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그동안 봐왔던 멋지고 예쁜 것들이 머릿속에 줄줄이 떠오른다. 삼청동 갤러리 카페 서미&투스에서 본 동그라미 유리 타일과 나무 선반, 푸드 스타일리스트 한지혜 스튜디오의 연두색 타일 사이에 넣은 핑크색 줄눈(일명 ‘메지’), 이탈리아 주방 브랜드 비노바의 스테인리스 상판을 얹은 싱크대, 내추럴하고 모던한 쎄덱의 에스닉 크래프트 식탁, 느긋해 보이는 평상형 침대, 언제 봐도 부러운 나무 마룻바닥, 심지어는 레몬트리 2005년 8월호에 소개된 ‘그림 그린 민소네’처럼 페인트로 그려볼 생각도 있다. 모던과 빈티지, 내추럴과 키치 스타일을 모두 좋아하는 에디터는 욕망의 리스트로 한 바닥도 거뜬하게 채울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집 고치기 실전으로 돌입하니 집을 꾸밀 때 중요한 것은 점찍어둔 수많은 리스트가 아니라 비용과 공간 등 현실 감각을 살려 그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고(비노바의 주방은 50평대 이상에서만 가능한 디자인이다), 그보다 우선 바닥을 뜯고 벽지를 바르는 등‘진짜 공사’를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계획하는 것이 핵심이다.
◆ 볼수록 원목마루 자취생 에디터는 가구를 덜 놓더라도 마루 깔린 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레몬트리 인테리어 섹션에 소개되는 집은 대개 마루가 깔려 있다. 인테리어를 찍으러 가면 적어도 3시간은 그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사진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어떤 집은 발바닥이 아프고, 어떤 집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함께 간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발바닥이 유난히 얇은지 에디터만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더 재밌는 것은 발이 아픈 집은 강화마루가 깔려 있고 발이 안 아픈 집은 원목마루가 깔려 있다는 것(거의 90% 이상 맞아떨어진다). 그 사실을 거의 90% 이상 맞춘다. 어찌되었건 이런 이유로 가격을 알아보기 전에는 막연히 붉은 기가 돌지 않는 나무색 원목마루를 깔겠다고 결심했다. 시장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강화마루, 원목마루, 합판마루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했다. 강화마루는 MDF 톱밥을 응축해 만든 판 위에 가짜 나뭇결을 붙인 것, 원목마루와 합판마루는 합판 위에 무늬목을 붙이는 것인데 무늬목의 두께가 3mm 이상이면 원목마루, 3mm 이하면 합판마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목마루는 합판마루를 의미하며, 진짜 원목마루는 평당 30만원 이상의 고가 자재라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다. 합판마루와 강화마루의 가격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강화마루가 평당 5만원 정도 저렴하다. 함께 두고 보면 합판마루가 고급스럽지만 강화마루만 보면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 단단해서 내구성도 좋고 실용적이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강화마루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하지만 실제로 시공한 집 몇 군데를 보고 나니 여전히 합판마루에 대한 욕망이 가시지 않았다.
◆ 민무늬 화이트는 안 된다 집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벽과 천장. 20평대 집이니 화이트 가구를 넣지 않더라도 도배는 포인트 벽지를 쓰기보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알아보니, 화이트도 패턴과 재질에 따라 종류가 너무 많았다. 에디터는 펄도 안 들어가고, 무늬 없이 매끈한 벽지를 생각했는데 브랜드 담당자나 코디네이터들은 모두 “하지 마라”는 반응이다. 첫째, 그런 밋밋한 벽지는 아늑한 느낌도 적고, 고급스럽지 않다. 둘째, 아파트 벽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판판하고 매끈하지 않아 질감이 전혀 없는 벽지를 바를 경우, 빛이 비치면 벽의 모든 티가 지저분하게 드러난다. 굳이 그런 벽지를 바르려면 밑 공사를 해야 한다. 화이트를 도장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가격은 도배하는 것보다 최소 2배 이상이다. 그 말을 듣고 남의 집을 유심히 살펴보니 에디터가 하려고 했던 매끈한 화이트를 한 집은 한 곳도 없었다. 보통 천장에는 샌드 화이트라는 오돌도돌한 모래 질감의 벽지를 바르나, 요즘에는 천장조차 석고를 바른 듯 질감 있는 화이트를 바르는 추세. 샘플북만 보고는 도무지 뭐가 나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어쨌든 매끈한 화이트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
◆ 너무 어려운 조명 벽지와 바닥만큼 중요한 것이 조명이라는데, 조명에 대한 감은 전혀 오지 않았다. 등의 디자인보다 전구의 컬러나 조명의 위치가 집 안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형광등은 실용적이나 사람도 집도 삭막해 보인다. 그러나 코너에서 나오거나 반사되어 나오는 간접 조명으로 사용하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백열등은 형광등보다는 덜 경제적이지만 햇빛에 가장 가까운 자연스러운 빛을 낸다. 보통 샹들리에에 쓰는 촛대 전구, 꼬마전구 등이 모두 백열등이다. 요즘은 백열등도 소프트 화이트, 소프트 베이지 등 다양한 색감으로 생산하고, 백열등의 종류 중 밝고 눈부심 없는 백색광을 내는 크립톤 전구는 넓은 공간에, 부드러운 백색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내는 소프트 전구는 방에 적합하다. 형광등처럼 길쭉한 모양의 리네스트라 램프는 조도는 떨어지지만 살구색이 감돌아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침실에 추천한다. 할로겐은 스폿 조명으로 쓰이는데 백열등보다는 차갑고 형광등보다는 노란색이 돈다. 빛이 강하고 발열을 해서 주변 온도가 올라갈 수 있고, 전기요금도 많이 나온다. 삼파장은 눈의 피로를 막아준다고 하나 예민한 사람은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조명이 이렇게 복잡하다니. 침실에 리네스트라 램프를 달아볼까 하는 생각 외에는 도무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
