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대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은 두 번 놀랐다. 이수영 담임목사 대신 인근 정동제일감리교회의 조영준 목사가 설교자로 나선 것. 이어 축도 순서엔 대한성공회 박경조 주교가 나왔다. 교인들이 황급히 주보를 펼쳐보니 ‘교회소식’란에 ‘오늘 3부 예배는 정동감리교회, 성공회 초청예배로 드리며, 설교는 조영준 목사께서 하시고, 축도는 박경조 주교께서 하십니다’라는 짤막한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동제일교회·성공회 두 교회에서 90여명의 교인들이 새문안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정동제일교회 유치부 어린이 20여명도 새문안교회 어린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 지난 4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후 조영준 정동감리교회 목사, 이수영 새문안교회 목사, 박경조 대한성공회 주교(앞줄 왼쪽부터)가 신도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새문안교회 제공 | |
이날 ‘초청예배’는 새문안교회(1887년), 정동제일교회(1887년), 성공회 서울대성당(1891년) 등 한국 개신교 120년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100살 넘은 장수(長壽) 교회들이 각각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유서 깊은 세 교회의 새 시도는 한국 개신교 내에서 파격적이면서 의미 있는 실험이다.
이들이 ‘초청예배’를 시도한 것은 마침 올해가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들인 아펜젤러, 언더우드 목사가 한국 땅에 도착해 선교활동을 시작한 지 120주년 되는 해라는 점이 계기가 됐다. 두 목사가 각각 1887년에 세운 ‘동갑내기’인 정동제일교회와 새문안교회, 그리고 서울 정동의 성공회 서울대성당 목회자와 신도들은 “한국 개신교계의 뿌리 격인 세 교회가 선교 초기의 정신으로 돌아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올해가 가기 전에 교환예배를 드리자”라고 뜻을 모았다. 반경 1㎞ 안에 위치한 ‘이웃사촌’이란 점도 ‘교환예배’ 준비과정에 촉매제가 됐다.
세 교회는 지난 4일 첫 번째 초청예배를 시작으로 10월 16일엔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10월 23일엔 정동제일교회에서 설교자와 축도자를 초청한 ‘초청예배’를 드린다. 모두 3차례에 걸쳐 각 교단별 예배의식의 차이에 대한 적응기간을 거친 후 12월 4일엔 설교자와 기도자, 성가대를 교환하는 본격적인 ‘교환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성공회 주교와 성가대가 정동제일교회를 찾아가고, 정동제일교회 목회자와 성가대는 새문안교회로, 그리고 새문안교회 설교자와 성가대는 성공회 성당에서 예배를 갖는다. 성공회의 예배 전례가 장로교, 감리교와 다른 점이 고민거리였지만 성공회측이 ‘교환예배’에 오히려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정동제일교회 조영준 목사는 “아펜젤러, 언더우드 두 분 목사님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우셨는데 어느새 교회들이 알게 모르게 소원해진 것은 우리 후손들의 불찰이었다”며 “선교 초기의 정신을 이어받고 개신교계가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는 “그동안 예배 교류는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어색한 점이 있겠지만 곧 극복될 것으로 믿는다”며 “각 교단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교회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전체 개신교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교회는 앞으로 교환예배의 정례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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