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2탄 올라갑니다.^^
휠체어를 병원건물 3층의 컴퓨터 교육실에 주차시켜놓고 난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저는 후딱 외출준비를 한 뒤 다시 그 건물로 갔습니다. 헤헤.. 주차시킬 때 컨트롤러를 잠궈놔서 그런지 아무도 못 건드린 듯 하더군요. 주차한 그 자리 고대로였습니다.-_-;;
아무튼 전동휠체어로 옮겨탄 저는 다시 건물 안을 돌며 주행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컴퓨터실에 들어가서 책상에 들어가는 연습도 해보고, 좁은 곳도 들어갔다 나갔다 했지요. 그러면서 불편한 사항이 있을 시에는 바로 휠체어 각 부위의 높이나 길이를 조절하면서 고쳐나갔습니다. 그러자 휠체어 타기가 한결 편해지더군요. 그리고 적응이 어느정도 되어가는지 후진이나 좁은 곳의 주행도 첫날보다는 훨씬 쉬웠습니다.
그렇게 연습하기를 30분 정도... 마침내 정해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뭐냐구요? 아... 거창한 건 아닙니다. 사실 저는 월, 수, 금 오후에는 아양교 쪽에 있는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컴퓨터 강사노릇을 하고 있고, 목요일에는 성서지역에서 하는 작은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장애인 프로그램을 맡고 있답니다. 그래서 방송준비를 위해 녹음하러 가야했던 것이죠(녹음은 보통 방송 이틀전인 화요일에 합니다.).
9시 45분... 두꺼운 외투에 가죽장갑, 모자에 마스크까지 끼고 완전무장한 저는! 드디어 방송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지켜보며 만류하던 어머니를 뿌리치고 말이죠... 하하.^^
와~! 사실 전동을 타고 제가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나 스스로 가고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좋더군요. 맨날 엄마나 다른 사람 차 얻어타고 가거나, 남이 밀어주는 수동휠체어에 탄 채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이렇게 제가 직접 휠체어를 조작하여 움직이니 정말 하늘을 날아갈 듯 하더군요.^^
그런데...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던가요? 혼자서 이동을 한다는게 아직 쉽지만은 않더군요. 인도상황이 별로 안좋아 휠체어가 터덜터덜거리고, 횡단보도 앞의 턱도 완전히 땅과 밀착된게 아니고 약간의 높이가 있어서... 그 부분을 지날 때마다 발이 약간씩 앞으로 밀리더군요. 그래서 가는 내내 발을 다시 당기느라 상당히 귀찮았답니다. 그리고 인도에 불법주차해놓은 차량은 왜 그리도 많은지(제 휠체어 부서지지만 않는다면 확 가서 옆을 긁어버리고 싶었습니다.ㅠ.ㅠ)...
아무튼 그렇게 10~15분여를 달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2단으로 천천히 진입(흐흐.. 이제 조이스틱을 이용한 미세 속도조절도 적응되었습니다... 3단으로도 1단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그리고 원하는 층수를 누른 뒤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하차... 오호~ 이제 후진도 껌이네요...^^
자~ 드디어 지하철 승강장입니다. 제가 지하철을 탈 이곳은 '반고개역'... 엇? 앞에 우대권 발매기가 있네요? 뭐 굳이 뽑기 힘들면 안뽑고 가도 된다고들 하지만... 저는 바른생활 정신(?)으로 우대권 발급을 시도해봅니다. 우왓... 발급기 버튼 졸라 높습니다. 휠체어 방향을 옆으로 틀어 우대권 발급기 앞에 최대한 붙여 주차시키고, 팔을 있는대로 뻗어 '장애인' 버튼을 누르니 마침내 우대권 하나가 '딸그랑~' 하면서 떨어집니다. 젠장.. 이거 하나 뽑느라 자세 다 틀어져 버렸네요(ㅡ.ㅜ). 그래서 부랴부랴 자세를 바로잡느라 다시 쌩쑈(-_-;)를 한 뒤, 다시 휠체어를 우대권 찍는 기계(?) 앞으로 주차시켰습니다. 그리고 기계에 찍으니 '삑~' 소리가 나면서 인식되네요. 찍은 우대권을 손에 쥐고 휠체어를 돌려 출입구를 룰루랄라 통과합니다.
