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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로시를 닮은 그녀
지하철에서 내가 - 자리에 앉았을때, 건너편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하였다. 그녀가 계속 거기에 앉아 있었는지 아님, 내가 앉고 나서 그녀가 그곳에 앉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토요일 오후 두시의 한가로운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 중 왜, 하필이면 그녀는 내 건너편의 앞자리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세상 곳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우연들이 산재해있다.
그녀는 파리하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은 모딜리아니의 여인처럼 길었으며 백일홍 줄기를 연상케하는 가느다란 종아리가 내 눈을 붙들었다. 다소곳하게 앉아 나를 쏘아보는 그녀, 영혼은 다른 세상에 놓아두고 온듯 하였으며 물기 머금은 눈동자는 꿈을 꾸는듯 하였다.
바람한점 없는 후덥지근한 7월에 스카이블루의 물빠진 청자켓은 그녀의 가녀린 심장을 보호해 주려는 듯 꽉 여미어져 있었다.
그녀의 무릎에 다소곳하게 놓여있던 아담한 가방에 눈길이 갈 즈음 하필이면 내눈에 프라다 비닐 쇼핑백 위로 삐죽이 손잡이를 내밀고 있던 부채가 보였다.
바.람.한.점. 통.하.지. 않.는. 청.자.켓.을. 입.고. 부.채.를. 가.지.고. 다.니.는. 그.녀.가. 궁.금.하.다.
달빛 나루터를 찾는 마법사 중 한 사람일까. 그녀 때문에 나는 잠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잊었다. 나는 지금 달빛나루터의 다재다능한 마법사들을 만나기 위해 강남역 7번 출구 시티극장 1층 스타벅스로 가고있다.
그녀가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간다. 무서운 회오리 폭풍을 타고 날아온 그녀. 그녀는 어쩌면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 원목의 나라 스타벅스에서
내가 찾는 마법사가 아니길 바라며그녀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간단했다. 최소한 이 지하세계에서 7번 출구로 이어지는 통로는 여러개가 있으므로.
출구를 찾은 나는 무수하게 쏟아지는 자연광에 기지개를 펴며스타벅스를 찾았다. 된장녀의 대명사 스타벅스엔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자유와 젊음의 열기가 충만하다.
편하게 놓여 있는 작은 원탁과 딱딱한 원목의 나무의자는 편함에 안주하지 않고 어디로든지 튕겨나갈 수 있는 신세대 사고와 행동의 자유로움을 말해준다.
오지않는 마법사들을 기다리며 중앙에 비치된 책을 훑어보는데 회오리 폭풍을 타고 왔을 그녀 종종걸음으로 내곁을 스쳐 누군가를 찾는다.
내가 첫번째 만난 마법사는 나루터와 금강이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의 고속으로 날아온 몇시간의 긴 여행이었음에도 밝게 맞아주는 그의 환대에 울컥하였다. 이래서 추억이란 위대한 것인가 .
송승헌 부럽지 않은 굵은 숯검댕이눈썹의 순수한 모습과 재치있는 달변에 반가움이 앞서고 어느새 그와 나 사이에 문학기행의 추억들이 보따리에서 스르르 풀려나오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도로시가 우리의 테이블로 찾아왔다. 나의 예감이 적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놀라움. 금강은 도로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곪은곳을 짜내어 상처가 덧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영혼의 치유사 . 금강 마법사는 도로시와 길고긴 진지할 수 밖에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가 그녀에게 어떤 치유책을 주었는지 아님 위안을 주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법사 금강과 도로시 외에는.
그리고, 存在를 찾아 방황하던 도로시- 가족이 기다리는 캔자스로 돌아가다.
3. 마법사들 속에서- 연꽃을 발견하다.
그녀가 떠난 스타벅스 - 그곳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나루터의 마법사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마법사-별빛. 마법사-버들잎 마법사-아름다운서해 마법사-캐로로중사 마법사-유진 마법사-가인 마법사-아름다운연꽃. 마법사-아모르 마법사-배태랑 마법사-깡패선녀
아름다운 연꽃님을 보며 왜 나는 고려 충렬왕때의 사람 안현을 떠올렸는지 모를일이다.
연꽃 마법사가 말했던 연꽃의 강인함과 고결함, 순결함을 떠나 연꽃이라는 닉네임을 듣는 순간 언제인가 읽었던 ‘고려인 비칙치(서기) 안의 이야기’를-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안현과 동일 인물로 상정하고 한 편의 소설로 재구성한 이인화의 소설 [시인의별]을 접하며 느꼈던 애틋함들이 스르르 풀어져 내렸다함이 맞았을것이다.
