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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끅..."
"헤어졌잖아, 헤어졌는 데 왜 쟤 때문에 우는데?"
허탈하게 맨홀 구멍만 보며 흐느끼는 나를 향해
본드로 단단히 사진을 붙인 배터리를 건데며 말을 하는 온 설.
"초강력 본드래. 절대절대 안 떨어진데. 그러니까 앞으론 내 생각만 해."
"내 마음이 그래요."
"뭐?"
"내 마음이 절대 안 떨어진다구요, 이서율한테서."
"이서율?그게 저 남자 이름이야?"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탈탈 털고 온 설에게서 뒤돌았어요.
그런데 온 설이 내 손에 억지로 배터리를 쥐어주더니 말해요.
"니 마음이 절대 안 떨어진다고 했지?까짓거- 좋아, 그 마음 내가 접수한다."
"나 갈래요."
"그러지말고, 나랑 해보자니까?이 온 설님이 진짜로 웃게 해줄께."
하_...
내가 서율이를 아직 못 잊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가 죽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날 웃게해주겠다는 이 남자.
온 설.
표정까지 거만한 게 이 녀석이 날 정말로 웃게 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버려요.
"킥, 지금 대답할 필요없어. 나도 아직 널 사랑하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 그, 그럼 뭔데요? 왜 멋대로 내 마음 접수한다고 하는 데요?!"
"흠- 관심이 생겼다고 해야되나?킥킥, 니가 신기하다고 해야되나?"
"신기?! 내가 무슨 괴물도 아니고, 뭐가 신기한데요!"
난 또 사귀자는 듯 말하길래 엄청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온 설, 이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면서 신기하다고까지 하는 녀석.
"그 때도, 어제도 맨날 울고 있길래 관심이 생겼는데-오늘 보니까 신기해."
"그러니까 왜 신기하냐구요!"
나 참, 어이야~어이야~ 어이가 없어서!
내가 뭐가 신기하다는 거야?! 신기는 동방신기한테나 가서 찾으라구!!!
"한 남자 때문에 계속 울고, 헤어졌는데도 계속 사랑한다는 거-. 그게 너무 신기해."
"그게 왜 신기해요? 당연한 거 아니예요? 헤어진 연인 그리워 하는 건. "
"아...그런가?"
"그래요!!게다가 난 차인 쪽이라구요!"
"그럼 이번엔 니가 날 차봐. 뭐, 찰 수 있다면 말이지. 킥킥-"
"뭐요?"
"나도 그 당연한 것 좀 느껴보게. 난 한번도 누구한테 차여서 그리워한 적이 없거든."
말도 안돼.
차였으면 조금이라도 그 사람을 그리워해야 되는 거 아니예요?
그런 적이 없다는 건-...
진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잖아요.
"아,아,안 그래도 차 줄 생각이거든요!괜한 관심으로 사람 쿡쿡 찌르지 마요!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거든요?!"
"괜한 관심 아닌데~?"
"아아아아-몰라몰라! 나 집에 갈꺼예요. 이 배터리-, 아저씨나 가져요."
"아...아...아저씨이?! 내가 왜 아저씨야!!오빠지!!"
나는 녀석의 손에 내 배터리를 쥐어주고는 집으로 향했어요.
그러자 온 설은 자기가 왜 아저씨냐며 나를 쫒아와요.
"쫒아오지마요!"
"글쎄 내가 왜 아저씨냐구-겨우 2살차이 갖고 진짜 이럴래?!"
"네. 이럴래요. 그러니까 아저씨 갈 길 좀 가요, 제발."
"와- 진짜 웃긴다, 잘 놀아놓고 이제와서 나 까는거야? 응?"
"아, 정말 시끄럽네! 옆에서 쫑알쫑알!나이값 좀 할래요, 좀?"
"안 해, 안 해! 나이값 안 해애애~진짜 서러워서 어디 살겠냐-."
내가 아무리 가라고 해도 온 설은 내 말을 귓둥으로도 듣지 않고 계속 따라와요.
으으- 정말 싫다, 온 설.