바닥에 붙어있는 '노약자 · 장애인 · 임산부 승차지정구간(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죄송.-_-;)' 이라고 적힌 푯말을 보고 그곳에 섰습니다. 그리고 2~3분간을 기다리니 마침내 띠리리리리리리리~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오더군요. 자, 10인치짜리 앞바퀴의 힘을 느껴보기 위해! 3단으로 놓은 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이 열리자마자 냅다 달렸습니다! ...어라? 이야! 10인치와 튜브타이어의 조합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봅니다. 횡단보도 턱 넘는 정도의 충격밖에 안느껴지더군요(대구지하철 2호선은 전동차와 승강장의 간격이 좁은 편입니다. 2호선 일부역과 1호선의 경우는 이보다는 간격이 조금 넓습니다.).-0-;;
아무리 간격이 좁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충격만으로 가뿐하게 지하철을 타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2호선이 이 정도면 1호선 타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겠더군요. 물론 약간 더 충격이 있기는 하겠지만요.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여덟 정거장을 간 저는 마침내 '계명대역'에 내렸습니다. 이 곳은 전동차와 승강장의 간격이 조금은 있는 곳이라 약간 충격이 느껴지더군요.
어쨌든 저는 내리자마자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돌돌돌~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가니 바로 엘리베이터가 보이고... 승차권 투입구가 보이네요. 그리고 승차권을 투입구에 넣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또그르르르~' 하고 승차권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는게 아니겠습니까... 흑흑...ㅠ.ㅠ
눈앞에 떨어진 승차권을 두고 그냥 통과할 수도 없고 해서 저는 주위를 두리번거려 봤습니다. 오호.. 마침 저기에 직원인지 공익요원인지 사람이 있네요.
"저기요~ 저기요~ 좀 도와주세요~"
마스크로 입이 가려져 있어 소리가 작았던 모양입니다... 아저씨는 들은척도 안하네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 바로 올라운드의 경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적을 '삑삑~' 누르니 마침내 이쪽을 돌아보시고는, 도와주러 오더군요.^^
그래서 무사히, 저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라오고 난 뒤, 방송국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몇 개 지나자, 앞에 뻐~엉~ 하고 뚫린 자전거 도로가 보였습니다! 캬~ 이 솟구치는 질주본능! 그리고 5단으로 세팅 후에 최고속도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와~ 정말 빠르더군요! 간간히 사람들을 옆으로 쌩쌩 추월할 때에는 정말 피가 들끓는 것 같더군요. 하하.^^
그렇게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방송국 앞에 도착을 해버렸습니다... 어라.. 근데 오긴 왔는데... 이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게 엄두가 안나네요... 방송국 앞에는 계단 8~9개 정도가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작은 방송국이다 보니 일반건물의 한 층을 쓰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추운 날씨.. 오들오들 떨며 한참을 기다리니 마침 방송국 사람들이 오는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께 부탁해 휠체어를 통째로 들고(앞에 두 명, 뒤에 두 명) 어째어째 올라오긴 했는데요.. 휠체어에 마땅히 잡을만한 곳이 없어 고생을 많이들 하셨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올라운드는 이 부분이 좀 단점이더군요... 마땅히 잡고 통째로 들만한 곳이 몇 군데 없다는 점... 물론 혼자 다닐 때는 대부분 계단 없는 곳으로 이동을 하지만, 우리나라 여건상 아직은 계단이 있는 건물이 대부분이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그런 건물을 오르내려야 할 때가 매우 빈번합니다. 그럴 때의 대안이 별로 없다는게 아쉽다면 아쉽네요...