학식이 깊고 심지가 곧은 인물이지만 시대가 워낙 암울하여 출세하지 못한 안현. 어느 날 혼담이 오고가자 예쁘고 착한 아내를 맞이하게 되고, 가장이 된 안현은 그 책임감으로 자존심을 버리고 멀리 대청도의 역참 관리로 가게 된다.
대청도에는 때마침 몽골 황제의 아들인 이아치가 유배되어 오고, 안현의 기구한 이야기는 안현의 아내가 이아치의 눈에 들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아치는 안현에게 아내를 내놓으라고 하나 안현은 이를 거절하고, 부부는 야밤을 틈타 도망치지만 결국 아내는 잡혀가고 만다.
아내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광활한 중국 대륙을 누빈지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안현은 몽골 귀족의 부인이 되어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안현은 아내를 찾아가 같이 고국에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이미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아내는 거절하고, 안현은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는 자기도 황야에 산 채로 매장되게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를 휘어감으며 전율케 하는 회오리 폭풍의 시점이 한 두 군데는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기묘한 환상이 결합된 우리 고전에는 말이다.
몽골 귀족의 부인이 되어 있는 아내를 만나 그녀의 집에서 서기일을 맡아보던 그가 그녀를 스쳐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잔혹하고도 아름다웠던 이 대목을 나는 몇번이고 읊조렸던 기억 또한 생생하다.
고향의 고모못에는 지금 연밥이 한창이겠습니다 "박연폭포가 떨어지던 고모 못을 잊었습니까? 이렇게 가을 바람이 불면 젊은 부부들이 채련가를 부르며 연밥을 따지 않았습니까. 연꽃은 붉고, 연잎은 넓적하고, 연밥은 많고 많았지요. 나는 노를 잡고 당신은 소쿠리를 들고 연잎 속으로 배를 저어 가지 않았습니까?"
"저는 아직도 돌아오는 돛대에 어리던 그 달빛이 눈에 선합니다. 아내가 부르던 채련가도 전부 기억할 수있습니다. 아내는 예뻤고 노랫소리도 곱고 빼어났지요. 요즘도 잠자리에 누우면 그 노래가 귓전에 울립니다. 그러면 연뿌리 끊기듯 애간장이 끓고 연밥알인양 눈물이 방울방울 흐릅니다."
이에 답하여, 이제는옛날의 그사람이 아닌 아내는 말합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잖아요..... 이제 와서 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 철새는 날아갔다 돌아오지만, 인연은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잇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수친(아내)의 아들 성인식날 잔칫술을 마시고 쓰러져 혼곤한 잠에 빠져든 안현의 꿈도 가슴을 저미게 한다.
물가는 늦여름으로 연꽃 향기 가득하고 밭은 초가을이어서 보리 빛깔이 밝았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찰랑찰랑 연잎에 부딪힐 때 누군가가 손뼉을 치며 안현을 불렀다. 아, 그곳에는 천진하고 아름답던 젊은날의 아내가 장인 장모와 함께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안서방 어서어서 연밥이나 따세나.... 장인은 웃고 아내는 달려와 자신의 팔을 끌었다. 꿈을 꾸면서 안현은 이것이 꿈이라고 느꼈다. 빛과 향기로 엮어진 듯 사랑스런 아내의 눈길을 마주보자 세속에서의 삶은 죽어버리고 시간은 흐름을 멈추었다.
한순간에 일어났지만 <<시경>>의 시들이 영원으로 봉인해버린 사랑의 메아리. 부부의 다정한 눈동자에서 태어나 모든 살아있는것과 하나가 되는 사랑과 덕. 공자께서 돌아가시고 미언(微言)이 끊어진 뒤 모든 시인들이 그려왔던 그 심원하고 아득한 길이 갑자기 안현의 눈앞에 열리는 듯 했다.
안현은 땀에 흠뻑 젖어 잠에서 깨어났다. 비틀거리면서 천막을 나서자 눈부시게 밝은 세계가 그의 시계(視界)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하얀 불꽃처럼 타오르는 별들이었다...... 중략.
