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씨 수학나무를 보자마자 학교도서관에 모셔두고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 전 개교하는 학교에 발령을 받아 학교도서관 운영 업무를 맡았을 때 책 구입 문제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책꽂이도 없는 도서관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시는 분들이 교장선생님을 통해 전집 홍보책자를 주시더군요. 전집류 책들은 책꽂이에 꽂았을 때 가지런하게 보기도 좋고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많이 권하십니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책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정할 수 없었습니다. 수학동화라고 권해주신 책은 수학적 개념을 익히기 위해서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맞춘 듯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준이 너무 낮아서 도서실에 두어도 자리만 차지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집은 늘 열외로 두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책을 사줄 때도 전집류 책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서 꺼리게 되더군요. 그때, <개념씨 수학나무>를 알았더라면 책 고르느라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까요?
<사구팔구 나라의 곱셈장이>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열정은 넘치지만 가르치는 기술이 부족했던 초임 때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구구단을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어떻게든 3학년 올라가기 전에 구구단은 책임지고 외우게 하겠다고 마음먹고 아이들 많이 괴롭혔습니다. 아침활동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아이들 하나씩 불러놓고 구구단 외우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요. 과연 그 녀석들 나눗셈이나 약수, 배수 배우면서 2학년 때 우리 쌤 구구단 정말 빡시게 시켰지.. 하면서 고마워할까요?
억지로 외우게 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조작활동을 하면서 원리를 몸으로 익혔더라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조작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수학 원리를 찾아낼 수 있게 했더라면 더 좋은 선생님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사구팔구 나라의 곱셈장이>는 수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수학적 사고의 과정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을 쉽게 셀 수 있도록 ‘묶어세기’를 도입한 후, 바나나 4개씩 5묶음, 꽁치 5마리씩 3 묶음 등 여러 가지 경우의 곱셈을 익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곱셈식을 도입하기 위해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할 때 1 묶음 안의 개수와 묶음 수를 적고 X 표시를 한다. 4개씩 5 묶음이면 4X5라고 적고 4 곱하기 5라고 읽는다.’ 빨간 글씨로 강조해서 정의하고 곱셈식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곱셈식이 아무리 편리해도 곱셈구구표를 외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곱셈장이’를 등장시켜 구구단을 외워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하네요. 곱셈을 표현하는 다른 말 ‘배’와 ‘묶음’도 빠뜨리지 않았고 4개씩 6묶음이나 6개씩 4묶음이 같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첫 페이지에서 시끌벅적하고 산더미같이 물건이 쌓여있던 항구와 시장이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곱셈 덕분에 질서정연하게 변한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자연스러우면서 중요한 개념은 하나도 빼놓지 않아 책을 꼼꼼하게 읽다보면 자연수의 곱셈을 저절로 익힐 수 있겠네요. 하지만 스스로 찾아낸 원리가 아니라 조금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활동책이 부록으로 들어있네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 놀이책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스티커 외에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예를 들자면 가위바위보로 5개씩(3개씩) 묶어서 딱지 따먹기, 가위바위보 색칠하기 놀이 등 -을 안내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책<구구 나라의 곱셈구구표>를 읽고 나면 아이들이 모두 곱셈장이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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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기까지 올리고 나머지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ㅠ.ㅠ
사흘을 컴퓨터가 없는 시댁에서 보내고 돌아와 잠시도 엄마랑 안 떨어지려고 하는..
며칠전에 젖을 뗀 둘째가 참 안 도와주네요..오늘 하루종일 컴퓨터를 켜고 있었는데 진도 참 안 나갑니다..
첫댓글 서평이 오늘까지인걸로 아는이요?? 아이와 함께 하면서 글 올리기 참 힘들지요~~
^^;; 글을 넘 장황하게 썼나요.. 줄바꿈이라도 자주 할 걸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