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청춘 2
EMNT 7시간 後
낮 보다 긴 밤의 시간
뒤척이던 잠 자리에서 깨어나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카세트를 켠다.
편지지를 꺼내 들고 Pen을 들고
시간은 새벽으로 달음질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깜깜
무엇이 나를 답답하게 하는가?
무엇이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가?
가끔씩 울리는 전화 벨 소리에
나는 기대한다.
때로는 우편함 들여다 보며
나는 기대한다.
나는 다시
담배를 끄고 카세트를 끄고
편지지를 덮고 Pen을 놓고
잠자리를 청한다.
BMNT 3시간 전
새벽에 쫓기는 밤의 시간
억지로 눈감으며
나는 다시 기원한다.
1993년 2월 9일 새벽 2시 뒤척이던 잠자리에서 깨어나....
청춘 2 後記
주) BMNT-일출, EMNT-일몰, 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임.
'06년 가을에 친구 광연이의 요청으로 나는 고려대학교에서 3시간정도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주로 4학년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것, 경험담 등과 '성공철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했었는데 강의 말미에 On-Line과 Off-Line에 대한 나의 견해를 말한 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사랑과 우정만큼은 Off-Line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은 시급을 요하는 것이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전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컴퓨터와 핸드폰이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에서는 '글쎄!'라는 느낌을 갖게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를 나는 기다림의 부족이라고 생각 한다. 사랑과 우정은 직장생활과 다르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느낌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참을성 없는 행동은 항상 결과를 우선시 하고 잘잘못을 따지려 든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게 되고 이기적으로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만남을 약속했다고 보자 어떤 이유에서든 조금 늦을 수도 있다. 물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큰 결례가 되지만 연인 또는 친구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약속시간 5분도 지나지 않아 핸드폰으로 다그치듯이 어디냐고 묻고, 짜증내고....
상대를 그리워 하며 자필편지를 써 본 적은 있는가?
밤새워 써 본 편지 구겨 버리고 다시 쓰고, 그러기를 반복해서 겨우 한 통의 편지를 쓴 다음 우체통 앞에서 다시 망설이며 힘겹게 우체통 안으로 밀어 넣던 기억이 있는가?
여행을 떠난 후 낯선 곳에서 그 때의 감흥을 엽서 한 통에 글 적어서 연인에게, 친구에게 보내 본적은 있었는가?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워 그녀의 집전화로 전화를 해 본적이 있는가?
집전화는 누군가를 거쳐야 한다. (그녀의 부모님 또는 다른 식구.... 그랬을 때 뭐라고 하면서 그녀를 바꿔 달라고 할 것인가? 그녀가 직접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잠시지만 두근거리던 마음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시대에는 공중전화 앞에서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어렵게 부탁해서 전화를 바꿔 달라고 했던 적도 많았다.)
기차역 시계탑에서 또는 극장 앞에서 연인 또는 친구와 만남을 약속하고 먼저 가 기다리며 만남까지 설레임을 경험해 본적은 있는가?
서로 약속장소를 제대로 못 찾아서 헤매다가 극적(?)으로 만난 적은 있던가?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서 적어 보낸 적은 있었나?
막차를 태워 보내며 또는 그녀의 집 앞에서 아쉽게 헤어지며 다음 만날 때까지 잘 지내고 있는지 마음 써 본적은 있는가? (물론 핸드폰 없던 시절이니 목소리도 못 듣는다.)
언젠가 함께 근무했던 여직원에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면 서로 핸드폰과 이메일 주고 받지 말라고 얘기했던 적도 있었다.
헤어짐의 대부분 이유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것에는 그녀도 공감을 했다.
Off-Line으로 엮어진 사랑의 유통기한은 추억이라는 양념이 섞여서 권태라는 단어를 느리게 오게 만든다. 그래서 서로를 좀더 그리워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싶다면 연애 중일 때만큼은 Off-Line으로 해 보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것은 현명하지만 사랑과 우정에서는 예외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