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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중류부의 동쪽에 우뚝한 계봉(鷄峰)은 닭벼슬과 형상이 흡사하다. 닭 중에도 몸집이 유난히 큰 장닭의 벼슬을 연상시키는 큼직하고 두툼한 암릉이 정수리에 얹혔다.
이 계봉 정상 능선은 먼 발치서도 유달리 도드라져뵈며 산꾼들의 산행욕을 자극한다.
산은 보기에 이미 만만찮다. 닭벼슬 암릉을 왕관처럼 떠받든 산의 몸체부터가 겁나게 가파른 경사이며, 골짜기들은 신경질적으로 할퀴어낸 듯 깊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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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동강. 유지등 능선을 U자형으로 감싸안고 흐르고 있다.
- 계봉 산행은 동강변 마을 가탄에서 원점회귀형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도만 보아서는 내친김에 계봉 남쪽의 곰봉까지 돌아볼 욕심을 내기 십상이지만 저물기 전 하산을 마친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만큼 산길이 험하다.
가수리 가탄마을의 두 가닥의 마을길 중 북쪽 ‘가탄윗말길’을 따라 오른다. 100m쯤 가서 왼쪽 밭뙈기 위, 새로 지은 재실(齋室) 바로 뒤의 계봉 오르는 길 초입으로 접어든다. 밑에서 보고 느낀 대로 산비탈은 가파르고, 쌓인 낙엽으로 미끄럽다. 발로 낙엽을 양쪽으로 털어내어 맨땅이 드러나게 한 다음 딛지 않으면 미끄러져 올라가기 어려울 만큼 경사가 급한 곳이 잇따른다. 리본도 그리 많이 달려 있지 않다.
급경사임에도 좀체 바깥으로 시원스레 시야를 틔워주지 않던 지릉은 주릉을 얼마 남기지 않고서야 비로소 시원스런 조망처를 내준다. 커다란 암괴를 왼쪽으로 우회한 직후다. 아름드리 낙락장송이 그늘을 드리웠고 여러 명이 동시에 앉을 자리도 있는 곳이다(좌표 N37 17 43.4 E128 39 03.2). 여기서 보면 닭벼슬 같던 정상부는 어느새 반(半)돔형의 커다란 재색 암괴들로 연이어진 거대 성곽으로 일어서 있다.
위로 오를수록 점점 능선이 가팔라져, 암부를 우회하는 길조차도 간혹 발걸음이 위태롭다. 잎 푸른 회양목이 밀생한 짧은 지능선 목덜미를 지나면 오후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도 없는 안온한 평지가 있다. 여기서 점심 보따리를 풀 만하다(좌표 N37 17 47.1 E128 39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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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탄마을로 내려가는 능선길. 오후 햇살이 나뭇잎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 능선상에 지름 100m쯤의 타원형 돌리네
긴 지름이 100m도 넘어 뵈는 타원형의 돌리네(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녹아서 깔때기 모양이 된 지형) 옆을 지나면 곧 암릉길이다. 정상 암릉을 가노라면 수목 줄기 사이로 동강 물줄기가 눈에 들곤 한다. 길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파르고 험하다. 왼쪽 저 앞으로 바라뵈는 정상부는 동강 쪽을 향해 오만스레 얼굴을 치켜들고 섰다. 꼭대기엔 거웃처럼 수목들의 가지가 무성해 마이산 기암이나 월악산 영봉을 연상케 한다.
정상을 200m쯤 남겨둔 암릉 위, 동강을 향해 숲이 벗겨진 지점이 닭벼슬 암릉 중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좌표 N37 17 09.3 E128 39 34.5). 조망점이 넓지는 않아서 교대로 고개를 내밀고 조망해야 한다. 발 아래 유지등능선을 포물선형으로 감싸며 흐른 초록의 동강 물줄기와 주변의 무수하게 주름진 산줄기들이 넓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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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봉 정상 북쪽 조망처에서 산하를 둘러보고 있는 등산꾼들.
- 암릉길은 그나마 완경사인 왼쪽(동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정상은 역시 좁고, 동강 쪽 조망이 좋긴 하지만 잡목이 좀 시야를 가린다.
정상 암부는 장닭의 벼슬 중에도 가장 두툼하고 큰 부위에 해당한다. 때문에 곰봉 방면의 능선을 따르는 내리막 또한 그중 가장 아찔한 급경사로 바위 아니면 흙길이 반복된다.
