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우선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데 있다. 즉 법에 규정돼 있던 병원 부대사업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이관함으로써 ‘병원경영지주회사(MSO)’라는 영리법인이 설립 가능케 된 것이다. 이 MSO는 인력, 장비, 광고, 경영 등을 대행하게 된다. 경희의료원 KMC가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KMC는 경희의료원과 동서신의학병원, 수원 제3의료원을 총괄 지휘하기 위해 재단 출자로 설립됐다. 또 KMC가 51% 지분을 갖고 있는 ‘피스 바이오텍’ 설립 등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병원 내 자연스런 구조조정 즉 외주화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시설팀, 물류팀, 전산팀 등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과잉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환자 1인당 적정진료비를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하도록 유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주연 경희의료원 지부장은 “처음에는 의료법이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법으로만 인식했고 대학병원까지 퍼질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며 “경희대 재단이 발빠르게 MSO를 설립하는 모습을 보고 영리법인화 하는 전단계로 보게 됐으며, 돈벌이 무한경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쟁력 없는 병원 퇴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조합원들 위기의식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MSO와 같은 영리병원이 아니더라도 이미 ‘신경영’ 도입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현상은 이미 병원에 도입돼 있다. CMC 경우 지난 3월 ‘평화 IS'가 설립돼 8개 산하병원 전산시스템을 통합한 이후 직원들을 전출과 연봉계약직 신규채용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대의료원 경우 ‘원가관리 시스템 특허’와 안암병원 JCI 인증 과정, 외래센터 신축 등 병원간 통합전산원가관리 시스템으로 직원들 쥐어짜기와 기업경영방식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료보다는 ‘돈벌이’ 부대사업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건국대병원 경우 병원 건너편에 ‘스타시티’가 들어섰다. 재단차원에서 백화점, 이마트, 영화관 등을 지어 돈벌이에 한창이다. 그 옆에는 ‘클래식 1500’이라는 노인요양원도 들어올 예정이다. 결국 ‘풀코스’가 이뤄지는 셈이다. 골프장, 건강관리, 평생교육원 학습, 건강검진센터 확장, 상가건물 통합, 초호화판 장례식장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아산병원 경우 병원이사장은 “주차장에 호텔 세운다”고 하고 있으며 CMC는 기존 재단 산하에 ‘평화 드림’을 세워 세탁공장, 출판기획사업, 장례절차, 시설물류 등 MSO에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돈벌이’를 위한 초화화판 양극화 병원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재작년 5월 개원한 세브란스병원 본관 20층 특실 경우 △실평수 46평에 방 4개, 하루 입원료 175만원, 50인치 평면 TV와 월풀 욕조가 있는 환자실과 △대리석에 금고, 70인치 평면 TV가 있는 거실, 회의실 등으로 구성되는 등 18개 병실이 65% 가동률을 보이며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에 대한 고용불안 조짐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띤다. 금강아산병원 경우 현재 병상가동률이 낮아 아예 병상수를 100병상으로 축소하고 진료과를 폐쇄해 특정과, 검진센타만 운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40%정도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료원 경우 협력병의원 수까지 200병상 이상이 87개지만, 200병상 이하 1,241개 기관으로 의료법이 개악될 경우 1순위로 인수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대학병원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이 민간중소병원과 지방병원, 지방의료원에 더욱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노봉 세림병원 지부장은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의 선택은 인수합병으로 정리되는 것”이라며 “병원이 다양한 시도와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구조조정을 강행할 것이고, 그 속에서 많은 중소병원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