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체첸 국무총리 람잔 카디로프의 친척 한명이 석유 파이프 라인의 일부를 뜯어내서 러시아 국경으로 싣고가고 있었다. 남부 러시아의 암시장에서 비싸게 팔기 위해서였다.
그는 든든한 친척이자 수천의 사병을 거느린 29살의 젊은 국무총리의 힘을 믿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러시아 국경은 그의 영역이 아니었다. 북쪽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러시아 연방보안국 (FSB) 소속 첩보부대의 대령이자 카디로프와 앙숙인 군벌 모브라디 바이사로프의 영역을 지나야 했다. 바이사로프의 부하들은 트럭을 정지시키고 검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수완좋은 고용주와 강력한 친척 람잔 카디로프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
람잔 카디로프
"그러자 동행하던 카디로프의 부하 중 한명이 1천명의 사병을 거느리고 와서 바이사로프의 요새를 에워쌓고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라시드라는 이름만 밝힌 카디로프의 사병 한명이 증언했다. 사건은 점차 확대되었으며, 모스크바에 점수를 따고 있던 친러시아 체첸군벌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카디로프의 체첸 장악력에 큰 도전이 될 지도 몰랐다.
"바이사로프는 체첸인이 체첸인을 죽이길 원치 않는다며, 부하들에게 절대 먼저 쏘지 말도록 명령했다." 라시드는 말했다. "그들은 요새 밖으로 나와서 카디로프의 부하들에게 '우리는 지금 50명 밖에 없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진정한 무슬림으로서 죽을 각오가 되있다.'고 말했다."
이 긴장된 상황은 삽시간에 유혈극으로 변할 수 있으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체첸 내 강력한 군벌들 사이의 또다른 내전을 불러 올 수도 있었다. 즉 체첸 대통령이자 명목상 카디로프의 상관인 알루 알하노프, 러시아 해외참모국(GRU) 소속 첩보부대인 '자파드 (서쪽)'의 사령관인 사이드 마고메드 카키에프와 카디로프 사이의 내전의 가능성이 있었다. 바이사로프의 영역과 부하들은 카키에프가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드 마고메드 카키에프
결국 상황은 카키에프가 카디로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병력을 뒤로 빼도록 요구함으로써 해결됬다. 점차 팽팽해지는 체첸 군벌들 사이의 긴장은 이제 카디로프의 대선을 앞두고 점차 체첸을 동요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체첸 헌법이 명한 대통령 피선거권 최소 연령인 30살을 넘어선다.
"람잔은 체첸의 유일무이한 통치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라시드는 말했다.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체첸 내 군벌들은 곧 불법단체로 낙인찍힐 것이다."
모스크바는 2차 체첸전 이래 6년차인 지난 2003년 이래로 점차 자국군인의 수를 줄이고 친러시아 체첸인들을 통해서 이 지역을 장악하고 지저분한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러시아 군벌들 사이의 마찰이 이러한 러시아의 발빼기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힘의 공백기가 되면 그들 사이의 내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마다예프가 지휘하는 보스토크 부대원
카디로프의 대통령 취임은 보다 경험많고 잔뼈가 굵은 친러시아 체첸 군벌들에 의해 빛이 바래질 위험이 있다. 그들은 전투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사병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30살의 경험없고 잔인한 애송이를 자신들의 통수권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카디로프의 부하 중 고참 장교에 해당되는 자이르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어떤 사소한 불씨라도 뭔가 건수만 생기면 기꺼이 손을 맞잡고 람잔을 공격할 것이다."
지난달에 발생한 또다른 사건도 이 팽팽한 긴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4월 25일 카디로프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현 대통령인 알하노프와 크레믈린 관리를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알하노프의 보안팀은 대통령 경호를 이유로 카디로프의 보디가드들을 건물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카디로프의 보안 책임자가 대통령 경호팀의 따귀를 날렸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총격전이 발생했다." 자이르가 말했다. "알하노프는 사이드 마고메드 카키에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카키에프는 러시아 참모국 소속의 900명의 자파드(서쪽) 부대 사령관이다. 라시드가 덧붙였다. "카키에프가 현장에 나타나자, 카디로프의 수하 대부분이 자리를 피했고, 그들은 20분 뒤에 증원받아 올거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 이 총격전으로 2명이 죽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체첸 대통령궁에서 벌어진 친러시아 군벌들 사이의 힘싸움이었다.
알루 알하노프
자이르는 카디로프가 정부 고위 관료들을 포섭해서 알하노프가 10월에 사임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마찰이 공개적인 전투로 번지는 것을 원치않는 러시아 푸틴은 알하노프와 카디로프를 카펫 위로 초대했다. 알하노프는 그로즈니로 돌아가서 러시아 인타르타스 통신에 공언했다. 자신은 선출된 대통령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그러나 카디로프의 야심은 그를 가만 두지 않으며, 수도 그로즈니 주민들에게 자신과 알하노프 중 누가 공화국 발전의 적임자인지를 계속해서 물어봤다.