평탄하게 몸을 누이던 능선이 다시 급박해질 즈음 주릉길에서 오른쪽 지릉으로 슬며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정상에서 약 400m 내려가서다. 곰봉 쪽 갈림길목에도 리본이 붙어 있으며, 리본 이외 특별히 길을 구분해 줄 만한 것이 없으므로 주의한다(좌표 N37 16 54.7 E128 39 22.4). 이곳을 그냥 지나쳐 곰봉 쪽으로 가게 되면 길이 길고 험해져 저물기 전 하산이 어려워진다.
조망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짙은 한편 여전한 급경사 내리막이다. 아예 잡을 나무조차 없는 급경사 흙길이 애를 먹이기도 한다. 마지막 봉우리 전 안부에서 거무나무골로 하산 길을 잡으면 좀더 편하다.
임도에 내려선 이후는 오른쪽으로 10m쯤 내려가 포물선형으로 돌아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넓은 고추밭 아래로 하여 동강변의 ‘가탄 아랫말길’팻말이 선 차도로 내려선다.
계봉은 오름길 내리막길 모두 엄청난 급경사 길로만 주로 이어지는 험산이므로 반드시 산행 경험이나 체력 등에서 자신 있고 이런 산행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만 가도록 한다.
산행은 도상 거리 8km(실거리 약 10km)에 서둘지 않고 꾸준히 걸어서 6시간쯤 걸린다. 강변 고도는 250m, 주릉 표고는 900m, 정상은 해발 1,028m이므로 650~800m의 만만찮은 고도차를 가졌다. 차량은 가탄마을 입구의 도로변 공터에 세워두면 된다.
산불예방기간(가을 11월 15일~12월 15일) 중엔 계봉 등행이 불가하나 기상 조건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정선군 산림과 전화 033-560-2330.
- 교통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정선으로 남하하거나, 아니면 새말 나들목에서 나와 안흥 →방림 →평창 →정선의 순서로 찾아간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 07:10~18:55, 1일 10회 운행. 3시간30분 소요.
매월 2, 7, 12, 17, 22, 27일 서는 정선 장날에는 정선까지 바로 가는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서울역 오전 7시30분, 청량리역 오전 7시50분 출발, 정선역까지 4시간 소요. 문의 코레일투어서비스 1544-7786.
정선 시외버스터미널 033-563-9265, 시내버스터미널 033-563-1094.
숙박(지역번호 033)
수정헌(守靜軒): 한국여성산악회 회원 권혜경(45)씨가 가꾸고 있는 소박한 민박집으로, 옛 광산 독신자 숙소를 리모델링했다. 3~4인용 방 3만원(공동 화장실 사용). 매식도 된다. 전화 563-8860.
가리왕산이야기:가리왕산자연휴양림 입구 오른쪽 둔덕에 위치한 멋진 펜션으로 캠프파이어장, 야외 바비큐장 등 시설이 돼 있다. 전화 562-1665.
그외 동강펜션(378-6075), 임씨네농장(562-4346) 등이 동강변 업소로 권할 만하다.
정선읍내에 동호호텔(562-9000), 하이아트파크(563-5666), 정선장여관(563-0066), 아름장여관(562-8221~2), 대왕장여관(563-0171), 그림장여관(563-0521), 금강여관(563-0335), 개성여관(562-1555), 서울장여관(563-0042) 등의 업소가 있다.
맛집(지역번호 033)
두메산골(오가피 영양밥 등, 생약초 전문음식점. 563-5108), 춘천황기닭갈비(생약초 전문음식점 562-9945), 정선골식당(황기보쌈 전문점 563-8114), 동광식당(황기족발집 563-3100), 정선황기숯불(황기 양념을 쓴 삼겹살 바비큐 전문점 563-5292), 동박골식당(곤드레 나물밥 전문점 563-2211), 짐포리식당(민물고기 매운탕 전문점 563-2479).
그외 정선군 추천 향토음식점으로 달동네식당(563-0772·청국장백반, 순두부백반, 더덕백반), 민속촌식당(563-0789·산채백반, 더덕백반, 시골청국장백반), 송이관(562-4489·산채비빔밥, 황기갈비탕, 황기냉면), 석곡집(562-8322·민물매운탕, 콧등치기, 옥수수동동주), 국일관(562-3076·황기촌닭, 냉면, 녹각삼계탕), 정선면옥(562-2233·막국수, 칼국수, 제육), 동호호텔식당(562-5204·산채정식, 산채순대, 올갱이해장국)이 있다. 춘천닭갈비집(563-2683)은 뼈를 골라낸 닭갈비와 곤드레나물밥이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