강남에서의 나루터 정모후 오늘, 아니 지금 이순간 까지. 안현과 도로시가 내 주위를 빙빙 돌고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형체를 보이지 않다가 막상 서울을 떠나야할때가 되자 내게서 나가고 싶다고 놓아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달빛사랑님과 나루터님께서 올려주신 귀한 음악들~ 달빛나루터님들의 귀한 글들 읽으며 오늘은 저도 도장찍었습니다. |
첫댓글 내일 아침 7시면 서울을 벗어납니다. 1박2일 물놀이 하러 떠납니다. 그동안 서울生活에 넘 많이 혹사당한듯 하네요. 문고 대체 근무 할 사람 없어 중3딸아이에게 겅부하라는 핑계로 대리 근무케하고 ... 두 남자와 함께 여행갑니당. 누가 보면 제가 팥쥐엄마 일수도- 친엄마가 아닌 새엄마 말입니다여.
지금쯤 올라오고 계시겠네요~ 즐거운 물놀이 되셨길 바라며, 조심해서 올라오시길...^^
와~우 대단한 정아님~ 마법사의 한사람으로서의 정아님의 달빛나루터 ..자~알 읽었습니다. 안현에 대한 일화도 .. 휴가 잘 다녀 오세요~
미소가 아름다운 아모르님,, 고맙습니다.
무탈하게 잘 다녀 오세요~~
예, 고맙습니다. 염려덕분에 성난 폭우와 폭풍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ㅋㅋ
정아 마법사님 지팡이 끝에서 열리는 마법 세계에 매료되어 저녁준비 하느라 가스불을 켜놓은걸 잠시 잊었습니다. 입맛 잃은 한 여름 식단에 참으로 맛깔스런 글이네요 ....
서해님. 답글 감사합니다. 담 소풍때 뵈어요.
정아님 표현력이 대단하십니다...평소에 늘 일 생각만 하다가 정아님 글을 읽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휴가 잘 다녀오시고...
"평화를 빕니다." 타인에게서 이 말을 들었을때 - 마음밭이 따뜻해져 왔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 단편 하나 읽고 갑니다. 물놀이는 즐겁고 계신가요? 물놀이 후기도 좀 올려주세요~사진도 함께요~헤헤^^
님께서 올리시라하면, 못이기는 척 올려드리는 것이 달빛나루터 유진마법사님에 대한( *!* )기대 하세여. [비와 폭풍속 텐트생활 물놀이 후기] 담주 휴가가기전까지 올립죠.
마법사로 표현한 글귀가 참 멋있읍니다. 저도 나루터 마법사님들과 같이 그 부류에 넣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읽었읍니다.^^
연꽃님 글의 끝을 못 맺어 죄송합니다. 마음이 바빠서 어째 그리되었습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땀에 흠뻑 젖은 안현이나 바람 통하지 않은 청자켓 걸치고 부채들고 나타난 그녀나 연뿌리 끊기듯 애간장이 끓고 연밥알인냥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고나! 홀연히 나타나 심기를 건드리니 어쩐지 내 맘인냥 심드렁해집니다.^^..
예~~ 그렇네요. 별빛님은 가슴에 타오르는 모닥불을 품고 계신듯 합니다. 그려. 님께서 홀연히 나타나 붓을 들어 댓글 다니 ~ 그 글들이 詩가 되는 고~나! ~~~
마법사란 단어를 보니 "무에서 유를 만들고, 유를 무로 돌리는 사람의 능력"이란 말이 생각나 참으로 멋진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그날의 그 정황을 마법사, 도로시, 안현을 중심으로 이끌어 가시는 폼이 참으로 멋지네요. 그 누구의 심기도 건드리지 않고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저 또한 도로시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들의 관계^.^ 금강님을 만난 것이 제 人生 글쓰기에 있어 커다란 획으로 존재합니다여. 님의 댓글을 보니 고전 속에서 眞伊와 花潭이 書翰을 주고 받는 듯 ~ 기분이 어째 그렇고그렇습니다그려.
정아님! 휴가 잘 다녀왔나요???...이제 더위도 한반도를 점거하다가 때가 되면 물러가겠지요...해리포터 같은 혜안을 가진 정아님의 글 잘봤어요... 사유의 뜰은 깊어만 가고...건필하세요^^
몬살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계절 중 삼계절은 부채 없이는 못살고 청자켓은 여름용인데 어르신들 앞에 가는데 감히 짧은 팔을 입을 수가없더군요. 치마도 너무 짧은 길이 입은 것같아 많이 후회.ㅋ
이상하다.. 내가 이 후기를 이제 읽지?
치과에 가보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