시장을 거쳐 원이대로를 건너 창원종합운동장 레포츠파크로 향해 아까 준비한 빵을 한 조각 먹었다. 공원처럼 꾸며진 레포츠파크와 보조경기장 잔디밭 바깥 트랙을 따라 거닐다 중앙동 오거리로 나갔다. 용지호수 어울림 도서관에 나간 날 점심을 먹던 국밥집으로 갔더니 먼저 온 몇몇 손님이 보였다. 혼자였지만 나도 한 테이블을 차지에 돼지국밥을 시켜 아침 겸 점심을 때웠다.
식당을 나오니 흐린 하늘은 점차 개어 비가 올 기미는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교외로 나가는 버스로 대산이나 북면 강가로 나가 강둑을 걸어 보려다가 마음을 거두었다. 엊그제는 멀리 김해 상동 용당나루까지도 가봤고, 앞으로 강가로 나가 볼 날은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을 듯했다. 모처럼 시내 중심가로 나간 걸음에 설을 앞둔 때라 백화점에서 봐야 할 일거리가 하나 떠올랐다.
명절을 앞둔 때라 매대에는 각종 상품이 진열되어 손님을 맞았다. 지하 식품부 정관장 코너로 가서 택배 배송을 한 건 의뢰했더니 포인터가 쌓여 건강 상품이 딸려 나왔다. 거기다 명절 행사 기간 상품권까지 생겨 양말 세트를 사 아까 건강 활력 상품과 같이 손에 들었다. 양말은 아파트단지 청소 아주머니에게 보내면 좋을 듯했다. 지난해 여름 경비원은 줄여 개수가 적어도 되었다.
시청 광장을 돌아가면서 사랑의 온도탑 눈금을 살피니 비등점에 못 미친 97도를 가리켰다. 사랑의 열매 자선 단체에서는 해마다 12월과 1월 두 달에 걸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관 행사 마지막 날이었다. 시청 광장에서 용지호수 어울림 도서관으로 가면서 테이크아웃으로 따뜻한 커피를 마련해 사서에게 건넸다. 아까 동네 제과점에서 받은 포장지 빵까지 넘겼더니 고마워했다.
개인 서재처럼 앉는 열람석에서 지방지를 펼쳤다. 아까 시청 광장을 돌아오면서 봤던 사랑의 온도계 모금은 목표 금액 기준 100도 조금 못 미친다고 했다. 방학 중이라 청소년 헌혈 동참이 적어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기사와 지역 경제 소식으로 지난해 수출은 호조를 보여 근래 드문 흑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꽃소식이 빨라져 진해 군항제는 3월 22일 전야제를 연다고 했다.
신문은 접어두고 서가에서 책을 살폈다. 고전학자 신창호가 엮은 ‘정약용의 고해’와 문화 전문기자 김지수가 지은 이어령 평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골라냈다. 설 연휴 생몰 시차가 다르지만 익히 잘 아는 두 인물의 행적을 더듬어 볼까 싶었다. 용지호수 어울림 도서관을 나와 집 근처 카페에서 꽃대감을 만났더니 친구는 아내가 골절을 입은 수술로 병실을 지키다 나왔다고 했다. 24.01.31
첫댓글 ㅎㅎㅎ
백화점 정관장 코너에 왜 갔는지 나는 알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