아까까지만해도 귀여웠다고 봐줬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주- 아주- 얄미워요.
"진짜 오빠라고 안 부를꺼야? 응? 야아- 권제이이이-"
"내 이름 언제 알려줬더라."
"아까 니 친구가 권제이라고 불렀잖아. 아니야? 풋, 내가 기억력 좋다고 했지?"
"쳇. 예의상으로라도 먼저 물어보고 부르란말이예요."
"뭐 어때~"
집이 가까이 오고, 온 설은 계속 옆에서 나에게 따져대고 있을 때였어요.
아-...이건 또 뭘까.
저 아이가 왜 우리집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걸까.
우리 집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두 손을 비비며 하-하는 입김을 불고 있는 여자를 보며,
엄청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리를 휘젓는 게 느껴져요.
"어? 쟨 또 누구야? 쟤도 니 친구야?"
온 설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여자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어요.
나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급격하게 굳어지는 표정.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점점 가까와오는-
"정하은-, 니가 왜 여기-"
짝!!
정말 나- 오늘 왜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 걸까요?
점이라도 보러 가야되나요?
"야!!너 뭐야!! 뭔데 얠 때려!!제이야, 괜찮아? 아씨-"
"하...하하...하하하..."
차가운 바람에 때문에 안 그래도 빨갛게 달아올라 차갑게 따가웠던 볼이
이제는 정하은의 손에 의해 빨갛게 달아올라 뜨겁게 따가워져버렸어요.
내 볼을 어루만지려는 온 설의 손을 가볍게 툭 쳐내고는 짝- 나도 정하은을 때렸어요.
그런데 나 나름대로는 살살 때린다고 때렸는데 갑자기 울먹이는 정하은의 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원망스런 눈빛을 하며 날 쏘아봐요.
"너 정말...권제이, 너...이러는 거 아니야."
"하, 내가 뭘 어쨋는데?"
"학교에서 났던 소문이 참 웃기다고 생각했었는 데, 아니었어. 그 소문들이 다 진짜였어."
"뭐?"
"니가 서율일 가지고 놀았던거야. 니가!! 니가 우리 서율이...가지고 놀았어."
"웃기지 마. 너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 없어, 정하은."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일까요.
내가 이서율을 가지고 놀았데요. 서율이한테 진심이었던 거 가장 잘 아는 게 정하은일텐데-
자기가 빼앗아놓고, 남의 오아시스를 통째로 갈아업은 주제에...
지금 뭐라고 하려는 걸까요? 또 나만 가해자 만들어서 뭘 어쩌려는 걸까요?
"서율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서율이가...뭐?"
"하, 아니다. 됐어. 됐어, 필요없어. 넌 이 남자하고 잘 먹고 잘 살아라. 난 꺼져줄테니."
"정하은!!"
"서율인 내가 좋아해줄꺼야. 너 따위 없어도."
"하, 정말-...뭐야, 나만. 왜 나만 또 병신 만들어놓고 가는건데-..."
털썩-
바닥에 힘없이 쭈그려앉아버린 나는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어요.
그러면 나를 일으켜주진 않고 오히려 똑같이 털썩- 내 앞에 주저앉더니 나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온 설이예요.
녀석의 나의 눈이 마주쳐버리고, 나는 무릎에 고개를 묻어버렸어요.
온 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녀석의 앞에서 오늘 하루만에 온갖 추한 꼴은 다 보였는데-...
"느낌이 오고 있어."
"..."
"막- 막- 설렌다, 가슴이?"
갑자기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녀석을 씹으려고 했지만,
가슴이 설렌다는 말에 고개를 번쩍 들어 녀석과 눈을 맞췄어요.
무슨 말일까.
가슴이 설렌다니-.
"그런 느낌 알아?"
"..."
"사랑이 올 것 같은 느낌."
"하-,"
"어떡해. 관심이 사랑으로 바뀌려고 그런다."
마지막 말과 함께 내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버리는 온 설 때문에 나는 바닥에 털푸덕 주저앉아버렸고,
눈을 깜박거림과 함께 너무나도 흐렸던 시야가 깨끗해짐을 느꼈어요.