◆ 혼자 집 고치기, 갈수록 태산 에디터가 혼자 집을 고쳐보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집을 남에게 맡겨서 고친다면 그들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베스트 방법을 초보인 에디터가 맘에 안 든다고 매번 딴죽을 걸지도 못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내 스타일이 아닌 그녀 스타일의 집으로 꾸며질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는 고생스럽고 설사 망치더라도 나의 첫 집을 내손으로 고쳐보고 싶다는 정서적인 이유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더 크다. 그런데 혼자 집 고칠 마음을 흔들리게 할 복병이 나타났다. 보통 철거→목공→타일 및 도장→도배→마루→싱크대 및 붙박이장→전기 공사의 순서로 진행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각 과정마다 업자들을 각각 불러 모아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한 것. 이웃의 항의도 신경 써야 하고, 인부 아저씨들에게 요구도 하고 비위도 맞춰가며 그야말로 사람을 잘 부려야 모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같은 목 공사팀이라도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몰딩을 치다가도 다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공사하다 기분 상해서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공사장에 일정표를 만들어 각 팀 간의 작업이 순조롭게 넘어가도록 하라. 일단 공사한 집을 보고, 사람을 통해 소개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등 코디네이터들의 조언도 들었으나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물론 아직도 재밌을 것 같고, 혹 망쳐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혼자 집을 고치는 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브랜드별 마루 상품학 1. 페르고 PUQ 월너트 강화마루. 페르고 제품은 강화마루지만 비교적 쿠션감이 좋은 편. 무늬결이 잔잔하고 중간 톤의 월너트 컬러라 쉽게 질리지 않는다. 모던한 집에도 무난. 평당 30만원.
2. 페르고 PDQ 자마이카 월너트 강화마루. 유럽에서 인기가 있는 PDQ 라인. 호두나무는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어 인기가 좋다. 평당 18만원.
3. 한솔 참마루 레브 월너트 강화마루. 결이 강하지 않고, 타 브랜드 월너트 컬러보다 밝은 컬러로 은은한 살색이 도는 느낌. 좁은 집이나 로맨틱한 인테리어에도 어울린다. 평당 10만5천원.
4. 한화 대청마루 온돌 월너트 합판마루. 국내에서 유일하게 표면을 UV 코팅한 제품으로, 합판마루지만 비교적 내구성이 뛰어나다.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한 톤 어두운 월너트 컬러. 나뭇결 디테일도 강하지 않아 모던한 인테리어에도 무난하다. 평당 12만원.
5. 한솔 참마루 레브 오크6 강화마루. 마루 색과 나뭇결 색이 비슷하고, 나뭇결과 음각 디테일이 일치되어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한솔 참마루는 국산 MDF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평당 11만5천원.
6. 한화 크로노 W9166 1백 년 전통의 독일 강화마루 업체 크로노 그룹에서 수입한 제품. 나뭇결이 은은해서 질리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평당 8만원.
7. 동화마루 클릭 드림 아카시아 강화마루. 마루판 한 장에 쪽마루처럼 폭이 나뉜 디테일, 브라운 톤의 나뭇결이 선명하다. 시공 시 와일드한 느낌의 마룻결이 돋보인다. 동화마루의 베스트셀러. 평당 8만5천원.
8. 구정마루 월너트 티크 컬러에 화이트가 들어간 듯 부드러운 느낌. 나뭇결 컬러도 브라운이어서 시공했을 때 자연스럽다. 평당 14만원.
9. 구정마루 티크 합판마루. 다크 브라운 컬러에 까만 나뭇결이 들어가 있어 앤티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평당 15만원.
10. 동화마루 클릭 드림 파인 강화마루. 손으로 만져보면 무늬결을 따라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드림 아카시아에 비해 나뭇결이 잔잔해서 좁은 집에도 무난하다. 평당 8만5천원.
화이트 벽지, 브랜드별 베스트셀러 1. 대동벽지 이온의 샘 클래식 9026-1 펄 아이보리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건강 벽지. 펄 아이보리 바탕에 은회색의 다마스크 무늬가 들어간 고급스러운 질감. 은은하면서도 빛을 받았을 때 화려해 클래식한 인테리어에 추천한다.
2. 대동벽지 카프리 62626-1 오프 화이트 테라코타를 바른 듯한 디테일이 내추럴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적합하다.
3. did 4u 4590-1 지층화이트 핸디코트를 바른 듯 자연스러운 질감의 벽지. 광택이 거의 없어 깔끔한 분위기가 난다.
4. 서울벽지 에코마티스 3438-1 오돌도돌한 모래 질감의 벽지. 광택이 없이 차분해 천장지로 많이 쓴다.
5. 서울벽지 에코마티스 3469-1 클래식하고 화려한 다마스크 무늬에 라운드 라인을 넣어 소박한 맛이 있다. 우아한 펄감이 있어 로맨틱한 침실에 어울릴 듯.
6. did D&D 6560-1 아이언 화이트 바구니를 엮은 듯한 격자 무늬. 무늬가 작지만 사선 디테일이라서 빛을 받으면 화사하다.
7. 서울벽지 에코비젼 1522-1 결을 달리해서 배치한 정사각 무늬로, 빛을 받았을 때 사각형 디테일이 살아난다. 보이는 것보다 시공했을 때 더 화려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