방송국에서는 사실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방송국 안이 협소하고 문을 통과할 때 문턱 때문에 조금 고생을 한 걸 제외하고는요... 문턱 넘기의 경우... 앞바퀴를 잘 맞추어 2~3단으로 놓고 차근차근 통과하니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아, 문턱 중에 3센티 정도 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도 잘 맞추어 통과하니 가뿐하게 넘더군요. 가끔 앞바퀴는 넘어갔는데 뒷바퀴가 헛돌아가는 경우가 생기던데요(대부분 너무 살살 넘어가서 이럽니다...ㅋㅋ)... 이럴 때는 뒤로 살짝 뺐다가 다시 반동을 주어 앞으로 탁 튕겨주면 통과하더군요.^^
아무튼 방송국 일을 다 마치고 오후 5시쯤 집으로 룰루랄라 돌아왔는데요... 올라운드에 대한 진정한 놀라움은 바로 집에 돌아와서 느꼈습니다.^^
음... 그 놀라움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이쯤에서 저희 집 구조설명을 잠깐 해드려야 할 듯 합니다. 저희 집은 1층에 한 가구(저희집입니다.), 2층에 두 가구가 사는 다가구 단독주택입니다. 큰 대문을 들어가면 좁고 짧은 복도가 나오고, 그 복도 끝 오른쪽에 저희집 현관문이 있지요. 그리고 왼쪽으로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습니다(설명만으로는 무지 복잡하네요...^^).
어찌되었건.. 결국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다 보니 대문 들어갈 때도 그렇고, 현관문을 통해 들어갈 때도 그렇고... 집 앞에 턱이 높은 게 몇 개 있어서 그 부분이 사실 제일 걱정되었습니다. 물론 경사로를 만들어두긴 했는데... 과연 거길 잘 오를 수 있을까 했거든요. 그러나... 올라운드 903 앞에서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단 두 번의 시도만에 파악~ 하고 경사로를 올라가 집 안으로 골인~ 해버리더군요. 와~~~ 정말 이놈 탱큽니다 탱크... '이건 전동이 아니라 진짜 탱크다!' 라는 말이 계속 입에서 나오려 하더군요~!^0^
에... 아무튼 그렇게 돌아와서 배터리 게이지를 보니, 초록색 두 칸 정도의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오다보니 초록 불 하나는 켜졌다 꺼졌다 하는걸 보아.. 아마 1.5~1.8개 정도를 소모했다고 보면 될 듯 하네요. 사실 불이 한 개 꺼질때도 그랬거든요. 계속 꽉 차있다가 어느순간 보니 한 개가 꺼져있길래 '아~ 하나 썼구나.' 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또 꽉 차있더라구요... 그러다가 그걸 반복하더니 완전히 한 개가 꺼지더군요.
음,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조언은 이 정도네요...
1. 절대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달리지 마세요. 좁은 곳을 가거나 후진을 할 때는 반드시 속도를 줄이세요.
2. 후진을 할 때, 골목이나 교차로, 인도에서 갈림길을 만났을 때는 항상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해서 앞과 뒤, 그리고 좌우를 살핀 뒤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 건너가세요.
3.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이 왔다고 해서 무턱대고 건너지 마세요. 파란 불이 오면 주위를 먼저 살피시고, 한 두 사람 정도를 약간 앞세운 뒤 따라 건너가세요. 그리고 횡단보도 맞은편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건너오지는 않는지 잘 관찰하세요.
4.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차도로는 절대 가지 마세요.
휴~ 들뜬 마음에 오자마자 두서없이 적었는데... 잘 이해가 가실런지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가까운 곳을 돌며 연습을 하고... 다음 주 후반부터 전동으로도 출퇴근을 해보려 합니다. 물론 밤길운전도 해보게 되겠죠. 밤길운전 할 기회가 생기게 되면 또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전동을 통째로 들 때에는.... 뒤에서는 양쪽 보조바퀴를 잡아야 하고....... 앞에서는 발판대를 잡아야 합니다.. 이래도 내리막에선 거의 황천가는 기분이죠...
저도 얼른 받고 싶네요.. ㅋㅋ
보조바퀴... 잘못 잡으면 좀 아프겠던데요...^^ 어제는 뒷부분의 경우... 후미등과 시트의 사이에 있는 공간을 잡아서 올렸습니다.
생생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제가 막 흥분되네요 ㅎㅎ
핸썸님 말씀에 동감! ㅋㅋ 글구 아무 도움 없이 혼자서 나가는것!!! 정말 생각만 해도 유쾌 상쾌 통쾌해지네염!!!ㅋㅋㅋ
글을 쭉~ 읽다보니 '계명대' '대구지하철'이라는 단어가 눈에 쏘옥 들어오네요..저두 대구 살아요..^^* 태양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대구 사시는 분 혹시라도 있으시면 도움되시라고 구체적인 역명이나 지리를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