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여기 공짜백이 도서관이 하나 생긴 줄 이제 알았고마
앞으로 여기에다 최영해 선수의 " 저문날의 목판화 " 씨리즈를 올려 바야 되겠고만...
워매...차~암 잘 맹글었눼
뉘가 맹근지 물러두....
저문날의 목판화 - 제9회
바닷가 - 崔 永 海
얼었던 땅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위가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다.
동수와 나는 빈 걸망을 메고 탁발(托鉢 : 중이 經文을 외우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는 일)하러 나섰다
식량이 아주 바닥이 나기 전에 보충해 두자는 의견에 따라 우리가 나서게 된 것이다.
탁발. 좋게 말해 탁발이지. 동냥이지 뭐냐.
생전 남의 문전에 가서 뭘 달래 본 적이 없는 우리 둘은 그저 막연하기만 했다.
그러나 어떡하랴.
해변 가까운 어느 마을에서, 우리는 어설픈 첫 탁발 행각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우리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녔다.
등에 진 걸망이 무거워질수록, 우리는 그만큼 피로했다.
그 무거운 것을 걸머진 채 돌아다니노라면, 개소리, 아이들의 놀림 소리에 쫓겨 다니노라면,
심신은 걸레처럼 늘어져버리는 것이었다.
해가 설핏하게 기울기 시작하면, 우리는 또 바삐 귀사(歸寺)해야 했다.
잘 데도 없을 뿐더러, 꼭 돌아오라는 주지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등성이 두어개, 어떤 때는 서너 개를 넘어 돌아오자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쉬어야 했다.
돌아와선 또 부엌에 가서 우리가 밥을 지어야 했다.
지칠대로 지쳐 잠에 떨어지면, 꿈 속에 가끔 우리가 지나온 마을들이 보였다.
그 마을의 , 마구 짖어대는 개소리가 들렸다.
갓 시집온 새색시가 큰 그릇에 쌀을 듬뿍 떠주며 웃던 얼굴도,
문을 닫아 버리던 험상궂은 아주머니의 얼굴도 보였다.
우리는 매일같이 탁발을 나갔다. 미역도 얻어 오고, 고구마며 감자도 얻어 왔다. 점심도 얻어먹었다.
어느 집에 가서 점심을 좀 달라고 했다.
그 집 아주머니는, 밥이 있긴 있는데 자기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줄 것이라고,
우리에게는 고구마 한 대접을 내놓았다.
그 고구마의 맛,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 맛 속에 담긴 비애와 분노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우리는 더 먼 마을로 가야 했다. 가까운 데는 거의 해버렸기 때문이다.
동수는 풀이 죽어 있었다.
절에 와서 동냥질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는 되풀이 되풀이 투덜거렸다.
구룡포 가까운 어느 마을로 우리는 들어섰다. 반농반어의 마을이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보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동수는 의아한 듯, 그러나 말없이 뒤따라 왔다.
바닷가 모래펄엔 몇 척의 목선이 파도에 떠밀리고 있었다.
우리는 거기, 걸망을 내려놓고 주저앉았다.
천 자 기나긴 낚시
물 위에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 일자 만 물결 따라 인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는 밥을 물지 아니하고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
아침 쇠송의 일절을 동수에게 들려주고, 나는 주머니에서 사과 두알을 꺼냈다.
점심을 얻어먹을 만한 곳이 없을 때, 우리는 곧잘 사과 한두 알로 허기를 때우곤 했다.
이가 시렸다.
이 시린, 이 시린 겨울바다. 겨울바다에 와서 한 알의 사과를 물었다.
갈 길은 멀고 걸망은 텅텅 비었는데, 우리는 거기 그대로 망연히 앉아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야지.
보릿쌀 몇 되라도 얻어서, 저 산 속으로 돌아가야지. 돌아가서 하루 이틀 쉬다 나와야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내가 염불을 외면 멍하니 뒤에 섰다가 집주인이 뭔가 내오면 얼른 가서 받아오곤 했다.
우리는 바삐 걸었다.
목탁을 두드리며 우리는 계속 염불을 외고, 동수는 뭔가 주기만을,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먹물들인 광목 옷 속으로 으스스 으스스 한기가 스며들었다. 눕고 싶었다.
뜨뜻한 아랫목에 몇 날 며칠이고 죽은 듯이 죽은 듯이 누워 있고 싶었다.
우리는 걷고 걸었다.
육신에 파고드는 한기를 떨쳐 버리고, 정신에 파고드는 쓰라린 절망을의 흔적을 지워 버리고,
걷고 걸어 걸망의 가벼움을 무겁게 해 나갔다.
마을의 끝쪽이었다.
내가 뚜루루 목탁을 내리니, 방문이 열리고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웃음 띤 얼굴로 우리 두 탁발승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리로, 이리로, 여인은 그렇게 손짓했다.
우리는 주춤주춤 다가갔다. 목탁을 쥔 나의 손이, 추위에 검푸르러진 나의 손이 푸르르 떨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우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아랫목에 우리를 억지로 앉힌 그녀는 별 말 없이
가만히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을 걸고 밖으로 나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부엌 쪽에서 들리는 걸 보니 무엇을 장만하는 모양이었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얼었던 몸이 녹자 일시에 피로가 몰려닥쳤다.
- 우리 조금 누워 있자.
동수는 몹시 졸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누워 버렸다.
눈을 감으니, 파도소리가 어느 머나먼 나라에선 듯 들려왔다.
우리는 잠이 들었다.
- 제 10회에서 계속 -
첫댓글 글 씨다가 죽은 줄 알았더마는 살아 있었네? 근디 맨날 톰박톰박 써서 넘 책 다 밀차 내지 말고 이것도 한 공으로 조재기 뿔먼 안 되까? 쓸 직애는 시방 맹키로 올리고 난중에 다 쓰고 나먼 한 공으로 모닥기리는 거시 낫것네... ^^
고럼 아예 지금 ,두어편 더 올려놓고 장사 나가 봐야겠구마요. 장사 갔다와서 나머지또 와장창 올려뿌겠심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