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그리운 맘 가슴속에 애태우다
고운 꽃 바람타고 산마루 고개 넘어
살포시 내려앉누나, 누이 마음 설레이게.
봄노래 / 이인옥
가까이 들려오는 우렁찬 기합소리
돋아난 새싹아기 옹알이 어여뻐라
새들도 나무등 타고 봄노래를 부르네.
<뽑는 말>
단형시조는 시조의 원류이면서 시조형식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고려 말에 시조가 발생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꽃피워 온 대표적인 시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샘터>의 독자시단도 단형시조로 한정하고 있음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웅기의 <춘설>은 단형시조가 아닌 두 수의 연형시조로 되어 있으나, 첫째 수와 둘째 수의 시상이 중첩되어 전개되고 굳이 첫째 수 하나로도 간결한 구성과 소박한 기교와 유연한 가락이 돋보여 뽑기로 하였다. 이 작품은 이 외에도 시조의 형식미가 시상의 전개에 따라 이루어져 있으며 현대시조가 지녀야 할 기교면에서의 숙련도가 초장에서 중장으로 다시 종장에 와서 '살포시 내려 앉누나', '누이 마음 설레이게'로 완성되었다.
이인옥의 <봄노래>도 시조의 본령이 형식미에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정의 직서적 표현으로 만족한다든가 생경한 조어나 난삽한 문장으로 상의 깊이나 내용을 꾸미지 않고 자기의 정감을 하나의 서정적 분위기로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산뜻하고 이질적인 감수성이 내면적 깊이를 다루고 있지 못해 종장의 '새들도 나무등 타고 봄노래를 부르네.'와 같이 시적 존재의 가치를 새롭게 보여주고 잊지 못함을 지적할 뿐이다. / 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