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교수들이 지난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고사성어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명(27.8%)이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에 경종을 울린다. 대한민국의 위정자와 경제적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 적절한 선정이다.
사자성어는 4개의 한자어로 구성되어 짧다. 하지만 뜻풀이를 통해 많은 교훈을 준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대부분 ‘조삼모사’를 알 것이다. 최근 몇 년째 만화가 고병규씨가 인터넷을 통해 조삼모사를 패러디한 2컷 만화 덕분에 조삼모사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조삼모사는 통상 좋은 뜻 보다는 잔꾀로 타인을 농락하는 것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필자도 그렇게 그 뜻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찮은 기회에 조삼모사의 숨은 뜻을 알고 그 심오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때를 기억하기 어렵지만 지금부터 2년 전쯤 KBS 2TV 방송에서 ‘수요특강’이라는 심야프로를 방영했다. 대학교수나 저명인사들이 강연을 하는 프로였다. 당시에 강사로 나온 교수께서 조삼모사에 대한 뜻풀이를 해주셨다.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강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전국시대 송(宋)나라 사람 중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저공은 원숭이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그러다보니 원숭이가 증식되어 수십 마리가 됐고 사료 값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해 흉년이 들어 사료 값이 폭등했다. 사람도 굶어 죽게 생겼으니 주변에서는 저공의 딱한 사정을 보고 조언했다. "원숭이를 팔아라!", "내다 버려라!", 심지어 "잡아먹으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저공은 원숭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팔 수도 버릴 수도 없지만 지금처럼 데리고 있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컸다.
고뇌를 거듭한 저공은 어느 날 원숭이들을 모아놓고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동안 아침에 5개, 저녁에 5개 주던 도토리를 내일부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원숭이들이 반대를 하며 날뛰었다. 흉년이 들었고 식구가 늘어 7개 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침에 3개는 너무 적다고 반발한 것이다. 그러자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준다고 다시 제안했고 원숭이들이 아침에 배부른 것이 낫다며 저공의 의견에 동의를 했다.
■면담은 진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조삼모사의 숨은 뜻은 기만술이 아니고 진정성 있는 제안이었다. 지점장은 컨설턴트를 관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어떤 형태로든 제안을 주고 받는다. 영업적 제안 뿐 아니라 조직 관리에 대한 제안, 활동관리에 대한 제안, 또 개인의 비전을 면담이라는 형태로 제안한다. 그런데 비슷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안을 잘하는 지점장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공에게서 그 답을 구한다.
첫째 저공이 원숭이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의 저변에는 원숭이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진정성 있는 저공의 모습을 원숭이들이 신뢰했기 때문에 저공의 설명과 제안에 의심을 달지 않았다. 둘째 저공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그 권한 범위 내에서 원숭이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저공이 줄 수 있는 것은 도토리 7개였다. 그것을 원숭이도 알고 있다. 원숭이가 총량을 넘겨서 요구했다면 저공의 권한 밖이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배분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것은 저공의 권한 내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다. 만약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라는 공식에도 원숭이가 반발했다면 저공은 아침에 5개 저녁에 2개를 제안했을 것이다. 저공은 자신의 권한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면담은 소통이다.
지점장이 경계해야 할 것 중에 경험치와 선입견이 있다. 특히 경륜이 쌓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컨설턴트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소통해야 한다. 암묵적 동의는 사건이 진행됐을 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시로 체크하고 면담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말 안하면 모른다. 2015년을 맞아 영업현장에서는 지점장과 컨설턴트 간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화끈한 소통이 이뤄졌으면 한다.
민병성 대표 (주)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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