하지만 알하노프는 카키에프 외에 또다른 군벌 술림 야마다에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야마다예프는 역시 러시아 참모부(GRU) 소속의 800명 정예 체첸인부대로 이루어진 보스토크(동쪽) 부대 사령관이다. 자이르는 15일 전에 보스토크 부대원들이 카디로프 측에 사격을 가해서 3명을 부상입혔다고 말했다.
즈하브라일 야마다예프. 술림 야마다예프의 형제. 2003년 카디로프에게 암살당했다.
이 외에도 알하노프는 앞서 언급한 바이사로프의 지지를 얻고 있다. 람잔은 바이사로프를 '무법자'로 규정했지만 그는 50명의 부하들과 그로즈니 외곽에서 러시아 연방 보안국 (FSB)의 비호를 받고 있다. 비록 바이사로프의 병력은 한줌에 불과하지만 그는 여러 군벌들과 줄이 닿아 있기 때문에 카디로프 측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이는 카디로프 휘하 용병인 자이르와 라시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들은 그로즈니 주변을 자기 포스터로 뒤덮은 카디로프의 우상화에 반감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만약 카디로프가 바이사로프를 죽이면 바로 무기를 내려놓고 집에 갈 거라고 하였다. "람잔은 러시아어를 쓸 줄 모른다." 그의 무식을 비웃으며 자이르가 말했다.
이러한 내부의 긴장은 바사예프에게 베슬란에서 테러를 저지를 빈틈을 제공했다.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기에 바빠 정작 본업을 소홀히 했다." 자이르의 말이다. 그러니 카디로프의 휘하 병력의 재편성은 점점 더 많은 부하를 거느리게 만들었고, 이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확산되었다.
술림 야마다예프
카디로프는 최근 그의 휘하 부대 중 하나인 대테러사령부(ATS)를 해산시켰다. 2004년 당시 체첸 대통령 아흐마드 카디로프가 암살된 뒤, 그들 중에 반군 측의 내통자가 상당히 많다는 우려에 의해서다. 자이르와 라시드는 대테러 사령부의 간부 한명은 - 이름은 물라 라고 알려졌다 - 특히 반군과 내통한 혐의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람잔은 그의 집안 전체를 몰살시켰다."
라시드는 대테러사령부의 1만의 대원 중 불과 2천명만이 새로운 카디로프의 수하에 들었다고 한다. 카디로프는 2천명으로 서버(북쪽) 와 유르그 (남쪽) 이라는 부대를 편성하였다. 나머지 8천명은? "아마도 몇명은 집에 갈테고, 몇명은 어떻게든 무기를 쥐고 다른 곳을 찾겠죠. 그게 어딘지는 몰라도요"
추가 - 이 기사는 영국 가디언지에서 2006년에 나온 자료다. 2008년 현재의 상황을 부연설명하자면, 서두에 나왔던 바이사로프는 결국 암살되었다. 카디로프가 목을 조르는 와중에 러시아 여기자 암살에 대한 자료 (카디로프의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함)를 넘겨줘서 돌파구를 찾으려지만 러시아 연방보안국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카디로프에게 암살당할 때 막을 수가 없었다.
카디로프는 2007년 4월 대통령이 되었으며, 자기 휘하의 주요 껄끄러운 군벌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2만명의 군병력의 통수권을 쥐게 되었다. 알루 알하노프는 밀려났고 러시아 연방의 법무부 쪽으로 옮겨가야 했다.
하지만 카키에프와 야마다예프는 아직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이며, 카디로프는 특히 야마다예프의 부대를 정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체첸 내의 야마다예프 씨족의 파워도 만만치 않고 그의 보스토크의 전투력이 출중해서 그리 쉽게 되지는 않고 있다.
카디로프의 부하들은 대부분 과거 체첸반군이었다가 사면받고 친러시아 정부를 위해 무기를 들었다. 전체의 70프로라고 하며, 카디로프 자신이 1차 체첸전에서 러시아와 싸웠던 전력이 있다. 야마다예프 가문도 마찬가지지. 그러나 카키예프는 1차 체첸전부터 러시아를 위해 열렬히 싸웠으며 카디로프가 반군들을 사면시키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역시 카디로프가 체첸 반군에 사면하는 것에 대하여 극도로 의심하고 있다. 카디로프의 신생 체첸군이 언젠가 러시아가 빈틈을 보일 경우 총부리를 모스크바를 향해 돌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푸틴이 물러서고 메드베예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처 : http://www.guardian.co.uk/world/2006/jun/13/worlddispatch.russia
첫댓글 내전도 일어나겠죠
감사합니다. 체첸궁금했는데~
잘 읽었습니다.
결국 내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