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들이 과잉투자 논란 속에서도 로스쿨 유치에 올인 베팅을 하고 있다.
조선대는 지금까지 서울대 투자액 대비 12배에 달하는 557억원을 로스쿨 준비에 쏟아 부었다. 제주대 투자액 100억여 원은 서울대와 고려대 등 명문 법대 `빅2`를 합한 거액이다.
지방대들이 로스쿨 올인 전략을 펴는 데는 남 모르는 사연이 있다. 로스쿨을 발판으로 높디높은 `차령산맥`을 넘어보려는 몸부림이다. 차령산맥 높이는 기껏해야 1300m를 넘지 못하지만 대학들에는 에베레스트만큼 넘기 힘든 `마의 장벽`이다. 이런 지방대에 로스쿨은 한 방에 최고봉에도 오를 수 있는 `인생역전 로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수도권 - 지방 보이지 않는 장벽 =
경기도와 충북 경계를 이루는 차령산맥은 국내 대학을 크게 둘로 갈라 놓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차령산맥 줄기 이북에 위치한 73개 `수도권대`에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대학 특성화 등은 생소한 단어일 뿐이다.
명문 프리미엄, 높은 취업률 등이 입시에도 영향을 미쳐 매년 인재가 몰리기 때문이다. 100%에 가까운 신입생 충원율이다.
그러나 130개에 이르는 차령산맥 이남 `지방대`들은 `입시철이 곧 고통`인 게 현실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6년 전국 4년제 대학 중 충원율이 80% 이하인 대학은 총 31곳으로 모두 지방 사립대다. 전문대로 잣대를 옮기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해 충북지역 전문대 신입생 미충원율은 32%. 합격생 3명 중 1명은 등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북 전북 등 다른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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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557억, 서남대 250억 투자 =
그러나 궁지에 몰린 차령산맥 이남 대학들이 로스쿨을 인생역전 기회로 삼고 있다. 로또 대박으로 인생항로가 달라지듯 지방대에 `로스쿨 유치=로또 당첨`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는 로스쿨 투자액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현재 로스쿨 유치에 뛰어든 40개 대학 중 지방 소재 대학은 22곳. 이 중 투자액 상위 자리는 모두 지방대 차지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국회 교육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이들 지방대가 로스쿨에 쏟아 부은 돈은 2047억원이다. 학교별로 보면 조선대가 557억원을 투자해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서남대도 25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영산대와 제주대도 100억여 원을 건물 신축 등 로스쿨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 투자액과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반비례한다.
가령 조선대는 지난해 사시 합격생 수가 3명뿐이다. 서남대 영산대 제주대는 아예 단 한 명도 없다. 로스쿨에 거액을 투자한 지방대 10곳 중 9곳은 지난해 사시에서 5명 이하 합격생을 배출한 학교다.
반면 서울대와 고려대는 로스쿨 준비에 각각 46억원과 59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335명, 고려대는 143명의 합격생을 배출해 전체 합격생 중 절반에 육박한다. 신경수 충남대 법대학장은 "로스쿨을 유치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80%면 지금까지 사시 합격생을 배출 못한 지방대도 결국 서울대와 위상이 같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로또식 과잉투자 후유증 우려 =
지방대들이 로스쿨에 `올인`한 만큼 탈락 후 심각한 후유증도 문제다. 부족한 재정을 모두 끌어다 `위험한 선투자`를 한 만큼 유치 실패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에 휩싸일 수 있다.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전용 건물, 도서관 등 물적투자는 물론 전문 변호사 등을 정년이 보장된 정식교수로 채용한 뒤 로스쿨 유치에 실패하면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솔직히 아찔하다"고 말했다.
한 지방 사립대 법대학장은 "로스쿨 정원 배분에는 지역 안배를 감안해야지 서열화를 하면 특정 지역(수도권)에 편향된 기형적인 로스쿨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9월까지 로스쿨 정원을 확정하고 10월 초 대학들을 대상으로 로스쿨 최종 신청을 받는다.
지방대들이 로스쿨로 차령산맥 한계를 뛰어넘을지 아니면 높은 장벽을 다시 한번 실감할지 주목된다.
[박준모 기자 /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