울지 않으려고 눈에 힘주고 있었는데-...
"지금은 막 화 나."
"..."
"니가 울어서 화가 나.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달려가서 정하은이란 애를 막 때려주구 있어."
"...-은데요?"
"응?"
내 눈물을 닦아주는 온 설의 손을 거부하지 않고, 똑바로 눈을 맞추며 힘겹게 말을 꺼냈어요.
나는 침을 꼴깍 한번 삼켰을 뿐인데, 뜨거운 무언가가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게 느껴졌어요.
목이 메여서 자꾸만 헛기침을 하게 되요.
"뭐가 그렇게 좋은데요, 내가?"
"처음엔 울고 있는 니가 좋아. 그 다음엔 퉁퉁거리는 니가 좋아. 그 다음은 힘겹게 미소짓는 니가 좋아. 그 다음은-"
"..."
"아직은 없다. 지금은 여기까지.Ok?"
"..."
"그러니까 내 말이 뭐냐면-, 곧 네 모든 게 좋아질 꺼 같애."
피곤한 몸을 힘겹게 집안까지 끌고와 침대에 던졌어요.
바깥공기로 인해 차가운 손목으로 지긋이 뜨거운 눈을 누르면-자꾸만 온 설의 말이 생각나버려요.
'곧 네 모든 게 좋아질 꺼 같애.'
'곧 네 모든 게 좋아질 꺼 같애.'
'곧 네 모든 게 좋아질 꺼 같애.'
겨우 이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가슴에 와닿아버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냥 무조건 처음부터 사랑한다는 것보단- 녀석의 진심이 묻어나는 말이기에...
그런데, 아까 정하은의 말은 또 뭐였을까요.
서율이가 나 때문에- 뭘 어쩌고 있다는 거였을까요.
정하은에게로 돌아서버린 건-, 바로 너였잖아.
서율아.
지이이잉-, 지이이잉-
핸드폰의 진동이 울려요.
"...어...?"
서율이의 번호.
핸드폰 액정에 찍혀있는 이 숫자들은 틀림없는 서율이의 번호예요.
비록 헤어지던 날 서율이의 번호는 지워버렸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에서까진 아직 지워버리지 못한 그 번호예요.
받을까-말까- 한참을 망설였어요.
왜 이제와서...?왜 갑자기...?
뚝.
내가 고민하는 사이 끊겨버린 전화. 비록 받을 맘 반, 안 받을 맘 반이긴 했지만-
전화를 받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도 커서 괜시리 기분이 울적해졌어요.
목소리...듣고 싶었는데...
*
이쁜 코멘 주신
나쁜&당당한 여자 님
귀여운 앙마 님
유연정 님
다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구, 사랑합니다!!뽀쪽♡
그 외에도 묵묵이 읽어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감사 알럽이용,히히!
실은 쉰다고 해놓고 제대로 쉬지도 않고 컴퓨터를 했었답니다;ㅛ;
이긍- 감기는 좀 나아졌지만, 으하항
머리가 좀 아프지만 열심히 해서 오늘 소설 세편!!도전할께요!!히히
첫댓글 서율이가 무슨일로 제이한테 전화를 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주아주 중요한 일이었어요...;ㅛ;!다다음편 쯤 나올꺼예요..ㅠㅠ
크크큭 뒷편궁금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올렸어요~히히!
서율이가 머!!! 앞뒷말 자르고 그렇게만 얘기하면 어떻게 알아먹어!!!! 똑바로 말을 해줘야 될꺼 아냐 정하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 그게 정하은의 매력?ㅋㅋ
앙재밌써용>_<하..서율이가왜그랬찌?담편빨리써주세용!아픈거빨리다나으시구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네, 아픈 거 빨리 낳을께요.ㅠㅠ!
흐앙~서율이꺼졋!!-_-나쁜넘이이제와서.......휴 제이야 어떻카니~두남자?아니닷세남자에묻혀서(?) ㅋㅋ 다빈뇬왜저러고..아우답답해>_<!!!재밌어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저도 답답해요, 훌쩍..ㅠㅠ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