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의거하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문화재를 말한다. 역사, 예술 학문적으로 뛰어난 보편적·세계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정한다. 한국에는 2015년 7월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포함해 총 12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세계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은 특성에 따라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되는데 이중 77.5%가 문화유산이다. 2015년 기준 등재된 세계유산은 총 1031건으로 문화유산 802건, 자연유산 197건, 복합유산 32건 등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51), 중국(48), 스페인(44)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프랑스(41), 독일(40), 멕시코(33), 인도(32) 순이다. 한국은 12개, 북한 2개, 일본은 19개다.
문화유산은 역사적·과학적·예술적 관점에서 세계적 가치를 지니는 유적이나 건축물,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장소를 뜻한다. 자연유산은 생물학적 군락이나 지질학적 생성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서식지 등이며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을 말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훼손 방지와 영구 보존을 위해 유네스코의 기술 자문을 받게 된다. 유산을 보존하는 데 있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는 유산 훼손을 막기 위해 유네스코에서 지원을 해준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내외의 관심과 지원을 높일 수 있는데다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서도 작용한다"면서 "해당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보존계획 및 관리의 수준이 향상되면 인지도가 높아지고 방문객이 늘어나 고용기회 및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
유네스코는 1972년 11월 17차 정기총회에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을 채택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호하는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한국은 1988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북한은 1998년에 가입했다.
세계유산협약은 1959년 이집트 누비아 유적 보호 운동을 계기로 탄생했다. 1950년대 이집트가 나일강 유역에 아스완하이댐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수단 누비아 계곡의 아부심벨 대신전, 필레 신전 등 고대 누비아 유적이 물에 잠길 위험에 놓이자 이집트와 수단 정부는 유네스코에 지원을 요청했고, 유네스코가 세계적인 유적 보호 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50개국의 참여로 약 8000만 달러가 모금되어 1968년 아부 심벨 사원이 해체 이전 되고 1973년 수단 내 유적 발굴이 완료 됐다.
이 운동을 계기로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유산을 국가의 범주를 벗어나 상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제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인간과 환경’ 유엔회의에서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 잠정안이 채택됐고, 같은해 11월 개최된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유산협약이 채택됐다.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 등재의 최종 승인 권한은 세계유산위원회가 갖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 총회에서 선출된 21개의 회원국 대표들로 이뤄진 정부간 위원회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로 지정된 국제 기념물 유적 협회(ICOMOS)와 국제 문화재보존연구센터(ICCROM),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유산 후보지역을 조사한 후 등재 여부를 권고하면 위원회가 최종 승인한다.
전문 자문기구의 평가가 세계 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인이지만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중 권고와 다르게 결정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정부간 위원회의 특성상 국가별 외교력, 정치력에 따라 자문기구의 의견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190여개의 회원국 가운데 21개의 위원국을 뽑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선거는 치열한 경쟁 속에 치러지기도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국들은 매 2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유산협약 총회에서 선거로 선출된다. 지역별 할당 없이 전체 입후보국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최다득표순으로 위원국을 결정한다. 위원국의 임기는 협약상 6년이나 2001년 13차 총회부터는 위원국들이 임기 4년, 연임 금지, 세계유산이 하나도 없는 국가에 일부 의석 우선 배정 등을 자발적으로 결의해 지켜지고 있다.
2015년 현재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은 한국·레바논·카자흐스탄·필리핀·베트남 등 12개국(임기 2013~2017년)과 일본·독일·인도 등 9개국(2011~2015년)이다. 한국은 1997년~2006년(6년), 2005~2009년(4년), 2013~2017년(4년) 위원국에 진출했다.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
우리나라에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 유적지구, 고창 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 왕릉,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한국의 역사 마을로 등재됐고, 2014년 6월에는 남한산성이 2015년 7월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 있다.
1995년 12월 처음 등재된 한국의 세계유산은 석굴암과 불국사, 팔만대장경이 소장된 해인사 장경판전과 종묘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독특한 건축미가,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은 각각 완벽한 불교경전과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보존과학의 소산물로 평가 받았다. 종묘는 유교사당의 표본이자 독특한 건축양식의 의례공간으로 인정됐다.
1997년 12월에는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 대신 조선의 법궁으로 쓰인 ‘창덕궁’과 정조가 건설을 명한 계획도시인 ‘수원 화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창덕궁은 주변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고 수원 화성은 동서양의 군사시설이론을 잘 배합시킨 독특한 성이라고 평가됐다.
2000년 12월에는 신라 천년의 고도인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경주 역사유적지구’와 선사시대의 기술과 사회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등재됐다.
2007년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자연유산으로 뽑혔다. 제주도는 한국의 유일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화산 지형이 이유로 꼽혔다. 2009년 6월엔 조선의 풍수사상과 장례문화를 담은 '조선 왕릉’이 등재됐다.
2010년 8월에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한국의 전통생활양식이 전승되고 있는 공간임이 인정받아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이 됐다.
2014년에는 조선시대 수도 한양을 지키던 남한산성이 동아시아의 무기 발달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탁월한 증거로 평가 받아 등재됐다. 2015년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동아시아 고대 왕국들 사이의 상호 교류 역사를 잘 보여주고 백제 역사와 문화의 특출한 증거라는 평가를받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강제노동' 일본의 메이지시대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2015년 7월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일본의 23개 근대산업 시설이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등재됐다. 이중에는 일제시대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 노역했던 군함도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개 시설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됐다. 한국 정부는 '강제 동원' 사실을 공식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유네스코 일본대표단은 "1940년대 몇몇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았다(forced to work)"고 발표했고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의 만장일치 속에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됐다.
그러나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자마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부상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세계유산 등재의 형식 측면에서도 강제 노역 사실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결정문에 포함되지 않고 주석에만 포함되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