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을 읽는다
꽃나무가 주는 자극보다는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더 짙은 마음을 쏟겠다.
자유를 바라고 피폐하지 않는 삶을 바라는 나를
자본주의의 세계;말과 돈과 힘, 문화가
소외시키고 통제하기도 하는 세상이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내가
말을 섬세하게 하려는 데 의지를 쓰면
많은 돈과 새 문화가 빠르게 굴러가는 세계, 도시에서
획득한 표상에
가난한 내가 욕망에 덜 시달릴 테니까.
하지만 세상살이 사람살이에서
나는 비애일지라도
현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섬세하고 신중하게 살아가겠다.
2023년 3월
박석준
어제 박석준 시인의 4번째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나는 오후에 광주전남내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가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시간과 겹쳐 그곳에 가지 못했다. 늦게라도 뒷풀이 자리에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몇 가지 이유로 가지 못했다. 그에게 미안하다. 한국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갖은 고통을 겪었던 한 개인의 가족사를 비롯해 음울한 도시의 풍경과 소시민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다. 시대적 수난 속에서 온몸에 새긴 삶의 감각과 절망의 노래에서 시인의 강인한 삶의 의지와 응전 의식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 받기를 소망한다.
박석준 시인은 1958년 광주 계림동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안의 파산, 대학교 1학년 때 남민전 사건에 관련된 형들의 수감, 너무 가볍고 허약한 몸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형들 사건 때문에 1983년에 안기부에게 각서를 쓰고 교사가 되었는데,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위해 해직을 선택했다. 1994년 복직하고 인생을 생각하다 쓴 「카페, 가난한 비」로 2008년 등단했다. 빚을 다 갚고 60세에 명예퇴직했다. 자서전 『내 시절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과 시집 『카페, 가난한 비』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를 발간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박석준_시인_시집_의지와_표상으로서의_세계이니
#푸른사상_시선_173